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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음해부 - 3

영부, 精山 2009. 5. 7. 06:39

72둔이라는 말을 정도는 무심코 들었는데, 운곡선생의 질문을 받고 보니 문득 ‘두문동 72현’이 생각났다.

고려 왕조가 망하자 ‘불사이군(不事二君 :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말)’의 명분을 내세워 두문동(杜門洞)에 들어가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충신들이 떠올랐다.

그중에 제일 젊은 황희가 ‘대의명분을 지키는 일도 좋지만, 그렇다고 하여 백성들을 외면한다는 게 옳은 일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으며,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72현은 황희를 속세에 들여보내기로 결정을 내렸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72현이 됐는지 궁금했었다.

 

 “그건 8괘와 9궁의 곱셈이 아닌가요?”

 

 “물론 그렇죠.

7 × 9 = 63, 8 × 9 = 72, 9 × 9 = 81을 합한 216이 건책수가 되는 걸 인용할 필요도 없이 72는 만물의 둔갑수입니다.

그런데, 지구가 적도를 기준으로 하여 남북으로 출지(出地) 36도, 입지(入地) 36도를 하고 있으니 도합 72도로 승강을 하는 데에 근거를 두었던 겁니다.

천지가 72도로 둔갑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만물도 그런 도수대로 변화를 하는 겁니다.

그걸 둔갑장인 허무장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허무장 1절이 일자오결로 묶은 23자와 소멸음해부 13자가 합하여 36자로 이뤄졌다는 건 무얼 의미일까요?”

 

 정도는 그냥 허무장 1절은 36천도수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23자와 13자로 구분하는 운곡선생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그의 치밀함에 탄복(歎服)하였다.

 

 “23자하면 생각나는 게 없나요?”

 

 “아! 태을주!”

 

안산이 가볍게 손을 맞잡으면서 대답을 했다.


“그렇죠! 태을주는 본래 19자였는데, 개벽주께서 거기에 ‘훔치훔치’라는 4대문을 달아서 23자가 됐습니다.

그러니까 일자오결로 묶은 23자는 결국 태을주를 가리킨 겁니다. 태을주는 태을천상원군(太乙天上元君)이 도래(都來)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주문으로 만든 것인데, 태을천상은 인존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후천의 새로운 하늘, 즉 태세(太歲)를 가리킵니다.

후천의 태세는 현무경을 만든 기유(己酉)년을 가리킨 것이므로, 기유의 전 해인 무신(戊申)년으로 선천의 모든 음해세력들을 소멸한다고 한 것입니다.

선천의 하늘은 乙이 아니라 甲에 열렸다는 걸 생각하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선천의 하늘이 갑에 열리고 후천은 을에 열렸다는 말이 정도는 선뜻 와 닿지 않았다.

그가 알기로는 선천 낙서는 戊辰년에 시작하였고, 후천 용담은 己酉년에 시작을 하였으니 차라리 ‘戊己는 천지의 한문(閈門)이라’고 하신 개벽주의 말씀이 더 쉽게 다가왔다.

 

선, 후천의 하늘은 戊己가 아닌가요?”

정도의 질문에 운곡선생은 고개를 잠시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