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부 - 1
“오늘부터는 인부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寅은 자축인으로 시작하는 12지지에서 세 번째 등장합니다.
3수는 인간을 가리키는 것이요, 인간은 천지의 합작품이므로 인부도 역시 천지의 합작품을 가리킵니다. 3수에 이르러 인간이 나온다고 하지요?”
운곡선생은 칠판에 ‘天開於子 地闢於丑 寅起於寅’이라고 크게 썼다.
“하늘은 자시에 열리고, 땅은 축시에 열리며, 사람은 인시에 일어난다는 뜻이라고 하여, 옛 어른들은 인시(새벽 3시 - 5시)에 일어나서 경건한 마음으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개벽주께서도 말씀하시기를 늦게까지 잠자는 자는 송장이라고 하였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매일 이렇게 인시에 일어나서 공부를 하였으니 그 효과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 것입니다. 寅이라는 글자를 보면 갓머리(보호할 면) 밑에 一과 由(말미암을 유, 본 받을 유), 八(나눌 팔)이 한데 어울린 걸 알 수 있는데, 1태극이 스스로 나뉘어져 8방으로 뿌리를 뻗는 걸 보호한다는 뜻이 들어 있군요.
1태극은 본래 하늘의 무극을 형상을 지닌 음양으로 드러내게 하는 기본이니까 천지를 다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게 스스로 드러난 것이 바로 인간입니다.
그래서 寅에는 천지가 다 내포된 인간이라는 의미가 강합니다.
어둠 속에 가려졌던 천지의 빛이 밝게 드러나는 건 동방이므로 寅을 동방이라고 하였으며, 숫자로는 3이라고 하였습니다.
3은 천1과 지2의 합이라고 하는 건 이런 데에 기인합니다.
노자도 말하기를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이라고 하여 3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만물이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이걸 12지지에서는 호랑이라고 하였는데, 왜 3수와 호랑이가 연결될까요?”
명산이 조심스럽게 답을 하였다.
“3은 북방에 있던 1양이 어둠을 털고 동산에 밝게 치솟은 상태인데, 그 기세가 마치 호랑이와 같다고 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어둡고 추운 겨울의 음기를 거두는 양의 기세와 호랑이의 기세를 연결시킨다?
음, 그 생각은 매우 탁월하군요.
그렇게 본다면 호랑이는 봄의 상징인데, 그 중에서도 입춘(立春)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명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호랑이는 24절기로 말한다면 입춘에 해당합니다.
24절기에는 입춘, 입하, 입추, 입동 등 4立이 있습니다.
立은 ‘선다’는 말인데, 도대체 무엇이 선다는 말일까요?”
입춘, 입하, 입추, 입동 등은 정도도 많이 들어서 익숙하였다.
하지만 막상 운곡선생의 질문을 받고 보니 아리송하였다.
“그걸 문자 그대로 풀이를 해보세요. 입춘이라면 봄이 선다는 말이요, 입하는 여름이 서고, 입추는 가을이 서며, 입동은 겨울이 선다는 말이지요?
그러니까 ‘철이 선다’는 말, 즉 ‘철이 든다’는 뜻입니다.
사람도 철이 들어야 하는 것처럼, 우주도 역시 철이 들어야 하는데 그것을 가리켜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이라고 하였습니다.
입춘을 가리키는 자리는 복희8괘도를 보면 4진뢰가 자리하였는데, 진뢰는 번개나 우레같은 강력한 기를 상징합니다.
그것이 호랑의 기세와 상통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호랑이를 가리켜 밤의 제왕이라고 한다는 건 다 알고 있겠죠?
그건 곧 백수(百獸)의 왕이라는 말인데, 아까는 겨울의 어둠, 밤의 어둠을 물리치는 게 寅이라고 했으면서, 지금은 또 밤의 제왕이라고 하니 혼돈이 생길 수도 있겠군요.
그럼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