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맹자를 굳이 현무경에서 대조적인 선, 후천의 상징으로 삼은 가장 큰 이유는, 앞에서 열거한 사상의 차이도 있지만, 두 분의 이름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孔子의 孔(구멍 공)은 아직 여물지 않은 어린애의 숫구멍을 본뜬 상형문자입니다. 이것은 12지지 중에서 맨 처음에 1양에 해당하는 子를 가리킵니다. 이에 비해 맹자의 孟(맏 맹)은 뚜껑이 있는 그릇을 본뜬 문자입니다. 즉 공자는 선천의 子를 가리키고, 맹자는 후천의 子를 가리킵니다. 선천은 水에서 나온 물질문명이요, 후천은 火에서 나온 정신문명입니다.
선천의 시작은 子에서 출발하지만, 후천의 시작은 未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음부(陰符)는 未符로부터 그 형상이 출현하게 된 것입니다. 기초동량은 음기초인 ‘천지인신유소문 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에서 시작하지만, 정작 영부가 형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고, 미부에 이르러서야 그 형상이 드러나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선천의 물질문명은 서학에서 나온 것인데, 그것이 동방으로 와서 다시 빛을 발할 적에 비로소 동서가 하나 되는 ‘교민화민‘이 된다는 것이 약유장 3절의 내용입니다.
西有大聖人과 東有大聖人은 동서에 다 같이 대성인이 있다는 말이니, 선천에서처럼 동서가 서로 갈리지 않고 일원화가 된다는 말씀입니다. 과거에는 성인이 동방에만 있었으나, 후천에는 그런 구분이 없이 동서양이 모두 대성인으로 충만하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걸 일러주는 것이 바로 선천에는 陽局의 寅月세수였으나, 후천에는 陰局의 酉月세수가 된다는 것입니다. 선천에 동방에 있었던 寅이 서방으로 가고, 서방에 있던 酉가 동방으로 이동하게 되니 동서양이 이로써 합일하여 대성인이 나온다는 뜻입니다.
이걸 가리켜 우리 조상들은 아득한 옛날부터 ‘辰巳之間에 聖人出’이라고 하였습니다. 辰位로 酉가 들어가고, 巳가 子位로 들어가니 酉는 세수가 되고, 巳는 時頭가 된다는 뜻입니다. 人軸의 머리인 巳가 天軸의 머리였던 子로 들어가니 侍天主로 거룩한 大聖人이 되고, 地軸인 辰으로 天軸인 酉가 들어가 세수로 화하니, 이로써 이화세계가 벌어지니 이를 가리켜 오미(午未)에 낙당당(樂堂堂)이라고 하였습니다.
* 약유장 총론
약유장은 병세장의 진단대로 약을 처방한 내용입니다. 약유장은 3절로 이루어졌는데, 1절은 佛法이요 2절은 仙法이며 3절은 儒法의 처방입니다. 그렇게 보는 근거로는 역시 수리로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1절의 글자 수를 보면 25자입니다. 그것은 ‘성부 ~ 사상판단’이라는 19자 적멸수라는 佛數와 ‘대인대의무병’이라는 중심 수 6을 합한 셈입니다.
19를 천간으로 말한다면 己(10)庚(9)이 되는데, 용담의 중심으로 6이 들어가는 걸 가리킨 것이 바로 19 + 6 = 25자입니다. 이것은 낙서의 6건천에서 선천의 하늘과 땅이 무너져 후천이 시작한다는 걸 의미하는 것으로, 후천 24절국의 중심을 상징하는 수로 25자가 된 것입니다. 25를 3계에 펼치면 75가 되고, 그것은 용담의 첫 수 2와 낙서의 끝 수 9가 착종한 상태이므로 29를 더하면 상편 적멸장의 글자 수 104자가 나오니 이 또한 약유장 1절이 불법을 가리킨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약유장 2절은 1절의 25자에 중앙수 6을 더한 상태를 가리킨 것이므로 도합 31자로 되어 있습니다. 그 역시 3계로 벌어지면 93이 되고, 거기에 역시 29착종수를 더 하면 상편 허무장의 글자 수 122가 나오니, 仙法을 의미합니다. 31자는 천지인 3계의 十方을 모두 진압한 ‘삼계복마대제신위원진천’의 중심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것은 곧 세상에 충, 효, 열이 없어진 걸 바로 잡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약유장 3절은 2절의 31에 중앙수 6을 더한 37이 나옵니다. 그 역시 3계로 벌어지면 111이 되고, 거기에 29착종수를 더하면 상편 이조장의 글자 수 140이 나오니, 이는 곧 儒法을 가리킵니다. 37은 천지인 3계의 땅(12)에 하늘의 뜻이 이루어진 상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상적인 인간의 탄생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동서의 대성인을 상징하는 동학과 서학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