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절
2절의 내용은 <祈禱 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 至氣今至願爲大降>이라는 23자로 되어 있습니다. 앞의 1절에서 성리를 팔십첩으로 드러내라고 하였는데, 2절에서는 그것을 더 구체적으로 일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함부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간절하고 지극한 일심으로 정성을 드려야 합니다. 천지가 인간에게 요구하는 것은 돈이나 명예, 지식, 권세 들이 아닙니다. 그런 건 천지에서 보면 일고(一考)의 가치도 없습니다. 인간은 본래 천지의 자녀이므로 천지부모와 일심동체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을 본뜬 것이 바로 忠孝烈입니다.
천지부모와 일심동체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을 대변한 문구가 바로 ‘기도(祈禱)’입니다. 즉 인간이 천지부모님께 정성을 다하여 기도해야 할 핵심을 일러주는 것이 바로 기도주 21자입니다. 이 기도주는 동학을 창도하신 수운대신사님께 1,860 庚申년 음 4월(辛巳月) 5일에 처음으로 내린 주문입니다. 呪文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개 迷信을 연상(聯想)하지만, 사실 그것은 대자연이 이치를 가장 함축성 있게 간추린 진언(眞言)입니다. 달리 말하면 첝의 진액(津液)을 끌어 모은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학을 통해 전달하신 하늘의 주문을 ‘三七呪’라고 합니다. 물론 21자로 되었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지만, 하필이면 왜 三七로 하지 않으면 안 될까요? 그것은 3신이 어두운 無知에서 벗어나 7성처럼 밝아지는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대낮에 만물의 형상을 밝게 비추는 것은 1태양이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을 밝게 하는 것일 뿐, 정작 내면을 밝게 하는 것은 7성입니다. ‘星辰은 七星이 主張’한다고 한 기록이 있는 것처럼, 선천의 천지와 일월은 망량과 조왕이 주장하지만 후천의 천지일월성신은 7성이 주장합니다. 7성은 어두운 밤하늘의 푯대입니다. 밤하늘에 만약 7성이 없다면 도대체 방위를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요? 어두운 밤하늘은 바로 무지하고 몽매한 인간의 내면을 가리킵니다.
본래 21자 주문을 수운 대신사께서 받으실 적에는 ‘지기금지원위대강’이라는 여덟 자가 먼저 였으나, 주문을 외월 적에는 열석 자 ‘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를 앞에 두었습니다. 하늘과 땅은 반대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하늘에서 여덟 자를 먼저 내려 보내는 이유는, 하늘은 허공이기 때문입니다. 허공은 무형이기 때문에 모든 유형들을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만물의 유형은 크게 8괘로 구분하는 법이니 하늘에서 볼 적에는 8괘가 먼저 보이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유형이 충만한 땅에서는 반대로 무형의 법칙을 찾지 않으면 안 됩니다. 무형의 법칙은 겉으로 드러난 게 아니라 속에 숨어 있게 마련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3신이 4상을 뒤집어 쓴 것이요, 그것은 12지지로 상징합니다. 그런 12지지의 중심은 13입니다. 그러기에 13을 가리켜 天有라고 합니다. 13은 자전과 공점이 일치하는 절대평등을 상징합니다. 대순전경 9장 16절에 이르기를 ‘내가 장차 열석 자의 몸으로 다시 오리라’고 한 말씀은 이를 가리킨 것입니다.
항간(巷間)에서는 ‘열 석자의 몸’을 가리켜 실제로 증산께서 다시 지상에 강림하실 적의 몸인 것처럼 믿고 있는 부류(部類)도 있지만, 그건 마치 예수가 다시 육신으로 재림할 걸 믿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예수의 탄생도 그렇고 부활도 그렇고 모두가 ‘영적인 것’이라고 성경에는 기록을 한 것처럼, 열 석 자의 몸도 역시 같은 것입니다. 13자는 절대평등을 가리킨 것으로 그 핵심은 ‘시천주(侍天主)’입니다. 즉 자성에 천주를 모실 적에 비로소 모든 차별과 비교지심으로부터 벗어나 평등심으로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그 속으로 들어가는 문이 바로 ‘지기금지원위대강‘이라는 8대문입니다. 1절의 80첩을 드러내는 문이 바로 8대문입니다.
8대문은 낙서 시절에도 있었습니다. 1감수, 2곤지, 3진뢰, 4손풍, 5중앙, 6건천, 7태택, 8간산, 9리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시천주한 상태가 아니었기에 대병과 소병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을 고쳐서 새로운 8대문을 만들었으니 그것이 바로 용담8괘입니다. 그것은 2곤지, 3감수, 4태택, 5진뢰, 6중앙, 7손풍, 8간산, 9리화, 10건천인데, 낙서와 합하여 11귀체를 이룬다는 것은 이미 많이 언급한 바 있습니다. 11귀체가 3신이 함께한 시천주(侍天主)를 의미하고 있으니 대병과 소병이 다 물러가게 마련입니다.
‘기도’의 핵심은, 한 마디로 ‘하늘에서 뜻이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뜻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수리로 말할 것 같으면 5가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는 뜻입니다. 5는 곧 5행을 가리키는데, 현무경 상편에서는 ‘5經’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평면을 가리키는 것이고, 땅에서는 모든 것이 입체적인 상태가 되기 때문에 입체의 중심인 7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7이 3계로 벌어진 상징수가 바로 21자 주문입니다.
이것을 천간으로 말할 것 같으면, 5는 戊이고 7은 庚입니다. 그 사이에 己가 들어갑니다. 선천 낙서의 중심에는 戊己가 있었는데, 후천에서는 5자리로 6이 들어가면서 7을 세워주어야 하니 己와 庚이 중궁으로 들어갑니다. 이처럼 ‘기도’의 답은 ‘己庚’이 중궁에 세워지는 일입니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변화가 머리를 들게 마련이니 이로써 대병과 소병이 모두 치유가 됩니다. 새로운 변화는 낙서의 시두였던 壬子가 癸巳가 되고, 그로부터 13도가 흐르면 갑오, 을미, 병신, 정유, 무술, 기해, 경자, 신축, 임인, 계묘, 갑진, 을사에서 자전과 공전이 일치를 하게 되니 ‘을사 좋다(얼싸 좋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로부터 선천의 3원두가 아닌 5원두의 시두와 세수가 나오게 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개벽주가 13자의 몸으로 다시 오셨습니다. 개벽주의 몸은 사지가 달린 육신을 가리킨 것이 아니라, 日月이 13도로 운행하는 법도를 가리킨 것입니다.
개벽주는 음양의 동정을 가장 기초로 하여, 순음과 순양인 건곤을 성명(性命)쌍수를 하면서, 하늘을 보좌로 땅을 발판으로 삼고, 일월성신을 이목구비로 삼고, 석토화수를 사지로 삼으며, 5행과 7성을 5욕7정으로 하고, 6기와 12기운을 6식과 12경락으로 하며, 8괘를 8절로 삼았으니 아무리 열 석 자의 몸이 크다고 하여도 어찌 진정한 개벽주의 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몸은 크기로 말하자면 그 어느 것보다 크고, 작기로 말하자면 그 어느 것 속으로 들어가지 못할 것이 없다. 즉 개벽주의 13자의 몸은 육신적인 형상이 아니라 대자연의 영원한 법도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