壬은 5행으로 보면 1陽水, 혹은 天水라고 한다. 天水는 오염되지 않은 생명수를 가리킨다. 그러기 때문에 壬에는 任(맡다), 妊(아이 밸 임)이라는 의미가 있다. 숫자의 순서로 본다면 9壬水라고 하는데, 단단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9金의 이미지를 내포한 水가 된다. 마지막으로 癸는 6陰水, 혹은 地水라고 하는데, 壬水에 비하면 탁한 물이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10癸水이니, 10土의 土는 본래 탁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간략하게 1에서 10에 이르는 숫자를 5행과 순차적인 배열에 대한 것으로 나누어 비교해 봤다. 그 결과, 전혀 어울리지 못할 것처럼 보이던 것이, 나름대로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이 바로 숫자다. 숫자에 대한 중요성은 필설로 형언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하늘은 3대 상서의 으뜸인 하도를 열 개의 숫자로 보여주기까지 했으랴!
그런 점에서 1에서 10에 이르는 숫자를 좀 더 깊숙이 살필 필요가 있다. 우선 1에 대한 것을 살펴보자. 5행으로 본다면 1은 壬水라고 한다. 壬은 ‘양쪽으로 날이 있는 도끼를 본뜬 문자’로 옥편에는 나와 있다. 그 모습은 천지인이 하나로 연결된 王과 비슷한 모습인데, 중앙에 있는 人이 튀어 나온 게 王과 다르다. 王은 3획이 모두가 일정한 길이인데, 이것은 3극을 차별이 없이 다스리는 존재를 묘사한다. 이에 반해 壬은 중간이 긴 형태를 취하고 있으니, 천지가 人을 속으로 밴 모습과 흡사하다. 그래서 壬에는 ‘배다, 조심하다, 아첨하다’ 등의 뜻이 들어 있다. 하도의 북방에 있는 1壬水는 6이라는 동지(冬至)에서 갓 태어난 아이와 같으므로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보자. 도대체 북방의 1임수는 어떻게 해서 나왔을까? 물론 1 이전은 ‘0’이니까 ‘1은 0에서 나왔다’고 하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아무 것도 없는 0이 어떻게 해서 1을 탄생시킬까? 상생의 원리대로 한다면 마땅히 金生水를 통해서 1水가 나왔다고 해야 한다. 그렇다면 4金에서 1이 나왔다고 하든지, 아니면 9金에서 1이 나왔다고 해야 할게 아닌가? 그렇다면 0에서 1이 나왔다고 하는 것과 4, 9金에서 1이 나왔다고 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맞는 말일까?
0에서 나왔다고 하는 건 1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모든 수는 다 0에서 나왔다. 그러나 1, 6水는 4, 9금에서만 나온다. 즉 0에서는 상생은 물론, 상극도 있고, 상생과 상극이 합덕한 것도 있는 등, 모든 5행이 맞물려 이루어진다. 하도의 수 - 목 - 화 - 토 - 금도 그렇고, 낙서의 수 - 화 - 금 - 목 - 토도 그렇고 모두가 5행이 서로 맞물려서 벌어진다. 이처럼 0에서 모든 수가 나왔다고 하는 것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하는 소리라면, 금생수로 인해 1이 나왔다고 하는 것은 개체적인 맥락에서 하는 소리다.
이렇게 본다면 두 개의 사안은 전혀 별개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심사숙고를 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것은 0을 평면적인 것으로 보지 말고, 입체적인 구형(球形)으로 보아야 한다. 우주는 본래 입체적인 것이 아닌가? 공과 같은 구형으로 본다면 0은 반드시 3극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은 수박을 가르면서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