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뢰 ... 산뢰이
양의 값이 36인 괘의 이름은 ‘중진뢰(重震雷)’라고 한다. 하늘이나 땅이나 모두 우렁찬 번개가 치고 있으니 그 기상이 가히 위력적이다. 음의 값이 36인 괘의 이름은 ‘중손풍(重巽風)’이다. 중진뢰가 양적인 변화, 즉 물리적인 변화를 가리킨다면, 중손풍은 음적인 변화, 곧 정신적인 변화를 가리킨다.
양의 값이 35인 괘의 이름은 ‘풍뢰익(風雷益)’이다. 위에서는 바람이 부는데 밑에서는 번개가 치는 형국이다. ‘천지비‘에서 위에 있는 하늘의 양기가 밑으로 내려와 도와주는 형국이라고 하여 ’益(더할 익)‘이라고 한다. 위에 있는 손괘는 음이요, 밑에 있는 진괘는 양이므로 음양이 서로 교류하여 도와주고 있는 형국이므로 ’익‘이라고도 한다. 음의 값이 35인 괘의 이름은 ’뇌풍항(雷風恒)‘이다. 위에서는 번개가 치고, 밑에서는 바람이 부는 형국이다. 번개나 바람은 변동을 가져온다. 그런데 그와 반대로 ’항(恒)‘은 항상 변함이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렇게만 보면 서로 맞지 않는 의미인 것처럼 보이지만 항상 변함이 없는 것은 반드시 변화를 통해서 유지된다. 진괘는 용을 가리키므로 뇌풍항은 ’바람을 타고 있는 용‘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 그 세력이 영구하다.
양의 값이 34인 괘의 이름은 ‘수뢰둔(水雷屯)’이라 한다. 용이 물속에 숨어 있는 모습이므로 ‘屯(숨을 둔, 진칠 둔)’이라고 한다. 음의 값이 34인 괘의 이름은 ‘화풍정(火風鼎)’이라고 한다. 이괘는 아름다운 꽃을 가리키고, 손괘는 나무를 가리키므로 나무 위에 핀 꽃을 의미한다. 밑에서 바람이 불어 불꽃을 더욱 피어나게 하는 형국이 화풍정이다. 鼎은 가마솥을 가리키는 것이요, 가마솥은 음식을 익히는 도구다. 수뢰둔이 용이 물속에 숨은 은둔의 상징이라면 화풍정은 반대로 숨은 것을 익혀서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상징이다.
양의 값이 33인 괘의 이름은 ‘산뢰이(山雷頤)’다. 頤는 ‘턱 이’자다. 턱은 아래, 위로 이빨을 지니고 있는데, 산뢰이의 괘상이 그런 모양이다. 산뢰이는 맨 위와 맨 밑에 양효가 있고 그 중간에는 모두 음효가 있어서 그 모습이 마치 턱과 같다. 음의 값이 33인 괘의 이름은 ‘택풍대과(澤風大過)’다. 연못 밑에서 바람이 부는 형국인데, 산뢰이괘와는 정반대로 맨 위와 맨 밑에 음효가 있어 강력한 양기를 담기가 무척 힘이 든 모양이다. 대과는 ‘크게 잘못했다’는 말인데, 바로 이런 괘상 때문이다. 산뢰이나 택풍대과는 다 같이 밑에 무언가 담고 있는 모양인데, 산뢰이는 음을 담아 부수는 형국이요, 택풍대과는 양을 담아 부서지는 형국이다.
양의 값이 32인 괘의 이름은 ‘지뢰복(地雷復)’이다. 땅 밑에서 강력한 양기가 위로 치솟는 형국이다. 그것은 마치 겨울의 혹한을 이겨내고 움이 트는 초목과 같다. 이처럼 새로운 생명을 다시 찾았다는 의미에서 ‘復’이라고 하였다. 음의 값이 32인 괘의 이름은 ‘천풍구(天風姤)’다. 하늘 밑에서 바람이 부는 형국인데, 맨 밑에 음기가 있다. 음기가 밑으로 내려와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다시 하늘을 만날 수밖에 없다고 하여 ‘姤(만날 구)’라고 하였다.
이상, 64괘의 이름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것은 주마간산(走馬看山) 식으로 살펴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64괘에 대한 의미는 앞으로 다양한 방면으로 알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