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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강. 병세장 1절

영부, 精山 2013. 4. 28. 09:15

하편 29자의 배열을 보면 수직으로 넉 줄인데, 첫 줄은 9자(大病無藥小病或有藥)이고, 둘째 줄도 9자(然而大病之藥安心安)이며, 셋째 줄은 10자(身大病之藥四物湯八十)이며, 마지막 넷째 줄은 ‘帖’이라는 1자로 되어 있습니다. 첫째 줄과 둘째 줄의 아홉 자는 각기 9변과 9복을 가리키고, 셋째 줄의 10자는 땅에서 음양이 十을 하는 상태이고, 마지막 ‘帖(표제 첩)’은 十을 통해 새롭게 출현한 인간의 자성을 가리킵니다. 그것은 모든 사물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므로 ‘표제(標題)’라고 합니다.

 

보통 한약방에 파는 약을 가리켜 ‘첩약(貼藥)’이라고 합니다. 이 때의 첩(貼)은 ‘붙을 첩)’이라고 하는데, 현무경 사물탕의 첩은 ‘첩(帖 ; 문서 첩)’이라고 썼습니다. 이걸 보아도 물질적인 한약을 가리킨 것이 아니라는 게 명백합니다. 예전에 어느 종단에서 실제로 한약으로 사물탕을 조제하여 신도들에게 팔아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야말로 무지의 극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긴 지금도 ‘시두병‘을 ’천연두‘라고 하여 천연두탄과 연결시켜서 가르치는 곳이 있으니 종교는 아편이라고 한 말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모두가 자성이 어두워진 결과, 자신이 속는 지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요?

 

‘80帖’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적멸장의 ‘性理大全 八十卷’입니다. 80첩이나 80권은 다 같이 ‘문서’를 가리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卷’은 ‘한 곳으로 몰아 놓다’는 뜻이 있고, ‘帖’은 ‘펼쳐서 보이다’는 점입니다. 즉, 현무경 상편에서는 성리대전 80권을 모아 놓았고, 하편에서는 그것을 두루두루 땅에 펼쳐냅니다. 그러나 ‘성리대전 팔십’이라는 점은 공통적입니다.

 

하늘에 모아 둔 성리대전은 땅에서 펼쳐야 합니다. 그것을 八十이라고 한 것은, 형상을 가리키는 八이 음양의 합일인 十無極으로 들어간다는 상징입니다. 물론 9 × 9 = 81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八十은 體이고, 一은 用의 역할을 합니다. 81에 대한 것을 심도 있게 살피려면 아무래도 수리(數理)를 동원하는 것이 좋겠군요.

9 × 9 = 81은 음양이 각기 9변과 9복을 한다는 뜻이고, 8 × 10 = 80 + 1은 형상을 가리키는 8괘가 온전히 무극으로 충만한 중심을 가리킵니다. 7 × 11 = 77 + 4는 3신의 합인 11귀체가 가장 내밀(內密)한 7성에서 이루어지는데, 그 바탕에는 4상이 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6 × 13 = 78 + 3은 6기가 천유 13도로 이루어지는 바탕에는 3신이 들어 있습니다. 5 × 16 = 80 + 1은 5행이 각기 16상을 갖춘 바탕에 1태극이 도사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4 × 20 = 80 + 1도 81이니 이것은 천지인신 4물의 4상이 각기 5행을 구족(具足)한 상태와 그 중심을 가리키고, 3 × 27 = 81은 천지인 3신이 각기 9변을 3회한 상태입니다. 2 × 40 = 80 + 1은 음양이 각기 지리수로 충만한 터에 중심까지 합한 상징입니다.

 

이처럼 80은 체요, 1은 용이 되어 태극, 음양, 삼신, 4상, 5행, 6기, 7성, 8괘, 9궁 등으로 변화무쌍하게 순환하는 성리의 이치를 가리키는 것이 바로 성리대전 80권과 사물탕 80첩입니다. 복희도의 8곤지로 용담도의 十건천이 들어가 八과 十이 하나 되는 것을 가리킨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八은 육체요 十은 영혼을 가리킨다고 보면 영육이 하나 된 상태를 가리킨 것이 팔십첩입니다. 이것은 天行15도를 가리킨 眞法呪의 마지막 ‘天藏吉方以賜眞人勿秘昭示所願成就 - 하늘이 숨겨 둔 길방을 진인에게 하사 하니 비밀로 하지 말고 밝게 보여 소원성취하라’는 말씀과 같습니다.

 

하늘이 감춰 둔 곳이 어디일까요? 그것은 물질적인 상태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가리킵니다. 모든 것은 인간의 마음속에 들어 있습니다. 즉 인간의 마음속에서 八方(팔괘)이 밝게 드러날 적에 비로소 어디에도 막힘이 없는 대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럴 적에 대병도 없고 소병도 없는 온전한 건강을 유지하게 마련입니다.

 

이번에는 큰 병과 작은 병에 대한 것을 소상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병유대세, 병유소세라는 여덟 글자로 기록을 하였으니 팔괘를 통해서 그 실상을 살피는 게 적합할 것입니다. 큰 병은 천지의 병이기에 無藥이라고 하엿습니다. 천지의 병은 바로 하도와 낙서의 병입니다. 하도는 하늘의 상징이고, 낙서는 땅의 상징입니다. 따라서 하도를 풀이한 복희도와 낙서를 풀이한 문왕도의 팔괘를 보면 큰 병의 실상을 볼 수 있습니다.

 

복희도의 팔괘는 天之四象인 건, 태, 이, 진과 地之四象인 손, 감, 간, 곤이 각기 좌우로 벌어져 있습니다. 그것은 천지의 형상을 위주로 한 것이므로 그 속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눈에 보인다고 해서 그 실상을 다 안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내면에서 벌어지는 변화상을 일러주기 위해서 나온 것이 낙서요 문왕도입니다. 문왕도를 보면 8괘가 절반씩 천지로 나뉘어 섞여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하늘에 있던 1건천과 2태택은 땅의 6건천과 7태택으로 하강한 상태이고, 땅에 있던 7간산과 5손풍은 하늘로 상승하여 8간산과 4손풍이 되었습니다.

 

낙서는 천지의 변화를 가리키는 것은 맞지만 양을 위주로 하다 보니 절반만 보여줄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음의 변화는 용담도에 이르러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용담도를 보면 天之四象인 건, 태, 이, 진은 모두 땅으로 내려와 10건천, 4태택, 9리화, 5진뢰로 오른 편에 자리를 잡고, 地之四象인 손, 감, 간, 곤은 모두 하늘로 올라가 7손풍, 3감수, 8간산, 2곤지로 왼 편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로써 천지는 온전한 음양의 합일을 이루었으니 그 상징이 바로 11귀체입니다.

 

11귀체의 머리는 후천의 2곤지와 선천의 9리화가 두미교류(頭尾交流)를 통하는 법이므로 병세장의 소학 글자 수가 29로 만든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安心(하도)과 安身(낙서)입니다. 근본적인 몸으로 돌아가는 게 안신이요, 근원적인 마음으로 돌아가는 게 안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