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수와 2, 7화, 3, 8목, 4, 9금, 5, 10토 등은 대부분 잘 알고 있으나, 하늘의 4상인 1건천, 2태택, 3리화, 4진뢰가 땅에서는 각기 5손풍, 6감수, 7간산, 8곤지로 화한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본래 우주의 형상은 무형과 유형으로 크게 나눈다. 무형은 하늘에 있으니 하늘의 4상이라 하고, 유형은 땅에 있으니 땅의 4상이라고 한다.
하늘과 땅은 본래 한 몸이다. 그것은 마치 인체의 마음과 육신의 관계와 같다고 할 수 있으니, 하늘의 4상은 마음의 형상이요, 땅의 4상은 육신의 형상이다. 무형과 유형은 동일하게 4상으로 이루어졌으니, 그 이유는 둘 다 음양에서 비롯하였기 때문이다. 음양은 다시 음양으로 나누어지니 이를 4상이라고 한다. 무형이라고 하여 존재가 없는 건 아니다. 마음이 무형이라고 하여 존재가 없다고 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무형이기 때문에 유형처럼 분간하기가 쉽지 않을 따름이다. 그렇다면 무형의 존재를 간파하는 방편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유형을 살피는 게 요령이다. 보이는 걸 통해서 안 보이는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편이다.
따라서 땅의 4상을 통해서 하늘의 4상을 추측해 보는 것이 요령이라고 하겠다. 1건천은 순양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땅에서 드러나면 5손풍이 된다. 하늘의 형상을 실감하기 위해서는 바람을 느끼는 게 제일 좋다. 5손풍은 ‘바람’이다. 땅의 물질 중에서 가장 맑고 가벼워 무형에 가까운 것이 바람이다. 괘상을 보아도 알 수 있으니, 땅의 음에서 생긴 양인 소양 중에서 다시 양으로 화한 ☴의 괘상이다. 즉 땅에서 생긴 것 중에서 가장 순양에 가까운 것을 가리켜 바람이라고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하늘에서 생긴 음중에서 가장 강한 것은 번개라고 한다. 그걸 4진뢰라는 괘상으로 나타내는데, 그것은 본래 하늘에서 생긴 음인 소음 중에서도 음에 속하는 ☳이라는 상으로 나타난다. 음의 속성은 본래 한 곳으로 모이는 성질이 강하다. 그것은 분산을 속성으로 하는 하늘에서 보면 매우 위험한 일이기에 하늘은 그걸 흩어버리게 마련이다. 그런 현상이 바로 벼락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것은 음기의 집합인 땅을 뒤엎어버리려고 하는 바람과 상대적인 현상이다.
2태택은 에서 생긴 음☱의 형태이니 하늘에서 가장 순수한 음이다. 그러기에 2태택을 가리켜 태음(太陰)이라고 한다. 8괘 전체로 볼 적에 태양은 건괘요, 태음은 곤괘로 보는 것과는 경우가 다르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그것은 천지를 모두 합하여 본 것이지만, 하늘의 4상만으로 본다면 2태택을 태음이라고 한다.
하늘에서 가장 순수한 음이라면 그 형상은 거의 무형에 가까워야 하고, 부드러워야 하며, 차갑기도 하고, 어둡기도 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허공의 습기다. 습기의 모임을 택(澤)이라고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땅에서 나타난 가장 순수한 양은 7간산이다. 7간산은 4상중에서 태음을 바탕으로 한 양이므로 ☶이라는 괘상으로 나타난다. 태음은 본래 음중에서도 가장 큰 음이요, 고정된 것이니 대지라고 한다. 그것이 땅에서 물질로 나타나면 아주 맑으면서도 차가운 물로 화하는데 그것을 감☵이라고 한다.
음중에서 가장 맑은 양은 물이다. 그것은 강하게 끌어당기는 구심력으로부터 물을 적당히 분산하여 물답게 만들어주는 내면의 1양의 힘이 있기 때문에 그런 형상을 취한다. 이처럼 4상중에서 태양(=)을 바탕으로 한 건괘와 태괘는 땅에서 소음(혹은 소양)을 바탕으로 한 손풍과 감수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