弓道와 日月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활을 잘쏘는 민족이었다.
지금도 올림픽에서 양궁은 우리의 금메달 밭이다.
전통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과 경륜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 면에서 문화나 전통은 매우 소중한 유산이다.
오늘은 궁도에 관한 걸 얘기해 보기로 한다.
활은 크게 세 부류로 구분한다.
첫째는 몸체요, 둘째는 줄이며, 셋째는 화살이다.
몸체는 약간 휘어지기는 하나 본래 불변과 부동을 상징한다.
줄은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는 등, 변화를 상징한다.
화살은 이 둘의 힘을 한데 모아 사물에 적중한다.
이것을 쉽게 비유한다면 몸체는 태양이요, 줄은 달이며, 화살은 별이다.
한자를 빌어서 표현한다면 日月星辰이다.
달리 말하자면 몸체는 하늘이요, 줄은 땅이며, 화살은 인간이다.
이를 가리켜 보통 天地人 삼재라고 한다.
따라서 가정으로 치자면 몸체는 아버지요, 줄은 어머니고, 화살은 자녀라고 할 수 있다.
하늘은 본래 형상이 없기에 항상 如一하며, 땅은 온갖 물질과 생물이 생멸하는 변화의 터전이며, 사람은 천지의 정기를 품수하여 삶을 영위한다.
태양은 항상 그 모습 그대로이지만, 달은 초승달, 반달, 보름달 등으로 항상 그 모습이 변한다.
일월의 정기를 받아 살아가는 인생은 화살과 그 모습이 흡사하지 않은가?
화살을 가리키는 한자는 矢다.
矢가 활에서 발사하여 동서남북 4방이나 춘하추동 4시를 상징하는 口에 적중하면 知가 된다.
앎이란 것은 바로 이런 상태를 의미한다.
세상에는 무수한 앎이 있다.
하지만 정녕 가치 있는 앎은 4방과 4시를 바로 보는 일이다.
4시는 시간이요, 4방은 공간이다.
따라서 知는 시공의 법칙을 깨닫는 걸 가리킨다.
화살은 목표를 적중하는 도구다.
矢라는 글자를 보면 누운 사람 人과 大를 합했다.
즉 '큰 걸 품고 편안히 누워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큰 것은 좌, 우의 음양을 한데 조화시킨 형국이다.
음양의 조화를 도모하는 인간이야말로 천지의 시공을 활용하는 도구 중의 도구다.
활을 잘 쏘는 사람을 가리켜 朱蒙(혹은 朱夢)이라 한다.
주몽은 '어리석음을 밝게 깨친다'는 뜻이다.
이처럼 궁도에는 심오한 조상들의 가르침이 들어 있다.
세월은 '쏜살'같이 흐른다.
하필이면 왜 '쏜살'을 세월에 비유했을까?
그저 속도가 빠르니까 그랬다고 보지 말라.
아! 오늘도 나는 또 한대의 살을 시위에 먹인다.
어떤 사냥감을 노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