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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천부동 2

영부, 精山 2006. 1. 20. 07:57
"어머, 정도씨. 저기 독수리가 있어"

영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과연 독수리 한 쌍이 하늘에서 맴을 돌고 있었다.

사람들은 둥그렇게 대오를 형성하여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음악소리에 맞추어 걸어가고 있었다.

남녀노소가 모두 한데 어울린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았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 아마 이 동네에 무슨 축제가 있는 모양이군"

정도의 말에 영미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금 동숭동 대학로에서 농악을 구경한 적은 있으나, 이렇게 깊은 산골짝에서 대규모의 인원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도는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그들이 탄 차가 농악대의 옆으로 다가가자 몇 사람이 대열을 벗어나 차 앞을 막아섰다.

정도와 영미도 차에서 내려 그들이 온 목적을 말했다.

운곡선생을 만나러 왔다고 하자, 청년 한사람이 그들의 차에 동승했다.

청년은 마을의 한 복판에 있는 3층 건물 앞에서 차를 세우라고 했다.

그리고는 그 건물의 3층으로 안내를 했다.

어느 방 앞에 이르러 노크를 하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음성이 들렸다.

귀에 익은 그 소리는 운곡선생의 음성이 틀림없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정도와 영미는 거의 동시에 인사를 하였다.

"음, 누가 다정한 커플이 아니랄까봐 인사도 동시에 하는구만"

운곡선생은 전보다 더 건강하게 보였다.

날카로운 눈은 더욱 광채를 발하는 것 같았으며, 발그스름한 볼은 잘 익은 대추를 연상시켰다.

하얀 수염에 하얀 한복이 단아하게 보였다.

운곡선생은 시끄러운 종로 한복판에서도 그랬지만, 깊은 산골에서 보니 더욱 도골선풍이었다.

출처 : 진리의 광장
글쓴이 : 왕의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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