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7월 26일 주역강좌 1
천부동 7월 강좌
주제 : 주역강좌
일시 : 7월 26일(일) 14시 반 ~ 15시
장소 : 양평역 미래사랑 2105호
강사 : 왕정산
내용 : ① 역의 출현
② 역의 가치와 의의
③ 개벽과 역
④ 복희 8괘
⑤ 수치로 본 소성괘
⑥ 체용(體用)으로 본 소성괘의 수치
① 역(易)의 출현
易은 언제 생겼는지 아무도 모른다. 주역 이전에 귀장역과 연산역이 있었다는 기록은 있으나 그 내용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다. 제5대 태우의 환응의 季子인 복희성인이 風山에서 하루에 12번 변하는 神龍을 보고 팔괘를 지었다고 하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정도다. 복희씨는 하늘의 상서인 하도가 나온 지 103년 차 되던 해인 갑자년에 하도를 풀이하고 그걸 세상에 알리기 위하여 팔괘를 획괘하였다는 설이 있다. 주역은 주나라의 문왕에 의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문왕은 은나라의 폭군 주왕(紂王)에 의해 유리에서 7년 간이나 감옥생활을 하면서 지극정성으로 역에 대한 이치를 고찰한 결과, 마침내 하늘로부터 64괘의 이름을 붙이게 됐고, 그의 동생 주공(周公)이 효사(爻辭)를 붙이고, 나중에 공자가 십익(十翼)을 달아다는 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주역은 혼자의 작품이 아니라, 누대에 걸친 성현들의 가르침과 영감이 배어 있다고 할 수 있다.
② 역의 가치(價値)와 그 의의(意義)
역은 하늘의 말씀이다. 사람은 표정이나 몸짓, 언어, 문자 등으로 자신의 의중을 표현하지만, 천지는 기상(氣象)으로 자신의 의중을 나타낸다. 이걸 달리 조짐(兆朕)이라 한다. 조짐을 잘 읽는 사람은 천지의 뜻을 먼저 알아듣고 그에 대비한다. 천지의 기상은 항상 변하게 마련이다. 그 까닭은 천지도 엄연히 살아 있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변하는 것을 가리켜 역(易)이라 하며, 그런 학문을 가리켜 역학이라 한다. 예로부터 역(易), 서(書), 시(詩), 춘추필법(春秋筆法)이라 하여 역을 가장 높은 학문으로 인정한 걸 보아도 그 가치는 실로 무궁한 것이다. 역은 우주변화의 원리인데, 그것을 학문으로 나타내면 역학(易學)이요, 책력(冊曆)으로 나타내면 역법(曆法)이라 하고, 그로 인해 인류의 역사(歷史)가 성립하고, 그것을 드러내기 위하여 역(力)이 필요했다. 또한 역의 원리대로 자신의 임무를 맡으면 역할(役割)이 주어지며, 역의 이치를 전달하는 곳을 가리켜 역참(驛站)이라 하고, 지역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지므로 그걸 구분하기 위한 게 구역(區域)이다. 이외에도 역에 관한 문자를 찾으면 더 있겠으나 생략하기로 한다. 이처럼 역은 기상을 대변하는 신령한 이치를 가리키므로 하늘과 통하기 위해서는 불가불 터득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수사항이다.
③ 개벽과 역
천지개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은 필수적이다. 개벽주께서도 ‘주역은 내가 개벽 할 때 쓸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개벽이란 것이 궁극적으로 인생과 사회의 바른 가치를 구현하여 지상선경을 건설하는 데에 있는 것이라면, 그 구체적인 행위를 가리켜 개벽이라 한다. 개벽주께서는 또한 ‘도통(道通)은 건곤진손감리간태에 있느니라’고 하심으로써 이런 사실을 확증하셨다. 따라서 도통을 원하는 자라면 당연히 역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④ 복희 8괘
여러 가지의 역이 있었다고 하나 현재까지 전해져 오는 역은 복희씨를 비조(鼻祖)로 한다. 복희씨는 하도를 풀이하여 세상에 그 이치를 알리기 위하여 팔괘를 그었다고 하는데, 이를 가리켜 획괘(劃卦)라고 하는데, 지금도 사람들은 인류사에 커다란 족적(足跡)을 남긴 일을 가리켜 획기(劃期)라고 한다. 인류사에는 그간 3획이 있었으니 하도, 낙서, 용담이 바로 그것이다. 낙서, 용담은 그 바탕이 모두 복희 8괘에서 비롯하였으므로 당연히 복희 8괘를 공부해야 한다.
