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부 - 7
“선생님. 대학경 1장 장하를 잘 알아두라고 하신 개벽주의 말씀과 방금 전에 말씀하신 16수와는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아! 그건 율려의 바탕이 16을 기본으로 하는데, 현무경에는 도합 11장이 펼쳐지지만, 우경 1장에 해당하는 것이 이조장이라는 말이지요. 16이 하늘의 7성처럼 빛나는 숫자가 112율수거든요.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율수에서 48지리수를 빼고, 여수에서는 40천문수를 빼는데, 왜 48이 지리수이고, 40이 천문수라고 하는 걸까요?”
정도는 방금 전에 노트에서 천문수와 지리수를 빼주는 이유는 알았지만, 막상 48과 40을 왜 지리와 천문을 가리키는 수리냐고 물어보니 말문이 막혔다.
“그건 8단을 기준으로 한 겁니다.
8단을 보면 8 × 5 = 40, 8 × 6 = 48이 나오지요? 5는 1에서 9의 중심이고, 6은 2에서 10의 중심이라는 건 다 알고 있을 겁니다.
1에서 9의 중심은 양수의 중심이요, 2에서 10의 중심은 음의 중심이니까, 결국 5와 6은 각기 양과 음의 중심이 되겠군요.
8단은 천지인의 음양인 2가 세 번 곱한 상태인데, 그것이 양수의 중심과 조화하면 40이요, 음수의 중심과 조화하면 48이 되겠지요? 양수는 하늘을 가리키고, 음수는 땅을 가리키니까 각기 천문수, 지리수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운곡선생의 말은 매우 논리정연하였다.
그러나 정도의 뇌리에는 또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하늘의 중심은 4요, 땅의 중심은 5, 인간의 중심은 6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러면 8 × 4 = 32를 하늘의 수, 8 × 5 = 40을 땅의 수, 8 × 6 = 48을 인간의 수라고 해야 하는 게 아닙니까?”
“그건 3극으로 나누어서 본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말하고 있는 천문, 지리는 3극이 아니라, 9변을 기준으로 본 것입니다.”
정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술부에 관한 설명으로 들어갑시다.
아까 술부의 문자수를 거론하면서 16을 기본으로 한다는 데까지 얘기가 나왔을 겁니다.
16은 하늘의 사상과 땅의 사상이 조화한 수입니다.
4상은 4에 대해서 언급할 적에 이미 그 뜻을 풀이하였지만, 우주만물이 벌어지는 것은 三회라고 하였으며, 그것을 가리켜 ‘일석삼극‘이라고 천부경에는 밝혀놓았습니다.
어느 것이건, 일단 벌어지기 시작하면 3획 혹은 3변으로 가는 것이 철칙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生數에서 3은 천지가 벌어지는 기본이요, 4는 천지가 벌어지는 공간을 가리킵니다.
쉽게 말하자면 무엇이건 일단 한 번 벌어지면 천지인 3획으로 움직이며, 그것을 주워 담는 건 4입니다. 그래서 문자로 나타내기를 三과 四라고 한 것입니다.”
운곡선생은 칠판에 커다랗게 三과 四를 썼다.
한 번 벌어지면 一이요, 두 번 벌어지면 두 개의 一이며, 세 번 벌어지면 세 개의 一이기에 그렇게 쓴 것인데, 四는 사방을 가리키는 口속에 좌우로 뻗치는 기운을 가두어 모아 놓은 상태라는 설명을 듣고 보니 그럴 듯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