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생목(水生木)
수생목은 물이 나무를 키운다는 뜻으로 통용한다. 그런데 물이 키우는 것이 어디 나무뿐일까? 사람도 물이 없으면 자라기 어렵고, 짐승과 온갖 동식물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런데도 유독 水가 木을 生한다고 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러기 때문에 水나 木을 물질적인 물이나 나무로 알고 있다면 5행의 진의(眞意)를 파악하는 일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水는 물만 가리키는 게 아니다. 水를 대표적인 상징물로 삼은 것일 뿐, 水에는 방대한 의미가 들어 있다. 본래 5행이란 그런 것이다. 우주에는 무수한 만물이 있는데 그걸 어찌 5행으로 분류할 수 있단 말인가?
水의 종류만 하여도 상당수다. 우선 생각나는 것만 말한다고 하여도 냉수(冷水), 온수(溫水), 청수(淸水), 탁수(濁水), 해수(海水), 담수(淡水) 등이 있다. 물론 액체라는 면에서는 공통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각양각색이다. 냉수에는 차가운 水가 있고, 온수에는 따스한 火가 있으며, 청수에는 맑은 金이 깃들고, 탁수에는 木이 있으며, 짠맛인 해수는 水가 명백하지만 민물인 담수는 해수와 같은 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다양한 面을 지닌 것이 水다. 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총체적인 水를 말하는 것이 하도의 水다. 水는 물을 잘 관찰하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우선 물은 밑으로 떨어지는 성질이 있다. 온수나 탕수(湯水)가 있다고 하여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늘에서 하강한 물로부터 비롯한다. 밑으로 흐른다는 것은 겸손, 침착함, 냉정함, 타락(墮落) 등을 가리킨다. 물은 차갑다. 밑으로 하강한다는 것 자체가 차갑기 때문이다. 열이 발생하여 뜨거우면 저절로 상승을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차가움은 긴장, 공포, 조심성, 무정함, 위축 등을 가리킨다. 물은 청결하다. 더러운 것을 녹여서 자신의 품에 안으려고 한다. 金은 맘에 안 드는 것이 있으면 자르거나 베어내며, 불은 아예 다 태워서 없애지만, 물은 더러운 걸 닦아내어 자신이 품는다. 이처럼 물은 차가우면서도 따스한 면이 있다. 또한 물의 특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수평성(水平性)이다. 물은 모든 걸 평등하게 만든다. 결코 높고 낮은 곳이 없이 평등한 수평의 상태를 만든다. 호수나 넓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은 이와 같은 데에 기인한다.
기타 물의 속성이나 특성은 더 있겠지만, 이것만으로도 水生木에 대한 이치를 살피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앞의 글에서 물은 天一生水라고 하여 하늘에서 生한다고 하였다. 이는 곧 水야말로 하늘의 전령(傳令)이라는 말이다. 물론 하늘은 水보다 氣(空氣)를 통하여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그러나 그것은 무형이다. 5행은 무형에 들어 있는 다섯 가지의 속성을 가리킨다. 그러기 때문에 5행을 공기라고 해서는 안 된다.
5행중에서 하늘과 연관되는 것은 水火다.
水는 하늘에서 만들어져 땅으로 내리고, 불은 반대로 땅에서 生하여 하늘로 오른다. 이처럼 水火는 천지와 불가분의 관계다. 나머지 木과 金은 하늘로 오르거나 땅으로 하강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땅에 발을 디딘 채, 상승과 하강을 한다. 그러나 水火는 서로 천지 사이을 대류(對流)한다. 그러기 때문에 하도의 上下에 水火를 배치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