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 주목할 것은 양괘는 갑자(갑오) - 병진 - 무인 - 경자의 순서로 이루어졌으니 천간은 갑 - 병 - 무 - 경의 순행으로 흐르지만, 지지는 오 - 진 - 인 - 자의 순서로 역행을 한다. 음괘의 천간은 을 - 정 - 기 - 신의 순서로 순행을 하고, 지지는 미 - 사 - 묘 - 축의 역행을 한다. 이처럼 천간은 순행을 하는데 반해 지지는 역행을 하는 이유는, 본래 하늘과 땅은 서로 반대로 돌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간에서는 ‘壬癸’가 빠지고, 지지에서는 ‘申酉戌亥’가 없다는 점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그러니까 ‘壬申, 癸酉, 壬戌, 癸亥’라는 네 개의 간지와 8괘와는 무관하다는 말이 된다.
이건 무얼 말할까? 나중에 64괘와 60갑자에 대한 것도 언급하겠지만, 지부경의 ‘七八化像’이란 기록처럼 64괘중에서 56개가 변화상을 가리키고 8개는 거기에서 빠지는데, 위의 네 개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 듯하다. 이런 건 그때 가서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임계’와 ‘신유술해’가 빠진 이유에 대한 것만 살피기로 한다. 壬癸는 천간의 북방수요, 신유술해는 지지 중에서도 마지막을 가리킨다. 지지 중에서 3신의 시작은 ‘자축인묘’요, 중간은 ‘진사오미’이며, 마지막은 ‘신유술해’라고 한다. 방위는 공간이요, 변화는 시간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네 개의 간지가 없다는 사실은 그것이 360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것은 1년을 360일이 아니라 366일로 되어야 하는 근거가 되는데, 이는 나중에 다시 언급할 것이다.
8괘와 간지에 대한 고찰은 사실 난해하기 이를 데 없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64괘와 60갑자를 일일이 열거하면서 언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얼마나 우리 실생활에 필요할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아무리 좋은 학문이라고 해도 그것이 실생활과 직결되지 못한다면 죽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지금 쓰고 있는 글들에 회의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굳이 8괘와 간지에 대한 언급을 한 까닭은 8괘는 사물을 이해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8괘와 간지에 대한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한 것은 나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본다. 누구든지 이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면 언제라도 가르침을 베풀어주기 바란다.
내 사견으로는 60갑자는 시공을 가리키고, 64괘는 물상을 가리킨 것으로 믿는다. 모든 사물은 시공이라는 틀(우주)속에 있는 것이며, 그중에서 형상이 있는 것들을 가리켜 만물이라고 한다. 시공의 변화에 따라 만물의 형상은 다르게 보인다. 그러므로 둘 사이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할 수밖에 없으니, 예를 들면 갑자라는 시공 속에 들어 있는 하늘과 경자라는 시공 속의 하늘은 다른 맛이 있다. 건괘는 동일하되 갑자의 건은 동방에 시생하는 생동감이 있는 1양과 연결된 하늘이고, 경자의 건은 서방에서 발생하는 쌀쌀한 1양과 연결된 하늘이다. 이런 것에 정통하면 필연적으로 5방에 널린 만물의 상태와 변화에 민감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복희8괘의 괘상은 體라 하고, 거기에 붙는 숫자는 用이라고 하게 된 것이며, 반대로 문왕도에서는 숫자를 체로 삼고 괘상을 용으로 삼게 된 것이다.
이런 것은 매우 난해하다. 그건 필자도 역시 아직 온전한 상태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앞으로 남은 여생(餘生)도 이런 걸 규명하는 데에 바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것은 괘상에 대한 이해와 숫자에 대한 좀 더 면밀하고 풍부한 관찰이 있어야 하리라. 그러므로 이번에는 괘상에 대한 탐사를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