하도를 풀이한 것이 복희 8괘라고 하였는데, 하도와 비교하면서 복희 8괘를 살펴보는 게 순서이리라. 하도는 1에서 10까지의 숫자로 구성됐다. 그렇다면 괘도 10개가 나와야 할 텐데 굳이 8개로 그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하도의 중심을 제한 나머지 8방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하도의 10개의 숫자는 본래 불변하는 우주의 공간을 가리킨다. 불변하는 것은 공간이며, 필변(必變)하는 것은 시간이다. 불변과 필변! 이 두 가지는 우주의 음양이다. 이처럼 우주에는 불변과 필변하는 두 가지의 기본적인 음양이 있는데, 불변하는 공간의 성질을 상징하는 걸 가리켜 天干이라 하고, 필변하는 시간을 상징하는 걸 가리켜 地支라고 한다. 따라서 하도에서 천간과 지지가 어떻게 나왔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하도의 1, 6은 水가 머무는 곳이요, 2, 7은 火, 3, 8은 木, 4, 9는 金이 머무는 곳이라고 한다. 이처럼 수화목금이라는 사상으로 구분하였는데, 그것은 중앙에 있는 두 개의 음양으로 인해 나온다. 그걸 가리켜 5, 10土라고 한다. 土라는 문자가 十과 一로 이루어진 것도 의미심장하다. 十은 두 개의 一이 모였으니 한 개의 一은 곧 5인 셈이다. 따라서 土에는 5와 10이라는 수리가 이미 들어 있다고 봐야 한다. 5토는 양토(陽土)라고 하며, 10토는 음토(陰土)라고 한다. 이처럼 두 개의 土가 합하여 卜(점칠 복)을 하면 卦字가 나오는 걸 보아도 괘는 음양을 기본으로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중아의 두 개의 토와 사방에 생성으로 이루어진 각 5행이 있기에 10천간이 나왔다. 그렇다면 12지지는 어떻게 나왔을까? 그것도 간단하다. 1生水가 6成水로 화하기 위해서는 5가 필요하며, 2生火는 5를 통해 7成火로, 3生木은 5를 통하여 8成木으로, 4生金은 5를 통하여 9成金으로 그 모습을 변화한다. 이처럼 1, 5, 6과 2, 5, 7과 3, 5, 8과 4, 5, 9라는 과정을 통하여 모든 형상의 변화가 이루어지는데 그 단계가 12이므로 그걸 12지지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 가지 공식을 도출하게 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천간은 고정된 결과를 가리키고, 지지는 변화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
그러므로 앞에서 말한 것처럼 천간은 불변을 가리키고, 지지는 필변을 가리킨다고 하는 법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천간과 지지를 팔괘와 연결시킨다면 다음과 같다. 천간은 팔괘에서도 음양으로 나타나고, 지지는 팔괘에서도 변화를 가리키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그렇게 본다면 팔괘의 음괘나 양괘, 음기나 양기 등은 모두 천간의 편린(片鱗)이며, 소성괘의 3효는 지지의 모습이고, 6효는 지지가 음양으로 나타난 형상이다. 팔괘와 간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심도 있게 다시 고찰할 것이고, 여기서는 우선 소성괘를 통한 주역의 이치를 접해보는 게 순서다.
⑤ 수치로 본 소성괘
괘에는 크게 소성괘와 대성괘가 있는데, 소성괘는 3효로 이루어진 것이요, 대성괘는 그것이 음양으로 다시 나누어진 6효로 이루어졌다. 효(爻)는 두 개의 예(乂 벨 예, 다스릴 예)가 합한 글자인데, 천지의 기본인 음양을 다스려 밝힌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이런 것은 마땅히 인간이 본 받아야 할 것이므로 爻는 ‘본받을 효’라고 한다. 주역은 64괘 384효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졌는데, 그걸 이해하려면 소성괘에 대한 이해가 선결과제다.
소성괘라고 하면 복희 8괘를 가리킨다. 물론 문왕 8괘와 일부 8괘가 있긴 하지만, 복희 8괘를 알면 나머지는 저절로 알게 된다. 복희 8괘도를 살펴보자.
