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동량 4
“3신은 형이상적인 표현이고, 4물은 형이하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유식한 사람들이 하는 표현이고, 나 같이 무식한 사람이 알아듣기 쉽게 말해 줄 수 없나요?”
실내에는 잠시 웃음이 퍼졌다.
다른 사람도 아닌 운곡선생이 자신을 무식하다고 하는 게 우스웠던 모양이다.
진산은 잠시 머뭇하더니 입을 열었다.
“3신은 홀수이니까 변화하는 주체를 가리키고, 4물은 짝수이니까 정적인 형상의 주체를 가리킨다고 봅니다.”
“우와!”
실내에는 갑자기 우렁찬 박수소리가 퍼졌다.
“그렇죠. 그렇게 대답하니까 훨씬 생동감이 있군요.
사실 1에서 10까지의 숫자는 전부 우주만물의 주체를 가리키는데, 3신은 3변하는 주체요, 4물은 4상이라고도 하는 형상의 주체를 가리킵니다.
이조장의 영부는 동적인 것이므로 ‘현무경’이라는 3수, 즉 홀수로 상징하는데 비해, 기초동량은 정적인 것이므로 ‘기초동량’이라는 4수, 즉 짝수로 상징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기초동량이라는 글자도 반서로 된 것이 있고, 한 줄로 늘어선 것이 있는가 하면, 두 줄로 세운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기초동량이라는 글자에는 네 개의 방점(傍點)을 찍어두었습니다.
더욱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섯 개의 기초동량 중에서 다섯 개에만 방점이 있고 나머지 맨 마지막 기초동량에는 방점이 없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런 건 차츰차츰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기초동량에 찍힌 방점은 4방과 4시, 즉 시간과 공간을 가리킵니다.
새로운 후천 5만 년의 기초동량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세우는 걸 가리킵니다.
새로운 시공의 성립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새 세상을 의미한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악정(惡政)을 몰아낸 혁명의 성공을 가리켜 새로운 세상이 도래한 것으로 인식하지만, 사실 그런 것은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역사에서도 얼마나 많은 혁명이 있었나요?
그럴 때마다 새 정부나 국가가 들어섰지만 시간이 흐르면 또 다시 폐습(弊習)이 되풀이하는 악순환의 연속이지 않았던가요?
그러나 천지가 빚어내는 시공의 법칙을 제대로 이해하기만 하면 영원한 참자유와 행복을 보장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초동량의 방점들은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 기초동량을 살펴봅시다.
첫 번째 기초동량은 반서로 되었고 두 줄로 되어 있습니다.
반서로 쓴 것은 선천에서 양을 위주로 하던 것이 후천에는 음을 위주로 한다는 신호입니다.
특히 두 줄로 된 것은 그런 사실을 더욱 뒷받침 하는 거라고 할 수 있겠지요.
기초동량을 한 줄로 쓴 것은 양을 가리키고, 두 줄로 쓴 것은 음을 가리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