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절 ~ 9절 병욱의 화액을 풀기 위하여 러일전쟁을 일으킴
5절 <이해 여름에 병욱이 관찰사의 심부름으로 남원에 가서 오랫동안 두류(逗留)하면서 세금을 감독하여 받으니라 이때에 조정에서는 러시아와 결탁하여 일본을 억제하려 할 때 일본에 망명한 박영효 일파를 친일파로 지목하여 그 당파를 크게 찾아 죽이니 병욱이 또한 연루된지라 10월에 서울로부터 다수한 순검들이 전주에 이르러 병욱을 찾다가 남원에 있는 줄 알고 그 길로 곧 남원으로 향하니라>
6절 <이때에 개벽주 남원에 이르사 병욱을 찾아서 받은 세금은 주인에게 맡기게 하시고 곧 병욱을 데리고 성밖으로 나가시니 병욱은 그 까닭을 모르더라 10여리를 가사 병욱의 선산 재실에 들어가사 산직을 명하여 남원에 가서 형편을 살펴오라 하시니 산직이 곧 남원에 갔다 와서 다수한 京 순검대가 이르러 병욱을 찾는 경상을 아뢰니 병욱이 비로소 크게 두려워 하더라
7절<이튿날 교자를 준비하여 내교(內轎)로 변장한 후 병욱을 태우고 전주로 돌아오사 서원규(徐元奎)의 약방으로 들어가시니 원규 병욱을 보고 크게 놀래어 가로대 그대가 어찌하여 죽을 땅을 벗어났으며 또 어찌 이러한 위지(危地)로 들어 왔느뇨 너무 급한 일이므로 통지할 겨를이 없어 그대의 집안에서는 어찌 할 줄을 모르고 다만 울음으로 지낼 따름이니라 하거늘 병욱이 그 자세한 경과를 들으니 순검대가 전주를 떠나서 남원에 이를 때와 자기가 개벽주를 따라서 남원을 벗어날 때가 겨우 한 두시간 쯤 틀리는지라 병욱이 탄식하여 가로대 선생은 진실로 天神이시라 만일 선생의 구원이 아니었더면 어찌 죽을 땅을 벗어났으리오 하니라
8절 <순검대가 남원에 이르러 병욱을 찾지 못하고 전주로 돌아와서 크게 찾는지라 원규의 약방이 큰 길거리에 있으므로 병욱이 조용치 못함을 근심하거늘 개벽주 일러 가라사대 모든 것을 내게 믿고 근심을 풀어버리라 내가 장차 너의 환난을 끌러주리라 하시니라 이로부터 병욱이 원규의 약방에 오랫동안 머물며 밤에는 개벽주 끊임없이 병욱을 데리고 거리에 나다니며 소풍하시되 한 번도 아는 사람의 눈에 띄지 아니하였더라
9절 <개벽주 병욱에게 일러 가라사대 내가 너의 화액을 끌르기 위하여 일로전쟁을 붙여 일본을 도와서 러시아를 물리치리라 하시니 종도들이 그 말씀을 믿지 아니하고 서로 이르되 한 사람의 액을 끌르기 위하여 두 나라의 전쟁을 붙인다 함도 망령이어니와 약소한 일본을 도와서 천하 막강한 러시아를 물리치자 함은 더욱 황탄한 말이라 하더니 섣달에 일로전쟁이 일어나서 일본 군사가 승세를 타서 국경을 지나가니 이에 국금(國禁)이 해이하여지고 박영효의 혐의가 드디어 풀리니라
(해설)
김병욱의 화를 풀어주기 위하여 러일전쟁을 붙인다고 하였으니 그걸 믿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더욱이 막강한 러시아를 일본이 이기게 한다고 하였으니 아마 미쳐도 단단히 미친 소리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개벽주의 언행 하나하나는 그 모두가 천지개벽과 맞물린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 천지개벽공사는 후천 인존문명의 문호를 여는 것이므로 반드시 사람을 통해 역사를 한다. 선천 하도나 낙서에서는 글과 물질 등을 통하여 역사를 하였으나 인존시대에는 글과 물질에 더하여 사람을 통하여 역사를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의 이름이 중요한 법이다. 金秉旭은 서방 金과 旭, 즉 아홉 개의 태양이 동천에서 솟게 하는 이름이다. 서방의 金인 申酉를 동방으로 이동시키는 상징인 동시에, 아홉 개의 태양인 선천 낙서의 1에서 9에 이르는 9변을 9복으로 원시반본하는 상징이다. 그것은 현무경 첫 장에 있는 말씀처럼 ‘기서재동’하는 상징이다. 그러기 때문에 김병욱이 잡히면 후천 개벽이 실패로 돌아간다는 얘기가 된다. 조정에서는 일본의 만행을 견제하기 위하여 러시아의 힘을 빌리려고 하였다. 친일파의 거두는 당시 박영효였다. 개벽주의 입장에서는 조선을 후천 개벽의 주인공으로 해야 하는데, 그 머슴으로 일본이 적합하였다. 왜냐하면 일본은 동양의 패장이었으며, 더욱이 국호가 태양을 상징하는 일본이기 때문이었다. 其瑞在西에서 其瑞在東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동양에서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것이 곧 조선이다. 그런데 조선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머슴을 들여야 한다. 머슴의 조건은 양을 상징하는 일본이 제격이다. 후천은 음이 주도해야 하는데, 그 머리를 들어주는 것은 양이기 때문이다. 양은 무력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법이요, 음은 음덕으로 다스리는 법이다. 일본의 국조는 까마귀인데, 까마귀는 예로부터 태양을 상징한다. 뿐만 아니라 국기도 태양을 상징하는 일장기다.
당시에 병욱이 남원에 있었다는 건 무슨 상징이며, 왜 개벽주는 그를 데리고 서원규의 약방으로 들어가 피신했을까? 또한 병욱은 왜 내교를 타고 여자로 변장해야 했으며, 개벽주는 병욱을 데리고 밤에 거리를 활보하였으나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