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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 - 3

영부, 精山 2009. 1. 15. 08:43

정도가 현무경을 다시 보니, 악은 본래 ‘버금 亞’ 밑에 ‘心’자가 합한 글씨인데, 현무경에는 西자 밑에 心을 합해 놓았다.

 

“서심이 악이라고 하였죠?

서방의 마음이 악이라는 뜻입니다.

서방은 어두운 곳을 가리킵니다.

여기서 말하는 서방은 서양만 가리키는 건 아닙니다.

비록 몸은 동방에 있다고 하여도 생각이 어두우면 서방에 사는 사람입니다.

정신이 아니라 육체에 붙잡혀 사는 모든 사람을 가리켜 악이라고 하는 소립니다.

그럼 질문을 하나 내도록 하겠습니다.

이악충자를 3양이라고 하였다면, 이선충자도 3음이라고 해야 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왜 자부에는 곤괘로 표기하지 않고, 음효 하나만 표기 했을까요?”

 

운곡선생의 말씀은 3양으로 악이 충만해졌다면, 음도 당연히 3음인 곤괘로 충만해져야 하는 건데, 왜 1음으로 표기를 했느냐 하는 것 같았다.

 

“그거야 子는 시작을 알리기 때문에 1음으로 시작하는 게 아닌가요?"

 

“물론 시작을 알리는 건 맞는데, 1양이 시작하니까 --로 할 것이 아니라, ㅡ으로 표기해야 타당한 게 아닌가요?”

 

하긴 그랬다.

子는 1양의 시작을 알리는 동지를 상징한다고 하였으니, 당연히 양효로 나타내야 하는 게 아닌가?

너무도 당연한 건데, 정도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였던 것이다.

 

“선천의 子가 후천에는 어디로 간다고 하였죠?”

 

“아!”

 

일동의 입에서 짤막한 탄식이 흘렀다.

 

“이제 눈치를 챈 모양이군요.

子가 未로 들어가는 子未會를 하는데, 未는 午未에서 1음을 시생하는 법칙에 따라 후천의 1음이 나오게 됩니다.

午는 양이기에 손익을 판단하지만, 未는 음이기에 손실이 아니라, 선악을 판단합니다.

일반적으로 손익이라고 하면 물질적인 면을 가리키고, 선악이라고 하면 정신적인 면을 가리킵니다.

이처럼 현무경의 표현에는 하나하나 심오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서심이 악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수운선생이 남기신 동경대전을 통해서 세상에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운곡선생은 수운선생께서 서기 1860 경신년 4월 5일에 하늘로부터 득도를 하게 되는 광경을 소상하게 소개하였다.

그것은 정도도 전에 본 일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억을 하고 있었던 지라, 그리 생소하지는 않았다. 그중에서 운곡선생이 강조하는 부분은 수운선생께서 동학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문구였다.

 

‘세상이 창조된 이래 내가 노력을 하였지만, 공이 없다’고 하면서 이제 너를 세상에 내서 내 뜻도 이루고 너도 장생하게 하려 한다고 하나님이 말씀을 하시자, 수운선생께서 하나님에게 ‘무엇으로 그렇게 하시렵니까? 서학으로 하시렵니까?’하고 물었다.

당시에 유행하던 것이 천주교였는데, 그것이 서방으로 왔기에 서학이라고 불렀다.

그러자,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아니다.

그것은 겉은 비슷하나, 내용이 다르다,

너는 동방에서 났으니 동학이라고 이름 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운곡선생은 서학을 가리켜 현무경 자부에 나오는 西心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