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 음양, 정사 - 4
운곡선생은 다시 칠판에 다음과 같이 글씨를 썼다.
文 天
陽 陰
事 政
“만약 이렇게 현무경에 기록을 했다면, 그건 선천의 경전에 지나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 이렇게 쓴 건 차등세계(差等世界)를 가리키는 겁니다.
하늘이 맨 위에 있어서 上帝(상제)라 하는 것과 같지요.
그러나 수직으로 쓴 건 하늘이나 땅이나 인간이나 모두가 無等(무등)하다는 걸 암시합니다.
과거 선천에서는 낙서의 법칙대로 10이 빠진 형상을 기준으로 생각을 하다 보니까 차등세계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지요.
형상은 반드시 높고 낮음, 길고 짧음, 미움과 사랑 등을 취할 수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분별지가 발생했으며, 그 결과 차등세계로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인존문명에서는 그런 건 용납되지 않습니다.
사물의 실체가 ‘人中天地一’로 나타나 인간의 자성에서 움직이는데, 자성은 본래 무형이므로 당연히 무등세계로 회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무등세상으로 ‘천문, 음양, 정사’가 하나 되어서 나타나는 것이 바로 그 다음 장의 현무경입니다.
그때의 현무경은 ‘一字五結’로 나타납니다.
그건 조금 이따 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천문, 음양, 정사와 6수에 대한 걸 집중적으로 해부하기로 합시다.”
운곡선생은 냉장고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수박 한 통을 껴냈다.
“아직 제 철은 아니지만 시각적인 효과를 돕기 위해서 어제 특별히 주문한 수박입니다.
굳이 이걸 자르지 않아도 이미 여러분의 머리에는 수박을 가르는 게 각인이 됐을 겁니다.
그래도 필요하다면 직접 갈라보려고 준비를 했습니다.
여러분은 天中數가 4요, 地中數가 5요, 人中數가 6이라는 건 다 기억하고 있겠죠?”
“네”
“그러니까 ‘천문, 음양, 정사’는 인중수로 11귀체를 이룬다는 말입니다.
이조장은 대학의 우경 1장(右經一章)에 해당하고, 그 나머지는 10장(十章)에 해당한다고 하였으니 이조장과 그 나머지를 이어주는 ‘천문, 음양, 정사’는 당연히 1과 10을 이어주는 11귀체라고 한 겁니다.
11개의 중심수는 무언가요?
6이지요? 그래서 여섯 자로 표기한 겁니다.
선천물질세상의 중심을 이룬 건 5였으니, 그걸 소멸하고 6으로 새롭게 인존문명을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소멸음해부’를 다섯 자로 한 겁니다.”
“소멸음해부가 두 번 거듭했으니 열자인데요?”
“그건 모든 게 경위로 짜여 졌기 때문에 그걸 소멸하는 것도 경위로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소멸음해부는 곧 다시 언급할 겁니다.
여하튼 6으로 11귀체의 중심을 잡은 것은 그간 虛數(허수)로 있던 선천 낙서의 中五를 實五로 바꾸지 않으면 참다운 개벽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實五나 虛五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 무슨 의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