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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진한 한 수

영부, 精山 2009. 10. 20. 07:45

정역의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자오묘유 天之四正일의 자시, 오시, 묘시, 유시에 24절국이 교대로 반복하며 순환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를테면 <卯月 初三日 乙酉 酉正 一刻 十一分 元和절국>이 나오고, <卯月 十八日 庚子 子正 一刻 十一分 中化절국>이 나오며, <辰月 初三日 乙卯 卯正 一刻 十一分 大和절국>이 나오고, <辰月 十八日 庚午 午正 一刻 十一分 布化절국>이 나오며, <巳月 初三日 乙酉 酉正 一刻 十一分 雷和절국>이 나오고, <巳月 十八日 庚子 子正 一刻 十一分 風化절국>이 나오며, <午月 初三日 乙卯 卯正 一刻 十一分 立和절국>이 나오고, <午月 十八日 庚午 午正 一刻 十一分 行化절국>이 나온다는 식으로 돼 있습니다.

이처럼 자오묘유 天之四正에 기반을 두고 후천의 24절국이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무얼까요?”

“그건 인존문명은 사람이 하늘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요?”


의산과 문산의 대답이 거의 동시에 나왔다.


“그렇죠.

선천에는 동서남북 사정을 자오묘유가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 후천에서는 인신사해가 그 속으로 들어간다는 건 다 알고 있을 겁니다.

그건 곧 하늘을 가리키는 자오묘유 사정을 기반으로 해서 24절국이 머리를 들게 된다는 것과 같은 말이 되겠지요.”

“그런데 선생님, 우리가 사용하는 황극력은 갑진, 갑술, 기미, 기축일을 기준으로 해서 24절국이 나오는데, 정역은 을묘, 을유, 경자, 경오를 기준으로 해서 24절국이 나오는 것으로 돼 있는데, 어느 게 맞는 건가요?

24절국을 창시하신 분이 일부선생이라면 정역대로 하는 게 맞지 않나요?”


“그런 질문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누가 보아도 우리가 쓰는 황극력과 정역의 24절국은 전혀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렇게만 볼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왜냐하면 일부선생은 천지를 개벽하는 입장에서 보신 게 아니라 선, 후천의 교차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따름입니다.

이에 비해 개벽주는 천지개벽이란 관점에서 보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개벽주께서 정역을 보시고 ‘한수가 미진(未盡)하였도다’라는 말씀을 하신 겁니다.

도대체 정역의 어떤 부분이 미진하였다는 말일까요?”


운곡선생은 찬찬히 실내를 둘러보았다.


“이게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괜히 개벽주께서 일부선생을 흠집 내는 것으로 오해받기 십상입니다.

일부선생은 개벽주가 아니라는 걸 유념하기만 하면 그리 어려운 문제도 아닙니다.

개벽주는 천지의 방위와 오행, 상생, 상극 등 모든 부분에 걸쳐 선천과 정반대로 뒤집어놓지 않으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