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복희 8괘
* 팔괘의 형성
하도가 출현 한 지 103년이 되던 해에 그것을 풀이하여 세상을 밝게 한 성인이 나오셨으니 그가 바로 복희(伏羲)씨다. 당시에는 문자가 없어서 8괘로 그 의미를 전했다고 하는데, 단순히 그런 건 아니다. 문자에 담지 못하는 심오(深奧)한 이치를 담는 이상적인 것으로 괘상(卦象)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괘상은 8괘의 상을 가리키는 용어인데, 상(象)은 어떤 사물이 그 모습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드러내기 전에 미리 나타나는 기미(幾微)나 조짐(兆朕)을 의미하며, 그것을 그린 부호를 가리켜 괘라고 한다. 괘상은 소성괘의 경우 3효로 나타내는데, 그 이유는 천지인 3계가 각기 상(象)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괘는 굳이 여덟 개를 기본으로 할까? 모든 것의 근원은 한 점(點)이다. 천부경의 첫머리 ‘一始’의 1은 바로 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그것은 모든 사물의 中心에 있다. 중심은 十의 가운데를 가리키다. 여기서의 十은 천지인이라는 삼극이 한데 어울린 모습을 가리킨다. 음양이라는 두 개의 선이 어울려도 역시 十이 되지만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중심은 아니다. 이런 것은 다른 데서 많이 언급을 하였는데, 우주를 한 통의 수박으로 비유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수박의 출발은 중심의 한 점(씨)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므로 그 한 점을 찾지 못하면 아무리 수박을 많이 소유하고 있을지라도 참 된 근원을 모른다. 나를 한 통의 수박에 비유한다면 한 중심의 씨는 ‘마음씨’가 된다. 마음씨를 모르면 참 나를 모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부터 한 통의 수박을 갈라보자.
수박을 가르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박의 한 중심점을 찾기 위해서다. 중심점은 十字의 형태를 취하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중심은 결코 혼자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심의 中이라는 글자부터 그런 걸 가리키는데, 옛날에 큰 일이 생기면 깃발을 꽂아 사람들을 모이게 한 걸 상형(象形)한 것이 中이다. 즉 한 개 이상의 것들을 하나로 모이게 하는 역할을 하는 상징이 中이다. 수박이 아무리 크다고 하여도 그것을 하나로 모이게 하는 중심점만 찾으면 그 근원을 찾은 셈이다. 중심점을 찾으려면 반드시 세 개의 선이 필요하다. 이를 천부경에서는 析三極이라고 하였는데, 다른 말로 삼대축(三代軸), 혹은 三神이라고도 한다. 삼극을 괘로 그리면 3효(三爻)가 된다. 세 개의 선은 필연적으로 여덟 개의 수박조각을 갈라놓는다. 이 여덟 개의 조각을 가리켜 8괘라고 한다.
8괘가 각기 3효로 이루어진 데에는 이와 같은 이치가 들어 있다. 이것을 하도의 수리와 연결시킨다면 동방의 3, 8木이 된다. 즉 모든 사물을 밝게 가르고 형상으로 드러내는 곳은 동방이라는 뜻이다. 사실 역학은 동방에서 발생했다. 그중에서도 내면에 3신을 품고 겉으로는 8도로 국토를 분할하여 다스린 나라는 조선이었다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