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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로 본 소성괘 - 3

영부, 精山 2009. 3. 27. 08:23

하늘에서 내리는 물은 염분이 없다.

수증기가 되어 상승하는 과정에서 이미 염분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물을 가리켜 습기(濕氣)라고 부르며, 습기의 집합을 가리켜 연못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하늘은 거대한 연못이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연못은 금세 마르는 것도 연못의 근원이 하늘이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습기가 모인 연못은 큰물이다. 그렇다면 연못은 태괘(☱)이 아니라 감괘(ㅁ)이라고 해야 하는 게 타당한 일이 아닌가? 그렇게 보는 것은 형상적인 면으로 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같은 물이라고 하여도 태괘(☱)는 양이 다하여 상천(上天)에서 발생한 습기를 가리키는 것이고, 감괘(☵)은 땅을 가리키는 곤괘의 중심으로 양기가 들어가서 발생한 물이다.

쉽게 말하자면 태괘(☱)은 하늘에서 만들어지는 물이고, 감괘(☵)은 땅에 있는 물이다.

이것은 이미 앞에서 감리 두 괘를 제외한 나머지 여섯 괘는 6변을 한다고 했던 것과 상통한다.

수증기인 태괘(☱)는 상, 중, 하로 음양의 변화를 하기 때문에 6변을 거친다.

같은 물이라도 태괘(☱)는 양이요, 감괘(☵)은 음이다.

하늘에서 내린 빗물(陽水)은 땅 속으로 흘러들어가게 마련인데 이걸 그대로 나타내면 ☵이다.

 이번에는 풍괘(☴)에 대한 것을 살펴보자.

풍(☴)은 태(☱)와는 반대로 맨 밑에 음효가 하나 있다.

음은 본래 그 자리가 밑에 있는 법이므로 풍(☱)의 음효와는 달리 제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사람으로 치면 여성이 비로소 제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한 상태이므로 장녀(長女)라고 한다.

태(☱)의 음효는 하늘에서 맨 처음 생긴 음이므로 소녀(少女)라고 한다.

같은 여성을 상징하지만, 태(☱)은 물이 모인 연못(澤)이라고 하는 반면, 풍(☴)은 바람(風)이라고 한다.

풍(☴)의 형상을 보면 밑에 있는 땅(음효)에서 양효 두 개가 상승하는 형국이다.

땅에서부터 발생하여 밖(위)으로 강력하게 발산하는 기운을 가리키는데 이것이 바로 바람이다.

태(☱)은 하늘 위에 있는 음기요, 음은 수축하는 본능이 있기에 물방울로 화한 것이요, 풍(☴)은 땅위에 있는 양기요, 양은 확산하고 요동(搖動)치는 본능이 있기에 바람으로 화한다.

하늘에서 물이 만들어지는 건 쉽게 알 수 있는데, 땅에서 바람이 만들어지는 건 과연 몇 사람이나 알까?

사람들은 말하기를 바람이 생기는 원인은 바다와 땅에서 생기는 기압의 차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원인은 땅이 돌기 때문이다.

거대한 지구는 엄청난 속도로 선회(旋回)한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바람을 일으킨다.

몸집이 클수록 바람도 큰 법이므로 풍(☴)을 가리켜 몸집이 다 자란 장녀라고 한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하늘의 구름, 즉 물방울은 몸집이 작은 법이므로 소녀라고 하였다.

 이것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자.

양은 동(動)이요, 음은 정(靜)이다.

이걸 달리 말한다면 음은 그릇이고, 양은 그릇에 담기는 내용물이라고 보면 된다.

태(☱)는 내용물이 속에 들어가 안 보일 정도로 깊은 그릇이며, 풍(☴)은 내용물이 겉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얕다.

어느 것이 더 그릇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지는 굳이 물을 필요도 없다.

태(☱)는 많은 걸 깊숙하게 간직하고 있으니 여유롭고 풍성한 반면, 풍(☴)은 불안한 모습이다.

태(☱)나 풍(☴)은 다 같이 보관을 잘 하는 음에 속하면서도 이처럼 서로 다르다.

요컨대 태(☱)는 항아리요 풍(☴)은 접시다.

사람으로 치면 태(☱)는 키가 작으면서 동글동글하고 여유로우면서 신중하고, 비만과 게으름을 풍긴다면, 풍(☴)은 키가 크고 학식이나 지식을 자랑하며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고, 변화가 무쌍한 편이다.

또한 양은 단단한 강(剛)이요, 음은 부드러운 유(柔)다.

태(☱)의 밑에는 단단한 양이 두 개가 있고, 그 위에 부드러운 음효가 있는 형국이니, 이는 곧 흙에 묻힌 금강석이다.

건괘와 태괘를 가리켜 오행으로 금(金)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건(☰)과 태(☱)의 양효를 기준으로 한 개념이다.

풍(☴)은 반대로 단단한 금이 흙 위로 나와 있는 형국이다.

풍(☴)을 달리 말한다면 부드러운 흙을 뚫고 올라온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