(복희 8괘도)
위 도표를 보면 1건천, 2태택, 3리화, 4진뢰, 5손풍, 6감수, 7간산, 8곤지의 순서로 그려졌다. 여기에 붙은 숫자는 별로 의미가 없이 그저 순서대로 붙인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왼편에 있는 ‘건태이진‘ 네 괘를 가리켜 천지사상(天之四象)이라 하며 오른 편의 ’손감간곤‘ 네 괘를 가리켜 지지사상(地之四象)이라 한다. 이처럼 천지로 구분한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태양 태음 소양 소음 ‘에서 나왔다. 태양을 바탕으로 해서 건괘 ☰와 태괘 ☱가 나오고, 소양을 바탕으로 해서 리괘 ☲와 진괘 ☳가 나왔으며, 소음을 바탕으로 해서 손괘 ☴와 감괘 ☵가 나오고, 태음을 바탕으로 해서 간괘 ☶와 곤괘 ☷가 나온 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하늘은 태양, 소양을 바탕으로 하므로 천지사상이 나오고, 땅은 태음과 소음을 바탕으로 하게 마련이므로 지지사상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이번에는 모양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건괘를 중심으로 손장녀, 리중녀, 태소녀가 한데 모여 있고, 곤괘를 중심으로 진장남, 감중남, 간소남이 한데 모여 있는데, 그건 어쩐 이유일까? 그 답도 역시 간단한데, 3효가 모두 순양으로 이루어진 ☰의 밑으로 1음이 들어가면 손장녀요, 중간으로 1음이 들어가면 리중녀요, 맨 마지막으로 1음이 들어가면 태소녀가 된다. 마찬가지로 3효가 모두 순음으로 이루어진 ☷의 밑에서 1양이 시작하면 진장남이요, 중간으로 1양이 들어가면 감중남이며, 마지막으로 위에 1양이 들어가면 간소남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음이건, 양이건 모두 맨 밑에서부터 시작의 기준을 세웠다는 사실이다.
이번에는 팔괘의 변화를 통한 고찰을 해보자. 변화는 반드시 3단계를 거치는 법이므로 1건천에서 시계 바늘 반대편으로 3단계를 거치면 4진장남이 나오고, 거기서 다시 3단계를 거치면 6감중남이 나오며, 거기서 다시 3단계를 거치면 동남방 2태소녀 자리에 간소남이 등장해야 하지만, 뒤집어져서 반대편 서북방으로 7간산이 자리를 잡았다. 이처럼 뒤집어지는 이유는 두미교류(頭尾交流)를 하는 것이 본래 천지의 음양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건아버지 건괘에서 세 아들이 모두 변화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반대로 이번에는 어머니 곤괘에서 3단계를 거리면 5손장녀가 나오고, 거기서 3단계를 거치면 3리중녀가 나오며, 다시 3단계를 더 가면 서북방에서 태소녀가 등장해야 하지만, 두미교류의 원칙에 입각해 반대편인 동남방에서 2태소녀가 등장했다.
이번에는 음양의 수치를 비교해보자. 본래 팔괘는 수리를 통해서 살피는 게 가장 정확한 법인데, 주역 책에는 수리에 관한 것이 별로 없다. 수리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중요한 것 두 가지를 기준으로 살피기로 한다. 먼저 삼천양지(三天兩地)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양은 3이요, 음은 2라는 원칙인데, 천지사상과 지지사상을 나누어 살피도록 한다. 건괘는 3효가 모두 양이므로 9요, 태괘는 양효가 둘, 음효가 하나이므로 8, 리괘는 양효가 둘, 음효가 하나이므로 8, 진괘는 양효가 하나, 음효가 둘이므로 7이다. 이를 모두 합하면 천지사상의 합수는 32가 나온다. 반대로 지지사상은 손괘가 양효 둘, 음효 하나이므로 8이요, 감괘는 양효가 하나, 음효가 둘이므로 7, 간괘는 음효가 둘, 양효가 하나이므로 7, 곤괘는 음효만 셋이므로 6이다. 이를 도합하면 지지사상은 28이 된다. 천지사상 32수는 4 × 8 = 32인데, 이는 곧 4상이 8괘에 충만한 상태다. 지지사상 28수는 4 × 7 = 28인데, 이는 곧 하늘의 28성수를 가리킨다. 하늘은 땅에 반조되어야 하므로 지지사상수로 나타난 것이요, 땅은 하늘에 반조되어야 하므로 32相으로 나타난 것이다.
또 하나의 수치(數値)가 있는데, 그것은 2진법을 기준으로 한다. 주역의 8괘는 본래 2진법을 기초로 한다. 1태극이 2음양을 낳고, 음양은 4사상을 낳으며, 사상은 8팔괘를 낳는다는 것은 2진법이다. 2진법은 2를 배수(倍數)로 하여 곱해지는 수를 가리킨다.
