* 숫자의 배열과 5행
이번에는 숫자의 배열을 통한 5행의 상생과 상극을 살펴보자. 하도는 음양5행을 소개하는 것이라고 하였는바, 열 개의 숫자로 이뤄졌다. 그러므로 열 개의 숫자에 대한 충분한 고찰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하도를 이해하는 첩경이다.
열 개의 숫자는 1, 2, 3, 4, 5, 6, 7, 8, 9, 10으로 배열한다. 그런데 상생과 연결하다 보면 의문이 드는 것이 있으니, 水生木이라면 당연히 1 다음에 3이 와야 하는 게 아닌가? 또한 木生火라고 하면 3 다음에 2가 와야 하는 게 아닌가? 따라서 1水 - 3木 - 2火 - 5土 - 4金 - 6水 - 8木 - 7火 - 10土 - 9金로 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이렇게 되면 대자연의 4계절의 흐름과도 부합한다고 할 수 있으니, 겨울(1, 6水) - 봄(3, 8木) - 여름(2, 7火) - 長夏(5, 10토) - 가을(4, 9金)의 순서가 된다. 그런데도 세상은 그토록 오랜 세월을 1, 6(겨울) - 2, 7(여름) - 3, 8(봄) - 4, 9(가을) - 5, 10(장하)의 순서로 숫자를 배열한 채 사용하고 있으니 거기에는 무슨 이치가 들어 있을까?
숫자의 배열은 본래 天陽과 地陰이 서로 착종하는 상태로 배열했다. 예를 들면 1(천양)과 2(지음)를 한 짝으로, 다음에 3(천양)과 4(지음)를 한 짝으로, 다른 것도 마찬가지로 5, 6을 한 짝으로, 7과 8을 한 짝으로, 9와 10을 한 짝으로 하였다. 그러나 하도의 배열을 보면 1과 2, 3과 4, 6과 7, 8과 9를 한 짝으로 하여 4방에 배치를 하고, 중앙에는 5와 10을 한 짝으로 배열하였다. 이렇게 한 근본적인 이유는, 5와 10을 土로 보고 나머지도 역시 5행에 맞게 배치를 했기 때문이다.
하도의 숫자 배열
生數 |
成數 | ||
天陽 |
1水 - 3木 : 水生木 |
5土 |
7火 - 9金 : 火克金 |
地陰 |
2火 - 4金 : 火克金 |
10土 |
6水 - 8木 : 水生木 |
위 표에서 보는 것처럼, 생수에서 한 쌍인 천1과 지2는 각기 水火로 상극하는 사이이고, 천3木과 지4金도 역시 상극하는 관계다. 그것은 성수도 마찬가지여서 지6水와 천7火, 지8木과 천9金도 상극하는 관계로 짝을 맺었다. 이처럼 천지가 서로 상극을 하는 것으로 짝을 맞추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하늘과 땅은 모든 것이 서로 반대이기 때문이다.
또한 하늘 속에도 生天과 成天이 있고, 땅에도 生地와 成地가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生天에서는 1수와 3목이 수생목으로 상생을 하는데 반해 成天에서는 7화와 9금이 화극금으로 상극을 한다. 生地에서는 2화와 4금이 화극금으로 상극을 하는데 반해 成地에서는 6수와 8목이 수생목으로 상생을 한다.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하늘은 상생으로 만물을 生하게 하지만 땅에서는 상극으로 만물이 生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하늘은 무형이요, 땅은 유형이기 때문이다. 하늘은 무형이 충만한 곳이요, 무형은 천부경에서 말한 것처럼 天一一이다. 반대로 유형은 地一二다. 天一은 하늘의 시작이요, 地一은 땅의 시작을 가리킨다. 즉 하늘의 시작은 一이요, 땅의 시작은 二다. 무형의 시작은 곧 변화의 시작이요, 유형의 시작은 형체의 시작이다.
하늘에서는 일체의 형상이 없는 대신 형상이 변화하게 하고, 땅은 무형인 하늘의 변화를 그대로 형상으로 드러낸다. 변화는 3변으로 이루어지는 법이므로 하늘의 1은 3으로 생한다. 이것이 바로 하도의 북방에 1이 있고, 동방에 3이 있게 된 연유다. 반대로 땅에서는 형상이 드러나는 법인데, 형상은 2(음양)로 시작하여 4상으로 화한다. 그러기에 하도의 남방에 2가 있고, 서방에 4가 있게 된 연유다.
하늘의 변화 : 1 - 3 - 9 : 9궁
땅의 형상 : 2 - 4 - 8 : 8괘
하늘의 변화는 땅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8괘를 통해서 나타내고, 땅은 무형인 하늘의 중심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9궁을 통해서 나타난다. 복희8괘는 하늘이 땅의 형체를 체(體)로 사용한 것이요, 문왕9궁도는 땅이 하늘의 변화를 용(用)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이 둘을 합한 용담도는 十勝을 나타낸다.
하늘에서는 1水와 3木의 내면에서 만물이 자라는데, 땅에서는 6水와 8木이 역시 상생으로 속에 있는 하늘의 양을 키운다. 이것이 선천이다. 후천은 하늘의 양이 다 자라 외부인 땅의 형상으로 화하여 7火라는 陽의 극성으로 나타나고, 마침내 9金으로 衰陽에 달한다. 반대로 음은 땅으로 내려간 7양의 빈자리를 1음인 2火가 발생하여 메꾸어 주며, 서방에 이르러 노쇠한 양의 보호를 받으며 4金으로 성장한다.
이처럼 양이 다하면 음이 생기고, 음이 다하면 양이 생기면서 음양은 순환을 하는데, 이 과정에는 반드시 상생과 상극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일러주는 것이 숫자의 배열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