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위탁장(委托章)
暗 知 近 天 天 幷 日 下 下 務 日 之 之 道 本 勢 勢 通 文 者 者 神 有 有 武 天 天 神 下 下 之 之 死 生 氣 氣 |
(풀이 : 천하의 정세를 아는 자는 천하의 생기가 있고, 천하의 정세에 어두운 자는 천하의 사기가 있느니라. 근일 일본의 문신과 무신이 함께 어울려 일을 행하여 도통을 하느니라)
위탁장의 총 글자 수는 36자이니, 이것은 조선을 36년 간 일본에 위탁한다는 공사의 내용입니다. 위탁장이라고 한 이름은 이래서 생긴 것입니다. 개벽주께서는 ‘천하가 없어도 조선만 있으면 된다’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만큼 조선은 우주의 핵에 해당합니다. 朝鮮이라는 국호 자체가 그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朝는 ‘아침’이라고 하는데, ‘처음, 알현(謁見)하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즉 모든 것의 처음이라는 뜻이니, 이는 곧 태극을 가리킵니다. 우리의 국기가 태극기라고 하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朝는 天十과 地十 사이에 日月이 좌우로 벌어진 모습이니, 이것은 북희도의 上天下地, 左日右月과 같은 모습이 아닌가요? 이처럼 朝에는 우주만물의 형상을 그대로 담고 있는 동시에 그것을 처음으로 창조한다는 암시가 들어 있습니다. 또한 鮮은 ‘곱다, 적다’는 의미가 있는데, 물고기(魚=子)와 상서로움을 가리키는 羊이 합한 글자입니다. 즉 子가 未로 들어가는 걸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처럼 朝鮮이라는 글자에는 이미 우주조정이라는 상서로운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개벽주 생존 당시의 조선은 국운이 쇠약할 대로 쇠약해 졌으며, 탐관오리들이 매관매작으로 백성들의 생활은 궁핍하였고, 쇄국(鎖國)정책으로 인해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할 길이 없을 정도로 국력이 미약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조선을 위한 머슴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개벽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명과 종도들과 상의한 끝에 첫 번 째 머슴을 일본으로 삼고, 두 번 째 머슴은 미국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첫 머슴은 품삯을 주지 않아도 36년이 지나면 저절로 물러갈 것이라 했고, 둘째 머슴은 품삯을 주어야 한다는 말씀도 했다고 합니다.
여하튼 위탁장은 당시의 허약한 조선을 일본에 위탁한다는 내용으로 볼 수 있는데, 글자 수가 36자로 하였으니, 이는 36년 간 위탁한다는 뜻입니다. 하필이면 왜 일본에게 조선을 위탁하느냐는 의구심이 들겠지만, 일본은 본래 우리핏줄이며, 임진란을 일으켜 조선을 지배하려던 한이 수포로 돌아간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조선강토에 묻힌 일본사람들의 해원을 하는 의미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라사(러시아)나 중국에 위탁을 하자는 종도들의 의견도 있었으나, 개벽주께서는 일본이 가장적합하다는 판단을 하셨다고 합니다. 물론 여러 가지의 뜻이 있겠지만, 日本이라는 이름도 한 몫을 했다고 봅니다. 일본은 ‘태양의 근본’을 가리키는 것으로, 선천 물질문명의 상징인 태양으로부터 후천문명으로의 인수인계를 받는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들어 있습니다.
일본은 이미 명치유신을 통하여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여 당당하게 전 세계의 열강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하였으나, 조선은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이리저리 채이는 운명에 처해 있었으니, 천하의 정세를 모르면 死氣가 깃든다는 말씀을 하시게 된 것입니다.
<壯根에게 명하여 식혜(食醯)한 동이를 빙어 넣으라 하사 이날 밤 초경(初更)에 식혜를 널버기에 담아서 잉경 밑에 넣으시고 가라사대 회문(回文)산에 오선위기혈(五仙圍碁穴)이 있으니 이제 바둑의 원조 단주(丹朱)의 해원도수를 이곳에 붙여서 조선국운을 돌리려 하노라 다섯 신선중에 한 신선은 주인이라 수수방관(袖手傍觀)할 따름이요 네 신선이 판을 대하여 서로 패를 들쳐서 따먹으려 하므로 시일만 천연하고 승부가 속히 나지 아니한지라 이제 최수운을 청해 와서 증인으로 세우고 승부를 결정하려 하노니 이 식혜는 곧 최수운을 대접하려는 것이로다 너희들 중에 그 문집(文集)에 있는 글귀를 아는 자가 있느냐 몇 사람이 대하여 가로대 기억하는 구절이 있나이다 개벽주 양지에 걸군굿 초라니패 남사당 여사당 삼대치라 쓰리며 가라사대 이글이 주문이라 외울 때에 웃는 자가 있으면 죽으리니 주의하라 또 가라사대 이글에 고저청탁의 곡조가 이싼니 외울 때에 곡조에 맞지 아니하면 신선들이 웃으리니 곡조를 잘 맞추어라 하시고 개벽주 친히 곡조를 맞추어 읽으시며 모두 따라 읽게 하시니 이윽고 찬 기운이 도는 지라 개벽주 읽기를 멈추시고 가라사대 최수우이 왔으니 조용히 들어보라 하시더니 문득 잉경 위에서 가장이 엄숙하면 그런 빛이 왜 있으리요 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거늘 가라사대 이 말이 어디 있나뇨 한 사람이 가로대 수운가사에 있나이다 개벽주 잉경 위를 향하여 두어 마디로 알아듣지 못하게 수작(酬酌)하신 뒤에 가라사대 조선을 서양으로 넘기면 인종이 다르므로 차별과학대가 심하여 살아날 수 없을 것이요, 청국으로 넘기면 그 민중이 우둔하여 뒷감당을 못할 것이요, 일본은 임진난 후로 도술신명들 사이에 척이 맺혀 있으니 그들에게 넘겨주어야 척이 풀릴지라 그러므로 그들에게 일시 천하통일지기(天下統一之氣)와 일월대명지기(日月大明之氣)를 붙여주어 역사를 잘 시키려니와 한 가지 못 줄 것이 있으니 곧 어질 仁자라 만일 그것까지 붙여주면 천하는 다 저희들의 것이 되지 않겠느냐 그러므로 어질 인자는 너희들에게 붙여 주노니 오직 어질 인자를 잘 지키라 너희들은 편한 사람이요 저희들은 곧 너희들의 일꾼이니 모든 일을 분명하게 잘 하여주고 갈 때에는 품삯도 못 받고 빈손으로 돌아가리니 말 대접이나 후하게 하라(대순전경 4장 2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