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 - 2
“원천지는 원래의 천지라는 의미입니다.
원래에는 元來와 原來가 있는데, 元來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가리키고, 原來는 맨 처음의 상태를 가리킵니다.
따라서 元天地의 약속은 가장 이상적인 천지로 만들 약속을 가리킵니다.
진사지간은 3양지간이기 때문에 양이 다 자란 상태인데, 그것은 이상적인 양의 상태를 가리킵니다.
양이 다 자라면 음을 맞이해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상태입니다.
만일 양이 다 자라서 제아무리 위대한 위력을 발휘한다고 하여도 음을 만나지 못하면 열매를 맺지 못하는 허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땅에 해당하는 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이 가장 강한 동지극(動之極)과 음이 가장 강한 정지극(靜之極)에 이르면, 양은 음을 만나고, 음은 양을 만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천지의 약속입니다.
진부에 이런 기록을 남겼으니, 그것은 진이 바로 양이 다 자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양인 子와 2양인 寅에는 붙지 않았던 經이 붙게 되어 ‘현무경’이 되었습니다.
경이 붙는다는 것은 곧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원천지에는 原來라는 의미도 들어 있으니, 그것은 곧 삼대상서의 근원인 하도를 가리킵니다.
하도에 있던 1에서 10까지의 수를 합한 대정수 55가 진부에는 55개의 점으로 나타났으니까요.
동지극인 진부의 상대는 정지극인 술부(戌符)가 되겠군요.
술부에는 ‘天地之中央心也故東西南北身依於心’이라고 했었죠?
이것도 역시 음이 다하면 양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원리에 입각한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동서남북이 그 몸을 마음에 의존한다는 말에서 양이 다하여 음으로 넘어간다는 걸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요?”
술부는 이미 다 공부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운곡선생의 질문을 받고 보니, 알들 모를 듯하였다.
“힌트를 드린다면, 진부에서는 元物이 등장하고, 술부에서는 心이 등장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아! 양은 형상을 가리키기에 物이라 하고, 음은 정신을 가리키기에 心이라고 했군요?”
안산이 큰 소리로 답을 하였다.
“그렇죠. 物心兩面이라고 하는 말이 있는 것처럼, 물(物)은 양이요, 심(心)은 음을 가리킵니다.
마음은 무형이기에 동서남북이라는 형상이 없으면 안 되는 법이고, 동서남북에 흩어진 물질은 기준을 잡아주는 중심이 없으면 안 되는 법입니다.
선천물질문명은 그 모습을 사방으로 나타내기에 분주하였지만, 기준을 잡아주는 중심이 없었습니다.
그 중심은 戌에 있으므로 술부에 ‘천지지중앙은 심야’라고 했다는 건 이미 말씀 드린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