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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상생과 상극 14 - 火生土

영부, 精山 2013. 5. 3. 09:15

火生土를 ‘불이 타면 재가 남는데 그 재가 쌓이면 土가 된다’고 하는 논리와 비교해 보아도 이 말은 일리가 있다. 불에 타서 사물이 사라진 자리를 보면 아무 것도 없는 게 아니라 재가 남지 않는가? 재를 ‘0’이라고 하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은가?

 

4상은 자신만의 고유한 색(色)을 가리킨다. 여기서의 색은 육안으로 보는 걸 가리키는 게 아니라, 욕심으로 얼룩진 마음의 때를 가리킨다. 그 색을 벗어낼 적에 비로소 공(空)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것이 불교의 이론이다. 그 공을 상징하는 색이 바로 재색( = 灰色)이다. 잿물은 예부터 옷의 때를 벗겨내는 용도로 사용했으니 이 또한 신기한 일이 아닌가?

 

스님들이 회색 옷을 즐겨 입는 이유는 이런 것과 맥락이 닿는다. 화생토로 생긴 재는 바로 번뇌와 욕망이라는 허상의 탈을 벗어 던진 상징이다. 사물은 1, 6水에서 형상이 생성되기 시작하고, 2, 7火에서 소멸한다. 소멸한다는 것은 본래의 土로 돌아간다는 뜻이요, 이를 상생의 등식으로 표현하면 당연히 火生土라고 해야 한다. 이것을 수리로 나타낸다면 1(6) - 1(6) = 0, 2(7) - 2(7) = 0, 3(8) - 3(8 = 0, 4(9) - 4(9) = 0, 5(10) - 5(10) = 0이다. 여하튼 火는 모든 것을 불살라 버려 土로 되돌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화생토라고 한다.

 

또 하나의 답이 있다면, 첫째 의문을 논하면서 언급했던 삼천양지와 연관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火와 金 사이를 명료하게 대비시켜 주는 것이 있다면 水와 木의 사이일 것이다. 火와 金 사이는 소양 7(2)와 태양 9(4)가 합하여 6이 되고, 水와 木 사이는 소음 8(3)과 태음 6(1)이 합하여 4가 된다. 즉 서남방의 합은 6이 되고 동북방에는 4가 되니, 서남방은 參天이요, 동북방은 兩地가 되는 셈이다.

                                          

                                               5                       2火                      6

 

                                                           3木                  4金

 

                                                4                      1水                       5

 

위 표에서 보는 것처럼, 동북방의 水와 木의 합 4는 生수이고, 서남방의 火와 金의 합 6은 成數다. 또한 4는 평면적인 테두리요, 6은 입체적인 테두리다. 생수와 성수의 사이에서 생성의 매체 역할을 하는 것이 土다. 4는 5를 포함할 수 없으나, 6은 5를 포함한다. 그러기 때문에 5는 2와 4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또한 동북방에서는 1이 3으로 3배가 되는데 반해, 서남방에서는 2가 4로 2배가 된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무형의 변화는 3배가 되고, 유형의 변화는 음양으로 벌어지니 2배가 된다. 이를 가리켜 ‘陽은 三倍變之하고 陰은 二倍乘之’한다고 한다. 즉 동북방에서는 양적인 변화를 하는데 이는 氣를 위주로 하고, 서남방은 음적인 변화를 하는데 이는 理를 위주로 한다. 그런 까닭에 ‘氣東北而固守하고 理西南而交通’이라고 주역에 기록을 하였다.

 

火와 金 사이에 土가 존재하는 데에는 이와 같은 뜻이 들어 있으니, 이를 황제내경을 인용한다면 ‘天以陽生陰長 地以陽殺陰藏 제66편 天元紀大論’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늘은 양으로 生을 하고 음으로 자라나게 하지만, 땅은 양으로 숙살하고 음으로 저장한다고 하였으니, 이는 하도의 동북방에서 1, 3으로 생을 하고 6, 8로 성장을 시키며, 서남방에서 7, 9로 숙살을 하며 2, 4로 저장 하는 걸 그대로 말해준다.

 

그럼, 火生土의 주동자는 2火일까? 아니면 7火일까? 저장하는 2음은 生하는 3을 얻어 5토가 되고, 또한 성장시키는 8을 얻어 10이 된다. 숙살하는 7은 生하는 3을 얻어 10에 이르고, 성장하는 8을 얻어 15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