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부 - 2
정도가 생각을 해도 분명히 둘은 다른 건데, 또렷하게 무엇이라고 답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두 말은 어긋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건 이렇게 생각하는 게 좋을 겁니다.
호랑이를 밤의 제왕이라고 한 것은 무도(無道)의 세상에서 왕 노릇 한다는 걸 가리킨 것이요,
어둠에서 벗어난 호랑이라고 한 것은 1년이나 1일을 기준으로 할 때에 나온 말입니다.
무도의 세상은 선천물질문명, 즉 낙서 시대를 가리킨 것이고, 1년이나 1일은 형상적인 일월의 변화를 가리킨 겁니다.
무도시대의 1년 12개월의 첫 머리 세수(歲首)를 물고 나온 것이 인월(寅月)이기에 호랑이를 밤의 제왕이라고 한 겁니다.
그런데 현무경에서는 호랑이를 가리켜 ‘動於禮者’라고 하였군요.
하늘은 양으로 치우친 것이며, 땅은 음으로 치우쳤다면 인간은 이 둘을 한데 합한 중성입니다.
이처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상태를 가리켜 禮라고 합니다.
예라는 글자를 보면 굽을 曲과 콩 豆가 합한 상태를 보여(示)줍니다.
豆는 콩 이외에도 제기(祭器)를 가리킵니다.
曲은 方(口)속에서 두 개의 십자가 맞물린 상태를 나타내는데, 이것은 앞서 말한 방에 생기는 두 개의 십자를 가리킵니다.
방에서는 지름을 중심으로 한 십자가 있고, 대각선을 중심으로 한 십자도 있습니다.
이 두 개의 십자가 한데 합하면 8괘와 9궁이 나온다고 했지요?
인부에 ‘動於禮者’와 ‘靜於禮者’가 등장한 걸 보면, 아무래도 寅은 ‘진정한 예’가 무언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건 아닐까요?
예에 대한 백과사전의 뜻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명사] 1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道理). 2 예식(禮式). 3 예법(禮法). 4 경례(敬禮).
사람과 짐승의 차이 중의 하나를 들라고 하면 예가 있고, 없고의 차이일 것입니다.
예를 모르면 짐승과 다를 바가 없지요. 지금까지의 예는 대부분 유교에서 말하는 지극히 도덕적인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인식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개벽된 의식에서 바라본 예는 그런 것과는 차이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후천개벽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천지가 하나 된 예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예라는 글자의 형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본래 예는 두 개의 十이 方에서 이루어져야 비로소 성립 합니다.“
방에서 이루어진 두 개의 十? 그렇다면? 정도는 얼른 노트를 펼쳤다.
거기에는 원방각의 도형이 그려져 있었는데, 정사각형과 마름모로 그려진 두 개의 방도 있었다.
정사각형도 십자를 이루고, 마름모도 십자를 이루고 있었다.
다만 정사각형은 겉에 드러난 네 개의 지름의 중심과 십자가 맞닿아 있었고, 마름모는 사각형의 네 개의 대각선과 십자가 맞닿아 있다는 게 달랐다.
그것을 정도는 ‘4정(四正), 4우(四隅)’라고 써놓았다.
4정, 4우는 팔방을 가리키고, 거기에는 8괘가 하나씩 붙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