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의 행차와 3초
본래 ’至氣今至四月來‘라는 문구는 수운대신사께서 동경대전에 기록해 놓은 것인데, 1860 경신년 4월 5일에 만고 없는 무극대도를 대각하여 동학을 창도하게 된 시기를 가리킵니다. 그전 해인 1859 己未년 10월에 처자를 거느리고 구미에 있는 용담정으로 두문불출을 맹서하고 들어가신 후, 딱 6개월 만에 대각을 하시게 되었지요. 하필이면 기미년 10월, 즉 乙亥월에 구미의 용담정으로 들어가신 걸 도수로 따진다면, 기미는 선천의 태세가 나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걸 암시했다고 보면 됩니다. 이와 관련한 대순전경의 기록이 있는데 그걸 소개하기로 하겠습니다. 대순전경을 펼쳐 볼까요?”
운곡선생은 한산에게 큰 소리로 읽으라고 하였다.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大人의 행차에는 三哨가 있나니 갑오년에 一哨가 되었고, 갑진년에 二哨가 되었고, 손병희는 三哨를 맡았나니 삼초 끝에는 대인이 나오리라 하시고 손병희의 만사를 지어 불사르시니 이러하니라 知忠知義君事君 一魔無藏四海民 孟平春信倍名聲 先生大羽振日新 - 대순전경 3장 150절>
“哨는 망보는 걸 가리키지요? 군대에 가면 哨所가 있고, 거기서 步哨를 서게 마련입니다. 대인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삼초가 있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첫째는 1894 갑오년의 동학혁명을 가리키고, 둘째는 1904 갑진년에 一進會가 만들어진 것을 가리키며, 셋째는 1919 기미년의 독립만세운동을 가리킵니다. 삼초 끝에 대인이 나오리라고 한 것은, 특정한 개인을 가리킨 것이 아니라, 후천의 대학이 펼쳐질 것을 가리킵니다. 삼초 끝이라고 하였으니 기미년과 경신년이 頭尾가 서로 교차하는 시기를 가리킵니다. 즉 1920년 음 4월 5일을 말했습니다. 그때는 정확하게 동학이 창도된 1860 경신년 음 4월 5일로부터 6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손병희의 만사를 보면 知忠知義君事君(충을 알고, 의를 알아 그대는 임금을 섬기고) 一魔無藏四海民(하나의 마술로 세상 만민을 밝게 세상에 드러내었고) 孟平春信倍名聲(맹평춘신에 명성을 드날리고) 先生大羽振日新(선생은 큰 날개로 나날을 새롭게 떨쳤도다)이라고 풀이를 할 수 있습니다. 맹평의 孟은 ‘맏이’를 가리키고, 平은 ‘평화’를 가리키는 것이며, 春信은 봄 소식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이를 종합하면 ‘평화로운 봄소식을 알리는 맏이’라는 뜻이 되겠군요. 충과 의를 알아서 임금을 섬기고, 사해의 백성을 밝게 하며, 마지막에는 새로운 세상을 날로 새롭게 하는데, 그 때는 봄이 된다는 걸 일러주고 있습니다. 孫秉熙라는 이름은 ‘밝음을 잡은 후손’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1861년 辛酉년에 태어났으니 기서재동의 상징이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기미삼일운동이 일어난 날은 음력 1월 29일 (양력 3월 1일)입니다. 그러니까 기미년이 다 끝나고 경신년이 시작하는 교차기인 셈이니 삼초 끝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물론 사수장께서 처음으로 영부도법을 전수한 날짜인 음 4월 5일과는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고 하여 두 개가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삼일독립운동은 선천의 역법으로 나와야 하고, 영부도법전수는 후천의 역법으로 나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선천의 역법으로는 정월이 선, 후천의 교차 시기이지만, 후천의 역법으로는 辰巳之間이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