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신과 용두사미
3절
<계묘년 봄에 형렬과 모든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옛적에는 동서양 교통이 없었으므로 신명도 또한 서로 넘나들지 못하였더니 이제는 기치와 윤선으로 수출입하는 화물의 표호(票號)를 따라서 서로 통하여 다니므로 조선 신명을 서양으로 건너 보내어 역사를 시키려 하노니 재주(財主)를 얻어서 길을 티워야 할지라 재주를 천거하라 김병욱이 전주부호 白南信을 천거(薦擧)하거늘 개벽주 남신에게 물어 가라사대 가진 재산이 얼마나 되느뇨 대하여 가로되 삼십만냥은 되나이다 가라사대 이십만냥으로써 그대의 생활을 넉넉히 하겠느냐 대항 가로되 그러하오이다 가라사대 이제 쓸 곳이 있으니 돈 십만냥을 들이겠느냐 남신이 한참 생각하다가 드디어 허락하거늘 이에 열흘로 한정하여 증서를 받아서 병욱(炳旭)에게 맡기셨더니 기한이 이름에 남신이 돈을 준비하여 각지(刻紙)로 열 두장을 올린대 개벽주 글을 많이 써서 공사를 행하시고 또 병욱에게 맡겼던 증서를 불사르신 뒤에 각지는 도로 돌려주시며 가라사대 돈은 이미 요긴히 써서 천지공사를 잘 보았으니 다행하도다 하시니 남신은 현금으로 쓰지 아니하심을 미안히 여기고 다시 여쭈어 가로대 현물 시세를 보아서 무역하여 이익을 냄이 어떠하니이까 가라사대 그는 모리(謨利)하는 일이니 불가하니라 하시고 또 가라사대 남신의 일이 용두사미(龍頭蛇尾)와 같도다 하시니라>
신명도 동서양의 교통을 따라 넘나든다.
흔히 사람들은 귀신이나 신명들은 시공을 초월하여 아무 데나 가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 인간의 세계와 신명계는 동일하다.
신명은 물론 인간처럼 육신이 없기에 물질적인 제한이 없다.
하지만, 신명은 사람이 죽어 의식과 기만 남은 상태다.
그러기 때문에 현세에서의 의식이 그대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신명이나 인간이 다 같이 의식이나 잠재의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므로 살아생전에 자신이 지녔던 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육신은 비록 없어졌다고는 하나 의식 자체가 육신을 지니고 있을 당시에 머물러 있게 마련이다.
옛적에는 동서양의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하였기에 신명들들은 감히 오늘날처럼 비행기나 윤선으로 동서양을 넘나든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따라서 신명들보다 살아 있는 인간들이 더 영적, 육적으로 발전한 상태임을 잊으면 안 된다.
인존세상이라는 것은 이처럼 신명들도 인간에게 의존을 해야 하는 세상을 가리킨다.
계묘년 봄에 이 공사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계묘는 ‘음양은 卯’라고 한 현무경의 기록처럼 음양을 여는 일은 계묘년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양을 연다는 것은 곧 양의 극처인 3양자리, 즉 辰(용)에서 음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어야 하는 일인데, 그것은 곧 선천의 辰太歲에서 후천의 巳時頭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는 일이다.
이것은 巳頭龍尾다.
선천은 용두사미이지만, 후천은 사두용미다.
백남신의 일이 용두사미와 같다고 하신 것은, 아직도 천지공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선천의 낡은 의식에 사로 잡혀 20만 냥으로 차라리 무역을 하여 모리(謨利 : 이익을 낼 궁리)를 할 생각을 하고 있기에 하신 말씀이다.
백남신과 각지, 30만냥, 10만냥, 20만냥의 의미는 무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