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과 벽곡
어떤 사람이 생식과 벽곡의 편리함을 말하니 개벽주 놀래어 가라사대 천하사는 살고 죽는 두 길에 그치나니 우리의 쉴 새 없이 서두는 일은 하루에 밥 세 때 벌이로 먹고 살려는 일이라 이제 먹지 않기를 꾀하는 자 무슨 영위가 있으리오
생식은 익히지 않고 음식을 먹는 것이며, 벽곡은 곡식을 먹지 않고 솔잎이나 대추 등을 먹고 사는 걸 가리킨다.
사람이 먹는 음식물은 모두가 자연의 기운을 품수한 것들이다.
어느 것을 먹건 사람에게 부족한 기운을 보충하기 위함이다.
물론 불로 음식물을 구워 먹거나 익혀 먹으면 그 속에 들어 있는 영양분이 파괴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음식물을 물질로만 보는 관점이다.
음식물은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이 깃든 것이다.
물질적인 기운도 중요하지만 영적인 기운이 더 중요한 법이다.
인간만이 화식을 한다.
짐승들은 불을 사용할 줄 모르니 당연히 생식을 하게 마련이다.
불을 익힌 음식물과 그렇지 않은 음식물에는 반드시 차이가 있다.
영양분을 따진다면 생식이 나을지 모르겠으나, 단단한 금의 기운을 따진다면 단연 화식이 좋다.
金火交易은 리괘와 곤괘가 서로 자리를 맞바꾼 걸 가리킨다.
리괘는 음식물을 가리킨다.
그것이 불 속에 들어가야 제대로 익는다.
사람이 음식물을 익혀 먹게 된 건 아마 낙서문명의 시작과 더불어 한 게 아닐까?
개벽주께서 하루 세끼를 언급한 것은 하도, 낙서, 용담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하루에 한 끼를 먹건, 두 끼를 먹건 그런 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하루 하루 반드시 하도, 낙서, 용담을 찾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곡식은 안 먹고 솔잎, 대추, 밤 따위만 날로 조금씩 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