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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부 - 2

영부, 精山 2008. 12. 23. 08:24

“天地之中央은 心也故로 東西南北이 身依於心이니라. 死無餘恨符라”

 

“글자 그대로 풀이 하면 ‘천지의 중앙은 마음이므로 동서남북이 그 몸을 마음에 의탁하니 죽어도 한이 없는 부’라는 정도가 되겠군요.

마음은 인간에게 있는 것이므로 결국 천지의 중앙은 인간의 마음에서 벌어진다는 뜻입니다.

인간이 천지의 중앙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으면 천지의 동서남북도 비로소 그 자리를 온전하게 보전할 수 있으니 당장 죽어도 한이 없다는 뜻입니다.

사실 알고 보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내 마음이 겉으로 드러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음은 무형이기에 하늘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이며, 육신은 유형이기에 물질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모든 물질이나 형상은 마음이 겉으로 드러난 ‘그림자’라고 하는 얘기를 여러분들도 아마 들어봤을 겁니다.

특히 불가에서는 그런 경향이 다분합니다.

그런데 왜 술부를 가리켜 천지의 중앙이라고 한 것이며, 당장 죽어도 한이 없다는 기록을 남겼을까요?”

 

언젠가 불교방송에서 어느 스님이 세상사는 모두가 그림자라고 하는 설법을 하는 걸 정도는 본 일이 있었다.

그림자는 수시로 변하는 허상인데, 사람들은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울고 웃으면서 살다 간다고 하였다.

그말을 들으면서 정도는 원방각이 떠올랐었다.

원은 하늘이요, 방은 땅이라고 하는데, 하늘은 방울이며, 땅은 거울이라고도 우리 조상들은 생각하였다. 땅을 거울이라고 한 것은, 보이지 않는 하늘의 뜻과 실상을 거울처럼 반조하는 것이 땅과 그 가운데 있는 물질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거울과 그림자는 같은 의미가 아닌가?

 

“戌이라는 글자를 보면 무성한 땅을 가리키는 戊 속에 一태극이 들어간 상태입니다.

戊는 힘차게 움직이는 별(丿)과 창 과(戈)가 한데 합한 상태니까, 결국 양이 강하게 활동하는 상태라고 하겠군요.

천간에서 양토(陽土)를 戊라 하고, 음토(陰土)를 己라 하였는데, 양의 기운을 내포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는 곳이 戊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 1태극을 안고 있는 상태를 戌이라고 한 겁니다.

술은 해와 더불어 3음이라고 하였지요? 자축에서 출발한 1양의 기운은 오미에 이르러 1음으로 변하고, 마침내 술해가 되면 모든 일정을 끝내게 되어 있는 것이 우주의 순환입니다.

술해를 3음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3양과 3음이 모두 마지막인 셈이지요.

그건 곧 열매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술부를 가리켜 ‘천지지중앙’이라고 한 까닭도 바로 이런 데에 있습니다.

천지의 중앙을 술이라고 한다면, 하늘의 중앙은 어디가 될까요?”

 

“천지의 중앙이 하늘의 중앙이 아닌가요?”

 

“하늘의 중앙만 말한다면 天之中央이라고 해야겠지요.

天地之中央은 하늘과 땅의 중앙인 셈이니 둘을 같다고 보면 안 되겠지요?

하늘의 중앙을 다른 말로 하면 양의 중앙이라고 하며, 땅의 중앙은 음의 중앙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그렇게 본다면 하늘의 중앙과 땅의 중앙은 어디가 될까요?”

 

“하늘의 중앙을 숫자로 말한다면 天中數 4가 되고, 그걸 천간으로 말한다면 丁이며, 다시 그걸 팔괘로 말한다면 낙서의 서북방 6건천을 가리킨다고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