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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의 의미 4

영부, 精山 2006. 9. 20. 07:28

인체를 놓고 보아도 남성 속에도 여성이 있고, 여성 속에도 남성이 있다. 여성이 남성처럼 털이 많다거나 목소리가 걸걸하게 되는 것은 남성호르몬이 다른 여성에 비해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며, 남성이 여성처럼 되는 현상도 여성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성이 남성을 그리워하고, 남성이 여성을 그리워하는 이유도 실은 이처럼 사람에게는 항상 양성(兩性)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만약 이런 이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흑백논리나 공산이나 자본주의 같은 양극주의는 결코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음양이 한 번 드러나면 상하, 전후, 좌우, 장단, 미추 등이 생기지만 그것이 한 번 더 변하여 2 × 2가 되면 동서남북, 춘하추동이라는 시공으로 벌어진다. 인체의 머리통에서도 한 개의 뇌가 좌반구와 우반구라는 음양으로 갈라지고, 이것은 다시 이목구비를 형성한다. 몸통에서도 역시 마찬가지 이치로 위에는 가슴이 있고, 밑에는 배로 갈라지고, 이것은 다시 좌우로 갈라져 네 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네 개의 구역에서 갈라져 나간 것이 바로 사지(四肢)다.  

이처럼 4라는 숫자는 평면적인 물상의 기본바탕을 이룬다. 태극 속에 있던 음양이 한 번 드러난 2는 하늘의 음양이므로 아직 형상이 없지만, 두 번 변하여 드러난 4는 땅으로 내려 온 음양이므로 반드시 형상을 취한다. 그러므로 4에는 상(象)이라는 말이 붙어서 사상(四象)이라고 한다. 2상이나 3상, 5상이라는 말이 없는 것은 이와 같은 이치에 의한 것이다. 집을 지을 때에도 네 기둥을 세워야 하는 것처럼 인체도 역시 이목구비와 사지가 있어야 그 형상이 비로소 갖춰지게 된다. 4상이 음양으로 벌어진 8도 역시 8상이란 표현을 쓰는데, 4상과는 달리 8괘라고도 부른다. 8은 8상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8괘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왜냐하면 4는 땅으로 내려온 음양이지만, 8은 음양이 3변한 것이다 (2 × 2 × 2). 그것은 곧 천지의 음양을 면밀히 살펴서 만사에 적절히 용사(用事)하는 것이고, 이런 것을 가리켜 괘(卦)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옛 조상들은 불변하는 우주의 이치를 가리켜 원형이정(元形利貞)이라고 했다. 이것을 닮아 땅에서는 춘하추동이 있고, 인간에게는 인의예지(仁義禮智)라는 4단(四端)이 있다고 하였다. 이처럼 천지와 인간사회에서 4라는 숫자는 불변하는 기강(紀綱)을 가리키는데 그 이유는 4가 땅에서 펼쳐진 음양이기 때문이다. 같은 음양이라도 하늘에 있을 때에는 무형의 이치를 드러낸 것이요, 땅에 있을 때에는 형상을 갖추게 마련이다. 하늘이 아무리 만유의 근원이라고 하여도 땅에서 형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허상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2 × 1은 반드시 2 × 2로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2 × 1이 하늘의 음양을 가리키고, 2 × 2가 땅의 음양을 가리킨 것이라면, 2 × 3 = 6은 인간의 음양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2 × 4는? 그것은 물질 속의 음양을 가리킨다. 2 × 5는 만물의 중심에 들어 있는 음양을 가리킨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다시 상술(詳述)할 것이다. 2 × 1과 2 × 2가 각기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음양이기에 2와 4가 되어 생수(生數)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2 × 3은 6이 되어 비로소 성수(成數)가 된다. 생수는 발산과 확산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안정감이 없다. 이에 비해 성수는 생수처럼 강력한 동력(動力)은 없지만 안정된 사물의 형체를 지니게 된다. 따라서 6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기가 질서를 유지한다. 이런 이치에 의해 6을 6기라고 부른다. 즉 천지의 음양은 인간이 6기로써 느낄 때에 성수로 드러난다는 말이다.  

2 × 3을 뒤집어보면 3 × 2가 되는데, 이는 곧 천지인 3신이 땅으로 내려온 상태를 가리킨다. 3 × 1은 하늘에 있는 3신이요, 3 × 2는 땅에 있는 3신이고 , 3 × 3은 인간 속에 있는 3신이다. 3신이 하늘에 있을 때에는 천신(天神), 지신(地神), 인신(人神)이라고 부르지만, 땅에서 구체적인 형상으로 드러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천기, 지기, 인기 등으로 화하고 그것이 음양으로 갈라지기 때문에 6기라고 하게 된 것이다. 신과 기를 놓고 보면 신은 기를 부리는 주체이며, 기는 객체가 된다. 그래서 같은 것이라고 하여도 하늘에서는 3신이라 하고, 땅에서는 6기라고 부른다. 그것이 인간 속에 있게 되면 마침내 천지도 제 자리를 찾았다고 하여 궁(宮)이라고 하는데 9궁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것은 3단을 언급할 때에 다시 거론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