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의 語源
文化의 語源
문화라는 말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과문(寡聞)일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들은 기억이 없다. 그러면서도 대부분 사람들은 문화인이 되기를 좋아한다. 문화인의 반대라고 하면 야만인, 혹은 원시인 정도로 할 수 있을까?
글의 세계 회원님들도 문화인을 지향한다고 하면 틀린 말은 아니리라. 글이라는 것이 본래 문화인이 되기 위한 방편이라면 오히려 당연한 일이 아닐까? 문화의 어원을 찾는 일은 그리 쉬운 건 아니겠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내 나름대로 추적을 해보기로 한다.
문화(文化)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글로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 되는 것! 그것은 무얼 의미할까? 글은 부호다. 부호는 상징이다. 상징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간단하게 응축해 놓는다. 알기 쉽게 말한다면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나온 것이 부호다. 그 중에서도 글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인류의 지혜가 빚어낸 산물이다. 그러기에 누대에 걸쳐 값진 유산으로 전통을 이어 온다.
‘글로 되는 것’ 혹은 ‘글로 된 것’이 문화라고 하는 데에는 이와 같은 글의 위력을 깔고 있다. 마음이 생각은 수시로 변한다. 그냥 나오는 대로 전부 다 표현한다면 아마 난장판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걸 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글과 언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그러므로 글로 된다는 것은, 그만큼 생각이 정화됐다는 증거다. 생각의 정화! 그것은 내면과 외부를 잘 연결시키는 작업이다.
文은 ‘글월 문’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본래는 ‘무늬 문’이다. 그것은 하도(河圖)에서 비롯한다. 동양의 문화와 역사는 하도에서 시원한다는 것은 그간 무수한 학자를 통해서 회자(膾炙)됐다. 하도는 1에서 10까지의 숫자로 구성된 것인데, 홀수는 흰 무늬, 짝수는 겅은 무늬로 이루어졋다. 흰 무늬는 양을, 겅은 무늬는 음을 가리킨다. 북방의 1, 6은 水라고 하였는데, 물은 본래 아래로 흐르는 것이기에 그렇다. 남방의 2, 7은 火라고 하는데, 불은 가벼워서 위로 올라가 밝은 빛을 내기 때문이다. 동방의 3, 8은 木이라고 하는데, 태양이 솟는 것처럼 탄력이 강한 것이 木이기 때문이다. 서방은 태양이 지고 달이 뜨는데 그것은 마치 군더더기 낙엽을 떨군 단단한 金과 같다고 하여 4, 9金이라고 한다. 이런 것은 오행의 기본이기에 더하면 군소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文化는 ‘음양의 이치가 실제의 모습으로 화한 상태’다. 그것이 바로 ‘글로 된 것’이다. 즉 음양의 이치를 글로 잘 나타내는 사람이 문화인이라는 의미다. 文이라는 글자도 역시 그런 걸 가리킨다. 丶(점 주, 있을 주, 구절 주, 불똥 주)와 一(한 일, 가를 일, 드러낼 일, 클 일)과 丿(비칠 별, 삐칠 별, 움직일 별), 乀(파임 불, 파헤칠 불) 등이 합해서 이루어진 문자이니, 그 뜻을 합하면 ‘하늘로부터 부여 받은 생명을 크게 움직여 드러낸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文은 ‘무늬 문’이다. 무늬는 얼룩진다. 모든 생명은 항 방울의 정수(精水)가 얼룩진 것이다. 태극에서 갈라져 나온 흑, 백(음양)의 무늬가 한데 얼룩져서 나타난 것이 생명이다. 그것을 표현하는 방편으로 나온 게 글이다. 생명을 사랑하고, 나누며, 노래하고, 즐기는 것이 바로 문화인이다. 생명을 미워하고, 독차지하려 하며, 저주하고, 죽이는 것은 야만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하도에 대한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