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장 총론 - 11
앞에 앉아 있던 효산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모양이었다.
“4경은 동서남북이라는 공간과 춘하추동이라는 시간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굳이 4라는 숫자에 경이 붙어야 할까요?”
“그건 시공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왜 그렇게 시시한 질문을 하는 거냐고 할지 모르지만, 4라는 숫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서 그랬던 겁니다.
4는 절대적인 형상을 가리키는 상징입니다.
방위를 나타낼 적에 8방도 있고, 5방도 있습니다.
그러나 8방은 4방을 음양으로 나눈 것에 지나지 않고, 5방은 4방의 중심을 가리킨 겁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5는 형상을 가리킨 것이 아니라, 형상의 중심 즉, 무형을 가리킨 것이고, 형상을 나타내는 상징은 4가 정답입니다.
율려라는 것은 형상을 통해서 동정의 소리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반드시 4를 바탕으로 해서 나오게 마련입니다.
4가 4를 가면 16인데 이것이 바로 천지조판(肇判)을 짜는 기본수입니다.
16을 1, 6水라고도 하는데, 생수, 성수로 상징되는 물이야말로 창조의 근원입니다.
이 1, 6수가 선천에는 북방에만 있었는데, 그 까닭은 물을 차가운 북방의 원소로만 보았던 사고(思考)때문이었지요.
남방에는 뜨거운 불을 가리키는 2, 7火가 있는 걸로만 알았는데, 인존세상에서는 수화가 한데 어울려 수생어화(水生於火)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용담도의 중앙에 1, 6이 들어가게 된 겁니다.
1, 6을 합하면 7이 되는데, 그건 곧 물과 불이 합한 상태를 가리킵니다.
물만 있어도 안 되고, 불만 있어도 안 되며, 두 가지가 한데 합할 적에 비로소 생명의 물과 생명의 빛이 온전해 지는 법입니다.
이런 사실을 제일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겨 놓으신 분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일부 선생이십니다.
정역에 이르기를 ‘二天七地’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2, 7火라는 오행을 가리킨 것이 아니라, 용담도의 중앙, 즉 우주의 중심인 인간의 자성을 가리킨 것입니다.
수박을 세 번 가르면 표면에는 여섯 개의 十字가 형성되는데, 十은 음양의 조화를 가리킵니다.
음양의 조화가 표면을 감싸고 있으니 그것은 곧 하늘을 가리키기 때문에 ‘二天‘이라고 한 것이며, 여섯 개의 十字의 중심에 7번째에 해당하는 十字가 있으니 이것이 바로 ’七地’라고 한 것입니다.
하늘이라는 허공 속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땅이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