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괘, 감괘
양효가 두 개인 것은 태괘와 더불어 손괘도 있다
.
태괘가 맨 위에 음이 있다면, 손괘는 맨 밑에 음이 있다는 게 다르다.
양은 본래 위로 상승하려는 속성이 강한데, 그것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위에 두 개나 있으니 얼마나 변동이 심할 것인가?
비록 밑에 음효가 하나 있다고는 하나 그것이 두 개의 양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태괘가 유유자적한 안정을 누린다면 손괘는 항상 불안하다.
그러나 태괘가 활동 폭이 좁은 데 비해, 손괘는 굉장히 넓다.
이른바 견문이 넓어 박식을 자랑하는 게 손괘의 상징이다.
그래서 손괘를 학자라고 한다 함은 이미 앞에서 밝힌 바 있다.
밑에 음효가 땅에 발을 대고 있어서 가끔씩은 안정적인 면도 볼 수 있으나, 항상 변동을 부릴 소지가 원체 다분하다.
변동이란 면에서는 진괘도 굉장하지만, 진괘는 두 개의 음, 즉 안정적인 걸 파괴하는 혁명가적인 기질이라면 손괘는 다툼이 별로 없으면서 하늘을 향한 열정이 대단하다.
그러니까 진괘는 무력적인 혁명을 선호한다면, 손괘는 학문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타입이다.
그것은 태괘와 간괘도 마찬가지여서 태괘가 물질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면, 간괘는 정신적인 안정을 추구한다.
이상은 건곤의 상하를 기준으로 한 것이고, 이번에는 건곤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건괘의 중심으로 1음이 들어가면 이허중(離虛中)이요
, 이중녀(離中女)라고 한다.
상하로 양이 둘러싸인 형국인데 음은 본래 정적이며, 안정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겉으로는 화려한 불빛을 자랑하면서도 속으로는 그늘이 드리운 형국이다. 이걸 가리켜 ‘외강내유(外剛內柔)라고 한다.
반대로 곤괘의 중심으로 1양이 들어간 감괘는 외유내강(外柔內剛)이다
.
외강내유인 리괘는 활달하면서 화려한 것을 좋아한다.
비록 속으로는 음기가 있다고는 하나, 두 개나 되는 양의 기운으로 인해 매사에 적극적이며 밝은 분위기를 지향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 번 좌절하기 시작하면 금방 시들해지기 쉽다.
그것을 상징하는 게 바로 불이다. 물에 비해서 불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