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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8괘의 명칭과 그 뜻 2

영부, 精山 2015. 12. 11. 08:42

 

둘 다 일리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둘 다 숫자를 근거로 한 듯하다. 왜냐하면 숫자의 근원은 0과 1이라고 한 걸 상기해 보라. 0은 표면으로 드러난 형체를 가리키고, 1은 내면의 변화를 가리킨다.


표면의 형체는 속에 있는 음양이 상대적인 겉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니 그걸 二 혹은 󰁌라 한 것이고, 그것은 본래 내면에서 발생한 동적인 변화의 결과인데 그걸 숫자로 말하면 一이다. 양효 −는 숫자 一과 그 모양이 동일하다. 이처럼 음의 근원인 0이 형체로 드러나면 둘로 갈라진 음효가 되고, 양의 근원인 一은 변화를 가리키기 때문에 시, 중, 종이 하나로 이어진 양효의 형태를 취하게 된 것이다.


세 개의 양효가 모인 건괘☰는 순양이라 하는데, 양이 다 하면 음이 발생하는 이치에 따라 건괘에서 세 개의 음괘가 나온다. 건괘의 맨 밑에서 음이 발생하면 ☴(巽卦)가 생기고, 중간에서 음이 발생하면 ☲(離卦)가 생기며, 위에서 음이 발생하면 ☱(兌卦)가 생긴다. 흔히 손장녀, 리중녀, 태소녀라고 하는 것이 이들이니, 부친에게서 3자매가 나온 셈이다. 이런 원리에 의해 가정에서도 ‘아버지는 딸을 좋아하다’는 말이 생겼다.

 

☴을 가리켜 巽(유순할 손, 동남방 손)이라 하는데, 두 개의 巳(사)를 共(함께 공)한 상태이다. 巳(여섯 째 지지 사, 자식 사, 태아 사)는 12지지 중에서 동남방을 가리키는 것으로 3양이 극성한 곳이니, 양이 다 하면 음이 생기는 이치에 따라 그 숫자를 2라 한다. 그러기에 巳를 가리켜 5행에서는 2陰火라고 한다. 두 개의 巳를 함께 받치고 있다 함은, 낙서의 동남 巳方과 용담의 동남 巳方에 ☴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양이 다 하는 곳에서 음(巳)을 잉태하는 건, 어머니가 자녀를 잉태하는 것과 같다. 즉 순음인 어머니 坤☷을 대신하는 것이 장녀인 손괘이므로 낙서판에서는 손괘가 있던 서남방으로 2곤지가 이동을 한다.


손괘를 가리켜 물상(物象)으로는 풍(風)이라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람을 보면 답이 나온다. 바람이 생기는 과정을 보라. 바람은 공기의 이동이다. 공기는 왜 이동할까? 기의 흐름에 아무런 변동이 없다면 공기의 이동도 없고, 바람도 생기지 않는다.


기의 흐름에는 반드시 압력의 차이가 있게 마련인데, 압력이 높을 수록 반발하는 탄력도 강해진다. 탄력이 강해질수록 위로 오르려는 기운도 강해진다. 그러다가 마침내 공중으로 오르게 되면, 그만큼 빈자리가 생긴다.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새로운 공기가 이동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바람이 부는 현상이다.


손괘의 형상을 보자. ☴위에 두 개의 양이 있고 그 밑으로 한 개의 음이 내려간 모습이다. 음은 탁한 것이어서 밑으로 하강하려 한다. 순양인 하늘에서 내려 온 음기가 마침내 땅에 그 발을 디딘 형국이 바로 손괘다. 하늘에서 보면 ‘나간 것’이지만, 땅에서 보면 ‘들어 온 것’이다. 땅에서 본다는 건, 물질적인 입장을 대변한다는 뜻이다. 즉 바람은 모든 물질로 들어가는 첫 번째 기를 가리킨다. 그러기에 손괘의 의미를 ‘入也(입야)’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