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 16
기도 시간도 아닌데 갑자기 합장을 하라는 소리는 좀 생뚱맞았지만, 모두들 합장하였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합장을 하게 되면 마음이 어딘지 모르게 경건한 분위기로 흐른다는 걸 정도는 새삼스럽게 알 수 있었다.
“양 손 바닥을 위로 보이게 해서 펼치면 왼 손 엄지가 1번이고, 오른 손 엄지가 10번이 되겠죠?
중심에는 당연히 5번 왼 손 새끼손가락과 6번 오른 손 새끼손가락이 차지하고 있지요.
다시 이번에는 양 손 등을 위로 보이게 해서 펼치면 왼 손 새끼손가락과 6번 오른 손 새끼손가락이 각기 1번과 10번이 됩니다.
그럼 중심에는 왼 손 엄지가 5번이고, 오른 손 엄지가 6번으로 되겠죠.
이것이 지금 도표로 나타난 천간과 수입니다.
그런데 양 손을 합장하면 중심이 되는 건 왼 손과 오른 손에서 가장 긴 가운데 손가락이 되거든요.
왼 손 가락을 3번이라 하면, 오른 손 가락은 8번이 됩니다.
이렇게 해서 3, 8이 중심이 되는 이치가 바로 동방 3, 8목이 중심에 있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다시 말하면 3, 8목은 합장을 한 중심이요, 다른 중심은 모두 합장한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5, 10토를 중심이라고 하는 것이나, 5, 6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나, 1, 6을 중심으로 보는 것은 우주나 사물을 입체적으로 본 상태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사물은 사실 입체로 된 것인데, 그러려면 당연히 3, 8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경우건 결국은 3, 8이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숫자로만 하면 딱딱할 가능성이 높은 이치였지만, 손을 통해서 설명을 듣는 것이 훨씬 쉽다는 걸 정도도 알 수 있었다.
“다음에는 수토동덕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선천 물질세상에서는 금화교역을 했지만, 후천에서는 금화교역이 끝나고, 수토동덕을 이루게 됩니다. 금화교역을 숫자로 말한다면 2 · 9착종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양의 끝인 9와 음의 시작인 2가 서로 맞물리는 것이 음양의 변화이기 때문이라는 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음양이 변화하는 과정을 가리킨 것이지, 그 결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결과는 반드시 중심에서부터 드러나야 합니다.
선천 물질세상에서는 양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1로 시작하여 9로 마쳤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10이 없었지요.
1에서 9의 중심은 5입니다.
그래서 낙서의 중심에는 5戊土가 들어갔던 겁니다.
그러나 후천에는 열매가 맺히는 법인데, 열매는 10이 1을 내포한 상태입니다.
이를 가리켜 11귀체라고 하는데, 11귀체가 이루어지면 반드시 중심에서부터 벌어져 나오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중심에서 생성의 시작인 1과 6이 그 모습을 나타냅니다.
생수의 시작인 1은 낙서에서 그 모습을 보이지 않던 10과 합하여 11귀체를 이루는데, 1은 水요, 10土이기에 수토동덕이라고 합니다.
또한 6도 5와 더불어 11귀체를 이루는데 6은 水요, 5는 土이므로 이 또한 수토동덕입니다.
즉 선천에서는 土克水로 상극 관계에 머물렀던 것이 후천에서는 상생합덕을 이루게 됩니다.
수토동덕이라는 말은 누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이치를 그대로 전달해 주는 표현입니다.
중앙은 본래 土인데, 그 자리로 1, 6수가 들어가니 어쩔 수 없이 낙서의 중심에 있던 5, 10토는 용담의 북방으로 자리를 이동합니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바로 북방의 10건천과 5진뢰입니다.
이렇게 해서 중심과 북방은 서로 착종을 이루게 되는데, 이걸 수토동덕이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수토동덕에는 여러 가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