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부 - 14
정도가 보기에도 물속에 불이 두 개나 들어 있다는 게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불과 함께 섞인 물? 그럼 혹시 온천(溫泉)을 가리킬까?
“용담에서는 亥가 남방으로 이동하는데, 그 자리는 낙서의 불과 용담의 불이 한데 어울리는 곳이 아닌가요?”
낙서의 불이라면 … 9리화? 용담의 불이라면 … … … 정도는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낙서의 불은 다들 잘 알다시피 9리화를 가리키고, 용담의 불은 2곤지입니다.”
“2곤지는 土인데 왜 불이라고 하나요?”
정도의 입에서 무심코 나온 말이었다.
“2는 오행으로 불이 아닌가요? 2, 7화라고 하지 않았나요?”
일행은 ‘맞아!’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9리화는 숫자로는 金이지만, 물상으로 보면 火가 되고, 2곤지는 물상으로는 土이지만, 숫자로는 火라고 본다는 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이처럼 淡자에는 선, 후천의 火를 亥水가 만나 담수를 이룬다는 걸 미리 말해주고 있는 셈이지요.
관담막여수는 이와 같은 선, 후천의 주회도수를 비장(秘藏)하고 있으며, 동시에 의덕호행인이라고 하여 서방의 의가 동방의 인과 합하여 인의가 될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그림자가 움직이는 천심월에서 잘 찾아보라는 것이 스승인 연담 선생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천심월이 빈 그림자인 듯 하지만, 실은 그 속에서 황심월이 나온다는 암시를 내포하는 말씀입니다.
무술 초하루에서 시작하여 보름인 임자에 이르러 천심월이 되고, 다음 날인 계축(계미)일부터 본래의 실상으로 돌아가 다시 무진 초하루에 이르면, 己位親政하는 후천의 도수에 따라 기사로부터 황심월이 밝아진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짤막한 정역의 한 구절이지만 실로 심오한 뜻을 지녔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일행은 말이 없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잔잔한 감동이 일렁이는 표정이었다.
“여러분이 붓으로 술부를 칠 적에 간과하기 쉬운 게 있는데, 왼편에 있는 아홉 개의 점입니다.
그걸 가리켜 후천 9궁수라고 부르는데, 다섯 번째, 여섯 번째의 점을 세로로 서 있는 세 개의 선 즉, 후천 삼재에 맞추어야 합니다.
그것은 곧 후천의 천지인은 선천의 중심수 5와 후천의 중심수 6을 모두 내포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때의 5, 6은 천간으로 戊와 己를 가리킨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또 하나 잊지 말아야할 것은 후천 삼재 바로 옆에 1음(--)이 붙어 있다는 사실인데, 그것은 후천에 천지인이 온전해지는 것은 양이 다하고 음이 시작함으로부터 비롯한다는 걸 일러주고 있습니다.
후천 9궁은 용담구궁을 가리키는 것이니, 2곤지, 3감수, 4태택, 5진뢰, 6중궁, 7손풍, 8간산, 9리화, 십건천이 궁을궁을로 변화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술부에서 11귀체로 중심을 잡으면 후천의 12지지도 온전해지는 법이므로 11과 12를 합한 23획으로 술부와 한 짝을 이루는 해부의 운필체수가 정해지게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