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심부름센터 찾아갔다" 엄마의 고백

학교폭력 해결 심부름센터에 의뢰하자 '3일에 150만원'
"학교·경찰도 있으나 마나… 삼촌 찾아가니 해결" 분통
한국일보|한국아이닷컴 김지현기자|입력2013.06.03 11:39|수정2013.06.03 12:15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학생이 크게 늘면서 괴로움을 견디다 못한 피해 학부모가 심부름센터에 '해결'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 유명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학교폭력 심부름센터에서 해결했어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중학교 3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둔 엄마라고 밝힌 A씨는 심부름센터에 의뢰한 후 남편과 갈등을 겪는 고민을 털어놓아 관심을 받았다.

A씨의 글에 따르면 A씨 아들은 2년 전 중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줄곧 학교폭력에 시달렸다. 초등학생 시절만 해도 성실하고 잘 웃고 까불던 아들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눈에 띄게 말수가 줄었고,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하더니 화가 나면 방에서 물건을 집어던지는 일도 잦았다.

A씨는 엄마의 직감으로 아들이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그는 "용돈을 자주 달라거나 옷을 사달라고 조르는 일이 잦아지면서 아들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걸 눈치 챘다. 아들이 중학교 1학년 때 붙잡고 다그쳤지만 그 이후로 나와 말을 안 했다. 학교도 찾아갔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들과 대화 없이 2년이 지나갔다"고 말했다. A씨는 그 이후에도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학교에 직접 요청했지만 진전이 없었고, 경찰에 고소를 했더니 가해자와 합의를 권하면서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흐지부지 넘어갔다고 했다.

A씨의 고민이 깊어질 무렵 친구에게 솔깃한 소식을 들었다. 친구는 심부름센터에 의뢰해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A씨는 고민 끝에 심부름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A씨는 "(심부름업체에서) 3일 동안 알아봐주고 해결하는 대가로 150만원이 들었다. 내가 안 입고 안 먹고 모아두었던 적금 통장을 보면서 내 아들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에 의뢰했다"고 말했다.

의뢰를 받은 심부름업체는 이틀간 주변을 관찰한 후 아들의 '무서운 삼촌' 행세를 하며 가해학생을 겁박했다. A씨는 "의뢰 마지막 날 (가해학생에게) 끌려가는 아들을 따라가서 '삼촌인데 니들 뭐하느냐'며 뭐라고 했다. 그랬더니 정말 그 다음날부터 아들을 건드리지 않고 피해간다고 하더라"고 했다.

A씨는 "(심부름업체가 다녀간 후 며칠이 지나자) 아들이 이제야 할 말이 있다면서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울면서 얘기하더라. 자살한다는 기사를 보면 우리 아들도 저러면 어쩌나 싶어 너무 힘들었다. 아들이 성적이 떨어지고 공부를 멀리하고 이런 건 괜찮다. 하지만 아들이 웃지도 않고 매일 같이 죽을 듯한 표정으로 다니는 걸 볼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 이제 해결됐다고 밝게 웃는 아들을 보니 빨리 해결해주지 못한 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심부름업체에 의뢰한 후 '효과'를 느꼈지만 A씨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남편이 '이런 일을 심부름센터에까지 요청해야 하느냐'고 말해 의견충돌이 벌어졌다. A씨는 "내 행동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아 걱정도 된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한편 학교폭력을 해결해주는 심부름업체는 점점 늘고 있다고 SBS가 보도했다. 심부름센터 관계자는 "2, 3년 사이에 학교폭력 의뢰가 40건 넘게 있었지만 실패한 적이 없다. 2주 경비는 150만~180만원, 한 달은 500만원 정도 든다"고 말했다. 심부름업체의 해결 방식은 대개 '조직폭력배' 행세를 하며 가해학생들에게 문신을 보여주면서 겁박하는데 간혹 폭행까지 벌어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