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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시일(無始一)과 유시십(有始十) 1

영부, 精山 2015. 8. 18. 08:03

 

2. 무시일(無始一)과 유시십(有始十)


“그렇잖아도 그게 궁금했어. 왜 1로 시작을 했다고 하면서 무시일이라고 한 거야? 시작을 했으면 당연히 시작한 一도 있게 마련인데, 시작한 一이 없다고 하는 게 잘 이해가 안 돼.”


“당연한 의문이지. 그걸 그냥 ‘공수래공수거’라는 식으로 생각을 해 버리면 사물에 대한 시종은 더 이상 생각할 수조차 없는 거란다. 본래 빈손으로 오고 죽을 때에도 빈손으로 죽는 게 인생이니 욕심내지 말라는 식으로 살아간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발전을 하겠니? 비록 무모할지라도 신세계에 대한 동경이나 모험심이 없다면 인간은 저 동물들과 다를 게 무엇이겠니? 네 말대로 뭔가 시작을 했다면 반드시 始一도 있어야 하는 거란다. 그런데 왜 無始一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


“그건 내가 물어본 건데?”


“하하하. 그러니? 그 답은 너무도 빤하지 않니? 방금 전에 一始한 一은 어디에서 나왔다고 했지?”


“그거야 十이지.”


“그래 바로 그게 답이야.”


“어째서?”


“1은 十에서 시작을 했는데 어떻게 有始一이라고 할 수 있겠니? 十이 끝나야 一로 갈라지는 법이니까 지부경의 첫머리에서처럼 一始는 有終十이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有終十과 같은 뜻이 바로 無始一이란 게 이해가 될 텐데?”


“알겠어. 그러니까 세 개의 一로 析하기를 시작하는 건 十이지, 각기 갈라진 一에서 시작하는 건 없다는 게 ‘일시무시일‘의 바른 풀이라는 말인데, 그건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잖아?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과, 시작을 하되 시작이 없다는 건 너무나 차이가 나네.”


“그러기 때문에 천부경의 첫 구절을 잘 풀어야 하는 거야.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다른 건 더 이상 볼 것도 없지. 첫 단추부터 지극히 철학적이면서 도덕적으로 풀어버리니 다른 문구도 전부 그런 식으로 풀 수밖에 없는 거지. 지금 우리가 풀이한 건, 철학적인 면도 있고 도덕적인 면도 있지만, 그 외 다른 모든 것까지 다 내포한 거란다.”


“그럼, 거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데, 지부경의 첫 구절 십종유종십의 十은 세 개의 一, 즉 天一地一人一이 한데 합한 十字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건 두 개의 一이 합친 十字가 아니잖아?”


“오! 그런 것도 보이니? 맞다. 네 말대로 十終하는 十은 세 개의 一이 겹친 십자를 가리킨 거야. 그걸 천부경에서는 뭐라고 했을까?”


“천부경에 그런 十字가 있다고? 음 … 천부경에 十이 등장하는 건 ‘일적십거무궤화삼’의 十이 유일한데 … 그 十이 세 개의 一이 겹친 十字라고?”


부경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가 알기로는 그때의 十은 1이 하나, 둘 쌓여서 커진 10인데, 十字라고 하는 게 선뜻 와 닿지 않았다.


“하하하. 왜 1 다음에 2가 오고, 3이 오고, 10으로 커진다고 생각한 모양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