괘명 |
건천 |
태택 |
리화 |
진뢰 |
손풍 |
감수 |
간산 |
곤지 |
상효 |
양1 |
-- 음1 |
양1 |
-- 음1 |
양1 |
-- 음1 |
양1 |
-- 음1 |
중효 |
양2 |
양2 |
-- 음2 |
-- 음2 |
양2 |
양2 |
-- 음2 |
-- 음2 |
하효 |
양4 |
양4 |
양4 |
양4 |
-- 음4 |
-- 음4 |
-- 음4 |
-- 음4 |
계 |
양7 |
양6, 음1 (양5) |
양5, 음2 (양3) |
양4, 음3 (양1) |
양3, 음4 (음1) |
양2, 음5 (음3) |
양1, 음6 (음5) |
음7 |
위에서 보는 것처럼 복희8괘의 배치는 매우 질서정연하게 음양의 수치가 적은 곳에서 큰 곳으로 배열되었다. 이것은 위에서부터 밑으로 하강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고, 반대로 밑에서 위로 상승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다음과 같은 수치로 나타난다.
괘명 |
건천 |
태택 |
리화 |
진뢰 |
손풍 |
감수 |
간산 |
곤지 |
상효 |
양4 |
-- 음4 |
양4 |
-- 음4 |
양4 |
-- 음4 |
양4 |
-- 음1 |
중효 |
양2 |
양2 |
-- 음2 |
-- 음2 |
양2 |
양2 |
-- 음2 |
-- 음2 |
하효 |
양1 |
양1 |
양1 |
양1 |
-- 음1 |
-- 음1 |
-- 음1 |
-- 음4 |
계 |
양7 |
양3, 음4 (음1) |
양5, 음2 (양3) |
양1, 음6 (음5) |
양6, 음1 (양5) |
양2, 음5 (음3) |
양4, 음3 (양1) |
음7 |
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상승을 위주로 할 적에는 괘의 배열이 복희 8괘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배열로 나타난다. 하강을 위주로 했을 적에는 양은 <건7 -태5 - 이3 - 진1>으로 음은 <손1 - 감3 -간5 -곤7>의 순서로 나타났으나, 상승을 위주로 하면 양은 <건7 - 손5 - 리3 - 간1>, 음은 <태1 - 감3 - 진5 - 곤7>의 순서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복희 8괘는 철저하게 하강, 즉 하늘에서 모든 걸 기준으로 삼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음은 하강하고, 양은 상승을 위주로 한다는 면에서 살펴보자. 그것은 다음과 같은 수치로 나타난다.
괘명 |
건천 |
태택 |
리화 |
진뢰 |
손풍 |
감수 |
간산 |
곤지 |
상효 |
양4 |
-- 음1 |
양4 |
-- 음1 |
양4 |
-- 음1 |
양4 |
-- 음1 |
중효 |
양2 |
양2 |
-- 음2 |
-- 음2 |
양2 |
양2 |
-- 음2 |
-- 음2 |
하효 |
양1 |
양1 |
양1 |
양1 |
-- 음4 |
-- 음4 |
-- 음4 |
-- 음4 |
계 |
양7 |
양3, 음1 (양2) |
양5, 음2 (양3) |
양1, 음3 (음2) |
양6, 음4 (양2) |
양2, 음5 (음3) |
양4, 음6 (음2) |
음7 |
양의 수치는 <건7 - 리3 - 태2, 손2>의 순서로 흐르고, 음의 수치는 <진2, 간2 - 감3 - 곤7>의 순서로 흐른다. 이 수치는 앞으로 대성괘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익숙하게 다를 줄 알아야 한다. 여하튼 소성괘를 통하여 알 수 있는 것은, 복희 8괘의 배열은 매우 질서정연하게 전지사상과 지지사상으로 나누었다는 사실과, 모든 기운이 하늘로부터 하강 한다는 걸 기준으로 삼았다는 걸 알 수 있다.
⑥ 체용(體用)으로 본 소성괘의 수치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모든 것을 체용의 관계로 보았다. 체는 주체를 가리키고, 용은 주체가 작용하는 걸 가리킨다. 팔괘에도 이런 원리가 적용되는데, 양은 본래 하늘에 있는 것이므로 하늘을 체로 삼고, 음은 땅을 체로 삼는다. 양이 하늘에서부터 땅으로 멀리 벌어질수록 체는 큰 것이며, 반대로 음은 땅에서 하늘로 많이 올라갈수록 몸집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건괘는 하늘에서 땅 끝까지 온통 양으로만 채워졌으니 그 몸집은 7이다. 물론 곤도 7이다. 건은 플러스 7이요, 곤은 마이나스 7이라고 하는 점만 다르다. 건이나 곤처럼 순양과 순음으로만 이루어진다면 굳이 체와 용, 음과 양을 따질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주에는 순양과 순음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음양이 섞여 있는 것들이 더 많다. 그러기 때문에 체와 용, 음과 양의 수치를 알아야 한다.
