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면밀하게 살핀다면 낙서의 1은 마주하는 9와 합하여 10을 이루고, 2는 마주하는 8과 합하여 10을 이루며, 3은 7과 합하여 10을 이루고, 4는 6과 합하여 10을 이룬다. 이처럼 8괘가 4방에서 10을 이루어 40이 되고, 중앙에는 5가 들어가 45를 이루는 것이 낙서다. 즉, 8괘가 모두 9변을 하고 있는데, 9의 중심 수가 5이기에 낙서의 중앙에 5가 들어갔다. 이처럼 낙서는 사물의 형상과 5행을 기준으로 한 하도와는 달리 사물의 9변에 기준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낙서의 변화를 가리켜 ‘낙서9궁로’라고 한다.
낙서 9궁로
1감수 - 2곤지 - 3진뢰 - 4손풍 - 5중앙 - 6건천 - 7태택 - 8간산 - 9리화
2곤지 - 3진뢰 - 6건천 - 1감수 - 5중앙 - 9리화 - 4손풍 - 7태택 - 8간산
3진뢰 - 6건천 - 9리화 - 2곤지 - 5중앙 - 8간산 - 1감수 - 4손풍 - 7태택
4손풍 - 1감수 - 2곤지 - 7태택 - 5중앙 - 3진뢰 - 8간산 - 9리화 - 6건천
5중앙 - 5중앙 - 5중앙 - 5중앙 - 5중앙 - 5중앙 - 5중앙 - 5중앙 - 5중앙
6건천 - 9리화 - 8간산 - 3진뢰 - 5중앙 - 7태택 - 2곤지 - 1감수 - 4손풍
7태택 - 4손풍 - 1감수 - 8간산 - 5중앙 - 2곤지 - 9리화 - 6건천 - 3진뢰
8간산 - 7태택 - 4손풍 - 9리화 - 5중앙 - 1감수 - 6건천 - 3진뢰 - 2곤지
9리화 - 8간산 - 7태택 - 6건천 - 5중앙 - 4손풍 - 3진뢰 - 2곤지 - 1감수
낙서 9궁로는 생각해 볼 여지가 매우 많다. 그러나 그것은 차후에 다시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은 낙서의 금화교역에 대한 걸 언급하는 게 순서다. 낙서는 마주하고 있는 숫자와 합하여 각기 4방에 10을 만드는데, 그것은 곧 상극을 하는 주된 이유가 10을 만드는데 있다는 걸 일러준다. 그래서 그럴까? 相克의 克(이길 극)이라는 글자를 보면 十을 머리에 이고 있는 兄(맏 형)의 형태다.
옥편을 보면 머리에 무거운 걸 이고 있어 다리가 구부정하게 굽은 상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어려운 난관을 이기고 나아가는 모습이라고 하여 ‘이기다’는 뜻으로 나와 있다. 이처럼 문자에도 十을 이루는 것이 克이라고 하였으니 신기한 일이 아닌가?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상극은 서로 물고 뜯고 대립하는 게 아니라 十을 세우기 위함이란 사실이다.
선천 물질문명은 十을 세우기 위한 필연적인 노정(路程)이다. 그것을 인생으로 비유하면 남녀가 장성하여 서로 짝을 찾아 十을 하려는 노정이라고 할 수 있다. 十은 본래 하도에 나타난 열 개의 숫자다. 그러나 그것은 5방으로 나열만 되었지, 十과는 거리가 멀었다. 즉 그것은 5방에서 十을 이루기 위한 기본적인 도구를 가리키고 있다. 그걸 풀이한 복희도에서는 사물의 형상이 최대한 벌어진 64괘상을 보여주고, 문왕도에서는 十에 이르기 위한 81변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十이 十까지 최대한 벌어진 100을 얘기한다. 그것이 용담도다.
금화교역은 十을 이루기 위한 필수적인 교환이다. 金이 단단해지려면 불가불 불속으로 들어가 연단을 받아야 하며, 불도 역시 그냥 형상을 태우기만 한다면 다 재로 돌아가게 하여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하지만, 金을 만나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게 마련이니 누이 좋고, 매부도 좋은 형국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