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0은 어떻게 해서 북방의 1壬水를 낳았는가 하는 문제로 돌아가자. 앞에서 하도의 중심에 있는 다섯 개의 흰점에 대한 그림을 살펴본 결과, 흰점 하나하나에는 동일하게 음양(2)과 3극(3)이 들어 있다는 걸 알았다. 그것은 아무리 많은 점들로 벌어져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곧 모든 사물에는 반드시 음양과 3극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북방 1壬水는 0이 본래 지니고 있던 음양의 한 단면이 아닌가? 0에는 그것만 있는 게 아니라, 나머지 2, 7화, 3, 8목, 4, 9금이라는 것도 한 몸으로 이루고 있다. 몸뚱이가 있는데, 그 속에 5장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만약 “몸뚱이가 신장은 어떻게 만들었느냐?“는 질문을 한다면 좀 이상하지 않는가? 신장 자체가 몸이 아닌가?
따라서 애초부터 0이 모든 수를 만들었다고 하는 개념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건 ‘모든 수는 0의 발현(發顯)이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게 정확하다. 그렇다면 금생수나 수생목, 목생화와 같은 상생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것도 역시 마찬가지다. 0속에 들어 있던 여러 가지 요인(要因)들이 때로는 서로 돕고, 때로는 서로 자극을 주면서 일체를 이루는 상황이 바로 상생과 상극이다. 몸 안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상생과 상극을 하면서 인간의 목숨도 부지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이번에는 0과 十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0에서 숫자가 생긴다고 하는 것과 十에서 생긴다고 하는 것은 같은 말일까? 아니면 다른 말일까? 이걸 극명(克明)하게 일러주는 것은, 1 + 2 + 3 + 4 = 10이 되지만, 0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다시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10은 두 개의 5가 합한 상태이지만, 0은 5가 없다. 5가 없다는 말은, 5행이 없다는 말이다. 이걸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왜 하도의 중심에 十은 있으나 0이 없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중심에 0을 집어넣으면 5행이 없다는 말이니, 그것은 아무런 형상과 변화가 없다는 뜻이 된다. 그건 그냥 죽음이다.
7
◯
2
8 ◯ 3 5 ◯ 10 4 ◯ 9
1
◯
6
이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4방에 포진한 1, 2, 3, 4는 하도의 중심에 있는 10에서 갈라진 숫자다. 즉 부모에게서 갈라진 자녀들이다. 十의 丨(1 + 4)양은 아버지의 5행이요, 一(2 + 3)음은 어머니의 5행이다. 이처럼 1, 2, 3, 4라는 네 개의 숫자가 합하면 十을 만든다고 하여 生數라고 한다. 성수는 6, 7, 8, 9인데, 이를 합하면 30이다. 이것은 天10, 地10, 人10을 합한 수다. 생수의 합은 10이요, 성수의 합은 30이다. 이건 무얼 의미할까? 生數는 말 그대로 형상을 낳는 상징수다. 형상을 낳기 위해서는 음양이 합하는 十을 하는데, 그건 생명을 낳는 가장 기본이기에 생의 합이 된다. 천지인 3신이 각기 十을 지니게 되면 비로소 3신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 기본이 성립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달리 말한다면 5행이 6허에 충만한 5 × 6 = 30이다. 혹은 6기가 5행으로 충만한 상태라고 볼 수도 있다. 5는 9변(1 ~ 9)의 중심이요, 6은 9복(2 ~ 10)의 중심이므로 30은 9변과 9복의 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