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 800주
제갈량이 천하사를 도모하기 위해 가족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뽕나무 800주와 전답을 먼저 장만해 놓은 게 빌미가 되어 천하사에 성공치 못하였다고 한 개벽주의 말씀을 소개했는데, 그에 대한 오해가 있군요.
'제갈량이 그렇게 한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닌가? 자신의 가정도 돌보지 못하면서 어찌 천하사를 한단 말인가? 천하사를 하려는 사람이 가정에 신경쓰지 않고 천하사에 임할 수 있도록 안심하려고 한 처사가 잘못이라면 그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가?'하는 반문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런 생각이 나오게끔 사려깊지 못한 글을 올려서 미안할 따름이다.
대순전경에는 이런 말도 있다.
'후천에는 아내의 말을 들어야 한다'
즉 선천에는 남편들이 제멋대로 집안 일을 처리했으나, 후천에는 아내들과 상의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집안이 평안해야 신명들도 평안하다'고도 하였다.
'너희들이 싸우면 천하가 시끄러워진다'고도 하였다.
이런 것을 보면 제갈량을 두고 하신 말씀과는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율배반적인 것 같은 이런 말씀들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 사정은 다음과 같다.
천하사를 도모하기 위한 제갈량의 충정과 용의주도함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왜 개벽주는 그런 말씀을 한 걸까?
그것은 천하사와 가정사를 같이 도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저 먹을 걸 먼저 장만해 두었기 때문이다.
제갈량처럼 전장에 임하는 다른 모든 병사들의 가정도 다 같이 의식주 문제에 신경 쓰지 않도록 미리 조치를 취하게 했다면 그야말로 공의로운 일이다.
그러나 제갈량은 자신의 가정만 그렇게 하였으니 그걸 어찌 공의라고 할 수 있으랴!
자신의 아들들은 병역면제를 받게 해 놓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던 유력인사가 낙망한 사실을 우리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비록 제갈량이 뛰어난 경륜과 지혜로 유비를 도와 큰 공을 세웠다고는 하나, 공의의 입장에서는 개벽주의 말씀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갈량처럼 청렴한 인물도 드물지만 유상 800주와 박토를 마련한 것은 분명 속인들과 다름이 없는 처사였다.
하늘이 사람을 낼 적에는 굶어죽이지 않는다는 걸 믿지 못한 처사였다는 게 개벽주의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