그걸 알아야만 비로소 태괘가 음괘인지, 양괘인지, 진괘가 양괘인지, 음괘인지 등을 명료하게 판별할 수 있다. 손괘를 가리켜 장녀라고 하니까 음괘로만 알고 있다거나, 진괘가 장남이라고 하니까 양괘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손괘는 사상 중의 소양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므로 양괘로 보는 수가 있으며, 진괘는 소음을 바탕으로 하므로 음괘라고도 한다. 또는 손괘는 바람을 가리키는데, 바람이 동적인 것이므로 당연히 양이라고 해야 한다. 리괘를 중녀라고 하여 음괘라고 하지만, 리괘는 불이므로 당연히 양이라고 해야 한다. 간괘는 소남이라고 하면 양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산은 항상 정적인 상태이므로 음에 해당한다고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이걸 앞에서 살핀 수치를 대입하여 계산하면 태괘는 양의 값이 6이요, 손괘는 양의 값이 3이다. 그러면 당연히 태괘가 손괘보다 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못과 바람을 객관적으로 볼 적에 어느 것이 더 양적이라고 해야 할까? 못은 잔잔하고, 바람은 한 곳에 가만히 있지 못한다. 그러면 바람이 더 양적이라고 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태괘의 형상을 보면 밑에 두 개의 양(6)을 한껏 담아놓고 있는 모습이다. 쉽게 말하자면 많은 양을 담아 놓은 그릇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비유하자면 은행에 돈을 저축해 놓은 것과 같다. 하지만 아무리 저축을 많이 했어도 쓰지 않는 돈이라면 음에 속한다. 반면 현재 쓰고 있는 돈은 양이다. 즉 태괘에서 양의 체는 3이요, 용은 6이다. 그러면 태괘에서 음의 체는 얼마일까? 음은 양과는 정반대로 땅에서 하늘로 멀어질수록 체가 크고,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갈수록 용이 크다. 따라서 태괘에서 음의 체는 4요, 용은 1이다. 이런 식으로 8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건 |
태 |
이 |
진 |
손 |
감 |
간 |
곤 | ||||||||
|
음 |
양 |
음 |
양 |
음 |
양 |
음 |
양 |
음 |
양 |
음 |
양 |
음 |
양 |
음 |
양 |
체 |
0 |
7 |
4 |
6 |
2 |
5 |
6 |
4 |
1 |
3 |
5 |
2 |
3 |
1 |
7 |
0 |
용 |
0 |
7 |
1 |
3 |
2 |
5 |
3 |
1 |
4 |
6 |
5 |
2 |
6 |
4 |
7 |
0 |
이 표를 보면 건괘와 곤괘는 다 같이 음과 양의 극을 달리고 있다. 비유하자면 하지와 동지에 해당한다. 하지는 1음의 시작을 알리고, 동지는 1양의 시작을 알리기 때문에 새로운 해의 시작을 가리킨다. 그러기 때문에 하지 자리에 복희도는 1건천을 놓았으며, 동지 자리에 8곤지를 배치했다. 음양의 중도를 이루는 것은 춘분에 해당하는 리괘와 추분에 해당하는 감괘다. 리괘나 감괘는 다 같이 음양의 체와 용의 수치가 한결 같다. 그러나 둘 사이에도 차이점이 있으니, 그것은 리괘는 양의 체와 용이 5이고, 음의 체와 용이 2인데 반해, 감괘는 양의 체와 용은 2이고, 음의 체와 용이 5라는 사실이다. 이는 곧 겉으로는 춘분과 추분이 음양의 조화를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춘분은 양이 더 많고, 추분은 음이 더 많다는 걸 입증한다. 그 원인은 사상설에서 이미 밝힌 것처럼, 리괘는 천지사상에 속하여 양이 더 많고, 감괘는 지지사상에 속하여 음이 더 많다는 것으로 설명이 된다. 건은 순양만 있기에 곤의 순음 7과 합하여 음7, 양7을 이루고 있으며, 태는 음의 체4, 용1이므로 간의 음의 체 3, 용 6과 합하여 각기 7을 이룬다. 이런 것은 나머지 괘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수치를 통해서도 건곤이 한 짝이요, 간태가 한 짝이며, 감리가 한 짝이요, 진손이 한 짝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다음에는 8괘에 스민 의미를 새겨 보자. (다음 강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