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약유장(藥愈章)
* 1절
聖 聖 聖 身 子 父
大 仁 元 大 亨 義 利 無 貞 病 奉 死 天 生 地 辦 道 斷 術 |
(풀이 : 성부, 성자, 성신은 원형이정으로 천지도술을 받들어 사생판단을 하니 대인, 대의는 병이 없느니라)
약유장은 말 그대로 약을 써서 병을 낫게 한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곧 선천의 무도의 상징이었던 망기부자와 망기군자와 망기사자를 고쳐서 聖父와 聖子와 聖身을 세우는 일입니다. 성부는 太歲를 가리키고, 성자는 日辰이며, 성신은 세수가 됩니다. 성부, 성자, 성신을 나란히 한 줄로 기록한 것은, 후천에서는 아무런 차별이 없는 무등세계가 된다는 뜻입니다. 선천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상하수직의 관계가 되어 남존여비(男尊女卑), 부창부수(夫唱婦隨)가 미덕이었으나, 후천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동등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성부, 성자, 성신이라면 성경에도 등장하는 문구입니다. 다만 성경에서의 성신은 聖身이 아닌 聖神이라는 게 다르지만, 그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느 것이 됐건 셋이 하나가 된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무경에서는 그걸 더 구체적인 도수로 얘기를 했다는 게 다릅니다.
선천에서도 물론 자녀가 있었으나, 그것을 성자(聖子)라고 하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천지가 볼 적에는 아직 인간이 어린 상태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천지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에 장성한 자녀라고 하려면 결혼을 해서 분가를 해야 합니다. 즉 천지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들이 서로 싸우지 않고 진정한 화평으로 상부상조하는 세상이 될 적에 ‘다 큰 자녀’로 인정을 하게 마련입니다. 이런 상태를 가리켜 聖子라고 합니다.
성자가 등장하면 비로소 성부와 성신도 함께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이를 가리켜 문왕도의 동방에 있던 3진장남이 용담도의 서북방 5진뢰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장남은 자녀의 대표인데 아버지 6천건의 자리를 물려 받았으니 이는 곧 다 큰 상태를 가리키고, 맞은 편 동남방에 있는 7손장녀와 더불어 개벽을 주도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본래 이 자리는 3음 戌亥 곤(坤)이 있는 곳인데, 음이 다 하면 양이 시생하는 원리에 따라 진장남이 그리로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낙서의 정동방 卯位에 있던 3진장남이 戌位로 자리를 옮겨 辰戌의 사이에서 1양을 시생하니, 이는 곧 진술축미 地軸으로 자오묘유 天軸이 들어가니 이것은 己卯와 己酉로 聖身을 이룬다는 뜻이고, 人軸인 인신사해로 진술축미 지축이 들어가니 이것은 己未가 성부가 되며, 己丑이 성자가 된다는 말입니다.
원형이정은 본래 하늘인 乾道를 가리킵니다. 선천의 천축인 자오묘유가 후천에는 지축인 진술축미와 합하므로 홀로 외로이 지내던 천지가 한 몸을 이루니 이로써 새로운 후천의 원형이정이 생깁니다. 이를 가리킨 것이 바로 약유장 1절의 ‘성부, 성자 성신 원형이정’입니다. 봉천지도술도 마찬가지이니 셋이 하나로 단일화한 상태에서 도술이 나온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선천의 죽은 곳에서 새로운 생명이 부활하게 된 셈이니 이를 가리켜 사생판단이라고 하였습니다.
생사판단은 生에서 死로 가는 판단이지만, 사생판단은 死에서 生으로 가는 판단입니다. 생사판단은 낙서의 상극문명을 만들었으나, 사생판단은 용담의 상생, 상극 합덕문명을 만듭니다. 상생만 있어서도 안 되고, 상극만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 온전한 생명의 실상인데, 그것이 바로 합덕문명입니다.
사생판단을 굳이 줄을 바꾸어 따로 기록한 것은, 그것이 예전 낙서의 四正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이는 곧 천축과 지축, 인축이 서로 하나로 얼키는 상태를 가리킨 것인데, 음이 양으로, 양이 음으로, 남방이 북방으로, 동방이 서방으로 바뀐 상태입니다. 일부선생은 正易에서 선후천의 음양만 바뀐 것으로 기록했으나, 개벽주는 거기에 더하여 천하의 방위마저 바꾸었으니, 이로써 진정한 개벽이 이루어졌습니다.
동방과 서방이 하나 되면 동방의 仁과 서방의 義가 하나 된 셈이니 이를 가리켜 大仁大義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의와 인이 하나 되지 못하고, 의를 앞세우니 仁이 흔들리고, 仁을 앞세우면 義가 퇴색하는 등, 상극으로 보내기 일쑤였던 것을 후천에는 인과 의가 하나 되니 의와 인이 동시에 만족하게 마련입니다. 이를 가리켜 대인대의라고 하였습니다. 수운선생께서 甲申년에 탄강하신 이유도 후천 동학의 출발은 東方甲木과 서방 申金이 하나로 일관한 대인대의가 되어야 한다는 걸 일러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약유장 1절의 글자 수는 도합 25자인데, 이것은 24절국의 한 중심에서 體를 세우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더 정확하게 분석하면 ‘성부, 성자, 성신’의 6자와 ‘대인대의무병’ 6자가 경위로 十字를 이루고 있으며, ‘원형이정봉천지도술’ 9자와 ‘사생판단’ 4자가 수직으로 두 줄을 이루고 있습니다. 즉 선천의 천지의 중심에는 5행이 음양으로 벌어지는 5, 10을 중심에 세웠으나, 후천의 중심에는 천1, 지2, 인3을 합한 6이 음양으로 십자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성부, 성자, 성신’과 ‘대인대의무병’이라는 걸 일러주고 있습니다.
선천에서는 대자연의 법칙인 음양5행을 기준으로 하였으나, 후천에서는 땅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법이므로 6기를 기준으로 하게 마련입니다. 또한 ‘원형이정봉천지도술’ 9자는 과거의 9변과는 달리 후천에는 3신이 일관한 9변과 9복을 한다는 의미인데 ‘원형이정’으로 ‘봉천지도술’을 하게 된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선천에서는 원형이정으로 천지도술을 받들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다음에 ‘사생판단’ 4자를 따로 기록한 것은, 9 + 4 = 천유 13도라는 의미도 있지만, 4 × 9 = 36을 하게 된다는 뜻도 들어 있습니다.
또한 수평으로 쓴 ‘성부, 성자, 성신’ 6자를 제하면 나머지가 19가 적멸수가 나오는데, 이것은 十己 九庚이 후천 천간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는 뜻입니다. 선천에는 五戊 十己가 중앙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두터운 土만 있을 뿐, 土生金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이처럼 19가 중심에 자리를 잡으면 4방은 36궁이 벌어지는 셈이니 이를 가리켜 ‘36宮 都是春’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