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안
33절
<원평을 지나 신암 주막에 이르사 가라사대 들으니 손병희가 전주게 왔는데 서울에 교당을 짓는다 빙자하고 그 부하의 어린 아해들 옷고르에 채운 돈까지 떼어다가 큰 집과 작은 집을 거느리고 행락하며 온 부하들을 망친다 하니 그 무능함을 가히 알지라 만일 재능이 있으면 천하 집이 모두 저의 집이 될지니 집을 지어 무엇하리오 이제 호남 각지를 돌면 그 부하들은 다 망하리라 이제 누구든지 몽둥이를 들어 그 머리를 치며 네 재능이 무엇이건대 부하들을 그다지 망치느냐고 꾸짖으면 대답하지 못하고 돌아가리라 응종이 몽둥이를 들며 여쭈어 가로대 내가 쫓아가서 그리 하겠나이다 가라사대 네가 진실로 쾌남자로다 하시고 도 가라사대 저희들은 다 久庵이요 이곳은 新庵이니 곧 都安의 집이니라 하시니라 이 때에 손병희가 호남 지방을 순회하려다가 뜻밖에 예정을 변경하여 돌아가니라>
해설
신암은 新都安을 가리킨다. 신도안은 새로 지은 편안한 도읍지라는 의미이니 이는 곧 후천의 도읍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용담도다. 손병희가 서울에 교당을 짓는다고 사람들의 돈을 갹출하는 걸 가리켜 구암이 많은데 무엇하러 또 집을 지으려 하느냐고 하였다. 구암은 선천 낙서의 집과 도읍을 가리킨다. 즉 손병희는 動勢인 동학의 상징적인 인물인데, 이미 갑오년에 무력혁명을 일으켜 새로운 집을 건설하려고 하였으나 실패했다. 그걸 가리켜 개벽주는 무능하다고 한 것이다. 손병희가 무능하다고 한 게 아니라, 동학 자체를 가리킨 것이다. 동세는 가고 정세인 현무경으로 안정적인 살림을 해야 하는데, 그걸 모르고 계속하여 동학을 펼치려는 걸 경계한 말씀이다. 황응종이 몽둥이로 손병희의 머리를 치겠다고 한 것은, 黃鐘 즉 지구의 종에 응해야 하는 게 그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종은 戊辰이다. 이것을 후천에는 기축, 기미로 돌려야 하는 게 응종이므로 몽둥이로 손병희의 머리를 치겠다고 한 것이다. 손병희의 머리는 구암의 머리다. 구암을 헐어야 비로소 신암을 짓게 된다. 그것이 바로 계룡산의 유정월이 나오는 신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