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기
(본문) 夏三月, 此爲蕃秀, 天地氣交, 萬物華實, 夜臥早起, 無厭於日, 使志無怒, 使華英成秀, 使氣得泄, 若所愛在外, 此夏氣之應養長之道也. 逆之則傷心, 秋爲痎瘧, 奉收者少, 冬至重病.
(해설) 여름의 3개월은(夏三月) 번수(蕃秀)라고 하는데(此爲蕃秀), 천지의 기가 서로 교류하고, 만물이 화려한 자태를 드러낸다(天地氣交, 萬物華實).
여름의 3개월은 巳月(4월), 午月(5월), 未月(6월)의 3개월을 가리킨다.
이때에는 만물이 번수하는데, 번(蕃)은 초목이 무성하게 우거진다는 말이며, 수(秀)는 비록 빼어나게 화려한 꽃은 피지만 열매를 맺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다.
봄에는 만물이 양생(養生)하는 기운이 강하여 행여 바람에 다칠까봐, 혹은 벌레에 상할까봐,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호생의 덕(好生之德)을 지니게 마련이지만, 여름에는 양장(養長)의 덕이 강하기 때문에 만물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난다.
사람도 어릴 때에는 어떤 짓을 해도 부모님이 모든 걸 품어주지만, 어느 정도 자라면 버릇을 바로 잡기 위하여 야단도 치고, 회초리도 들게 마련이다.
이런 것을 가리켜 양장(養長)의 덕이라고 한다.
춘삼월을 하루로 친다면 동이 트는 아침이라고 할 수 있고, 하삼월을 하루로 친다면 태양이 중천으로 접어드는 시간대라고 할 수 있다.
이때에는 태양이 뜨거우므로 안방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돌아다니게 마련이다.
뜨거운 뙤약볕에서는 모든 것이 고통이다.
물론,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기쁨도 맛보지만, 그만큼 가시밭길 같은 고난도 감내해야 한다.
봄에는 천지가 만물의 형상을 갖추는 구생(俱生)을 하지만, 여름에는 천지의 기가 강하게 교류하며, 만물은 화려하게 변하고 익어간다.(天地氣交, 萬物華實 : 實은 열매라는 뜻 이외에도 익어간다는 뜻이 있다).
익어가는 것을 가리켜 장성(長成)한다고 하는 것이며, 이런 것을 양장의 덕이라고 한다.
여름에는 태양이 일찍 뜨고, 밤늦게 까지 떠 있는 것처럼, 사람도 조금이라도 더 태양의 밝은 광명을 받기 위한다면, 밤에는 늦게 자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夜臥早起).
여름에는 비록 뜨거운 태양으로 인해 고난과 시련을 받지만, 그것은 충분한 일조량을 받으라는 천지의 말 없는 은덕이다.
그러므로 태양 볕을 싫증내는 일이 없도록 하고(無厭於日 : 무염은 싫증을 내지 않는다는 말), 마음은 노엽게 하지 않으며(使志無怒), 태양이 밝은 것처럼, 마음도 역시 명랑하게 하여 꽃이 활짝 필 수 있게 해야 하고(使華英成秀), 기를 밖으로 쓰도록 해야 한다(使氣得泄).
기를 밖으로 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여름의 기운이 뜨겁기 때문인데, 뜨거우면 속으로 한데 모이지 못하고, 밖으로 흩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한 여름에는 옆에 누가 오기만 하여도 덥기 때문에 싫어하지만, 한 겨울에는 반대로 춥기 때문에 한 군데로 모이려고 하는 이치와 같다.
이런 성질을 이해한다면 까닭도 없이 사람들을 멀리하려고 하는 사람일수록 몸의 양기가 골고루 퍼지지 못하고, 한 군데로 모여 있기 때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뜨거운 여름에는 기가 될 수 있으면 밖으로 발산하도록 하는 것이 요령인데, 이를 약소애재외(若所愛在外)라고 하였다.
이 말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 밖에 있는 것처럼 하라는 뜻이다.
이렇게 기운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은 여름의 기는 응당 양장(養長)하는 도이기 때문이다(此夏氣之應養長之道也).
양장지도(養長之道)는 만물을 키우고 자라게 하는 도를 가리킨다.
이를 거꾸로 하면 심장을 상하게 되어(逆之則傷心) 가을에 해수와 학질을 앓게 되며(秋爲痎瘧), 거두는 기운이 적어지게 되어 겨울에 이르러 중병을 앓게 된다(奉收者少, 冬至重病).
심장은 예로부터 수소음(手少陰) 군화(君火)라고 하는데, 이것은 안팎으로 심장은 온기를 주관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심장은 항상 그 기운을 밖으로 발산해야 하는데, 만약, 그렇지 못하게 되면 심장의 기가 제약을 받게 되어 약해지게 된다.
여름의 기운과 상통하는 것은 심장인데, 본래 심장에는 열이 많은데, 만약, 여름에 양기를 발산하지 못하면 가뜩이나 양기가 많은 심장이 커다란 부담을 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찬 음료수나 냉방을 가까이 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심장의 양기가 약화된다.
여름의 기운인 화(火)가 약하면 가을의 기운인 금(金)을 조절하는 화극금(火克金)이 불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가을에 해학(痎瘧 : 해수와 학질)을 앓게 되는데, 해학은 연약해진 금기(金氣)를 가리킨다.
금은 불기운으로 연단되어야 단단해 지는 법인데, 여름의 불기운이 약하면 몸도 물러터지게 되어 말라리아 같은 설변(泄便)이 나오게 되는 동시에, 발산하지 못하고 가슴에 쌓인 열이 가을의 금을 상징하는 폐를 화극금의 원리에 의한 상해로 말미암아 해수와 같은 기침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