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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8괘의 명칭과 그 뜻 4

영부, 精山 2015. 12. 14. 07:07

 

손장녀, 리중녀 다음으로 태소녀가 있다. 태괘는 兌(빛날 태, 기쁠 태, 기름질 태)라고 쓰는데, 위에 八이 있고 밑에 兄(맏 형)이 있다. 兄은 4방(□)에 서 있는 儿(사람 인)의 머리에 해당하는 사람, 즉 ‘맏이’를 가리킨다. 그 兄이 八을 이고 있으니, 이는 곧 8방에 널린 8괘를 머리에 쓰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기 때문에 兌에는 ‘기쁨, 바꿈, 기름 짐’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태괘의 괘상 ☱을 보면 역시 양기가 풍부한 모습인데, 그 위에 음이 얹혀 있다. 손괘의 괘상이 막강한 양기를 뚫고 땅에 하강한 상태라면, 태괘는 꼭대기의 하늘에서 이제 막 하강하기 시작한 음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손괘는 다 큰 장녀라 하고, 태괘는 소녀라 한다.

이처럼 순양인 아버지로부터 3자매가 생긴다면, 순음인 어머니로부터는 3형제가 생긴다. 순음을 가리켜 곤괘(坤卦)라 하는데, 坤(따 곤)은 土와 申(납 신, 펼 신)을 합한 문자다. 즉 흙이 크게 펼쳐진 상태가 땅이라는 뜻이다. 흙은 모든 씨앗을 다 받아서 품기 때문에 세 개의 효를 모두 음효󰁌로 구성한다. 음효는 숫자 二와 같은 것으로, 내면의 一이 표면의 상대적인 음양으로 벌어진 형체를 가리킨다. 상대적인 음양으로 벌어지면 내면은 텅 빈 상태가 되기 때문에 󰁌의 모양으로 그렸다.

이처럼 순음의 상태에서는 양이 발생하게 마련인데, 맨 밑에서 치솟는 양을 가리켜 진괘(震卦☳)라 한다. 위에서는 음이 두 개가 있어 밑에서 치받는 양을 억압하고 있으니, 커다란 마찰이 발생한다. 그래서 진괘의 뜻은 ‘동(動)’이라 한다. 상대적인 손괘가 안으로 入을 즐겨한다면, 장남인 진괘는 밖으로 出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진괘의 震(벼락 진)을 보면 위에 雨(비 우)가 있고, 밑에 辰(별 진)이 있다. 즉, 어두운 밤의 음기를 뚫고 빛을 발하려는 별의 기세를 가리킨다. 진괘의 괘상은 어두운 날, 음전하(陰電荷)인 먹구름에 싸인 양전하(陽電荷)의 충돌과 같으니, 이를 벼락, 천둥이라 한다. 손장녀가 부드러운 음기로 사물을 흔든다면, 진장남은 강력한 양기로 사물을 파괴한다.

순음의 한 중심으로 1양이 들어간 상태를 가리켜 감괘(坎卦☵)라 한다. 坎은 ‘구덩이 감, 빠질 감’이라 하는데, 土와 欠(하품 흠, 모자랄 흠)이 합한 문자다. 즉 음에서 보면 순음인 곤괘☷에 비해 음기가 모자라고, 양에서 보면 순음의 함정으로 빠졌으니 역시 양기가 크게 곤경에 처한 모습이다. 감괘라는 명칭은 양이 음의 함정으로 빠졌다고 본 데서 생겼다. 즉, 동방에서 강력한 음기가 허공의 양기를 한데 모아 3리화라는 태양을 뜨게 한 것과는 반대로, 서방에 이르면 태양은 어두운 음속으로 그 모습을 감추는데, 이런 양기를 속으로 품어 주는 게 바로 달이다. 그래서 감괘는 달(月)이라 한다. 또한 땅의 물상에서 감괘의 형상을 찾는다면 단연코 물이라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물은 내면에 양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내면에 양기를 품고 있는 건 물 이외에도 많이 있다. 예를 들면, 木의 내면에는 강력한 양기가 있어 나무를 죽죽 자라게 한다. 하지만 물속의 양기는 물을 죽죽 자라게 하는 게 아니라, 투명하게 밝혀준다는 게 다르다. 즉, 같은 양기이지만 물속의 양기처럼 어둠을 밝히는 양기를 가리킨 것이 ☵의 중심에 있는 양이다. 이처럼 음의 내면에 있는 양을 가리켜 中男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