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조사 도수
51절
<이 공사를 시작 하실 때에 각기 새옷을 지어 입게 하시니 개벽주는 日光緞 두루막과 無文毛綃 바지저고리를 지어 입으시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새 옷을 지어 입었더라 이날 저녁에 경수의 집에서 초저녁부터 불을 끄고 일찍 자라 하사 개벽주는 아랫방에서 주무시고 공신과 여러 사람들은 윗방에서 자더니 새벽에 순검이 들어와서 공신을 찾거늘 공신이 대답하고 나서니 곧 포박하고 이어서 개벽주와 여러 사람들을 모두 포박하니라 이때에 돈 약간과 白木 몇 필을 방구석에 두었었는데 개벽주 돈과 백목을 인부를 불러 지우라 하사 뒤로 따르게 하시니라>
52절
<개벽주 여러 사람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 시대는 거짓말하는 자는 없이하는 시대니 꼭 바른 말을 하라 하시고 또 순검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그대들은 상관의 명령을 받고 왔으니 거짓말을 말고 본대로 말하라 하시니라 일행이 고부 장터에 이르니 장꾼들이 서로 말하되 고부는 장차 쏘가 되리로다 저런 큰 인물들이 잡혀 왔으니 어찌 무사하기를 바라리오 하고 서로 불안히 여기니 대저 이 때는 각처에서 의병이 일어나므로 인심이 소동하여 실로 공포시대를 이루었더라>
53절
<경무청에 이르니 심문관이 병기를 가졌느냐 묻거늘 없다고 대답하니 즉시 여러 사람을 구류간에 가두고 개벽주는 상투를 들보에 매달고 저고리를 벗긴 뒤에 경관 십여명이 늘어서서 회초리로 치며 가로대 관리는 몇 명이나 죽였으며 일본 사람은 몇 명이나 죽였느뇨 개벽주 가라사대 우리를 의병으로 알고 묻는 말이뇨 순검이 가로대 그러하노라 가라사대 의병을 일으키려면 깊숙한 산중에 모일 것이어늘 어찌 태인 읍에서 오리 안에 들 하나 격하여 읍사람들이 날마다 왕래하는 번잡한 곳에서 의병을 일으키리오 또 물어 가라사대 그대들이 묻는 의병이란 것은 무엇을 이름이뇨 가로대 이씨 왕가를 위하여 일본에 저항하는 것을 이름이로다 가라사대 그러면 그대들이 그릇 알았도다 우리는 그런 일을 아니하노라 가로대 그러면 무슨 일로 모였느뇨 가라사대 이제 혼란 복멸에 임한 천지를 개조하여 새 세상을 열고 대비겁에 싸인 사람과 신명을 널리 건져 각기 안락을 누리게 하려는 모임이로다 통역순검 문형노가 놀래어 가로대 감히 그런 대담한 말을 하느뇨 가라사대 천하사에 뜻하는 자 어찌 별로히 있으리오 그대는 도략과 자비가 있으면 어찌 가만히 앉아서 볼 때리오 하시니라 이윽고 개벽주를 끌러내려 구류간에 가두고 박권임이 공신을 불러내어 구둣발로 겨드랑을 차니 곧 기절하여 정신을 잃은지라 문총순이 박권임을 꾸짖어 가로대 죄의 유무를 결정하지 못하였는데 어찌 그다지 혹독히 하느냐 하고 개벽주와 공신을 고채로 채워서 구류간에 넣어 여러 사람과 함게 가두니라>
해설
이 공사는 문공신에게 독조사 도수를 붙인 것이다. 독조사를 한자로 써 놓지 않아서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으나 노름판에서 구경만 하다가 맨 마지막에 단 한 판으로 판돈을 전부 쓸어가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한다. 49절에서 문공신에게 개벽주께서 <너는 정음정양도수니 네가 온전히 잘 이기어 받겠느냐 정심으로 잘 수련하라 문왕의 도수와 이윤의 도수가 있으니 그 도수를 받으려면 극히 어려우리라 미물곤충이라도 원망이 붙으면 천지공사가 아니니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독조사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미였다. 즉 정미년에서 무신년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문공신이 독조사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무신년은 현무경 소멸음해부에도 이르기를 ‘戊申臘’이라고 했던 것처럼 선천 낙서의 모든 것을 다 소멸하는 시기이다. 그것은 오직 정음정양으로 가는 길 밖에는 도리가 없기에 공신에게 독조사 공사를 붙인 것이다. 개벽주의 상투를 들보에 매달았는데, 상투는 머리요, 머리는 북방 하늘을 가리킨다. 들보는 가장 높은 곳이므로 하늘을 가리킨다. 낙서에서 6건천은 정북이 아니라 서북에 자리를 잡았는데, 용담에서는 정북으로 十건천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걸 순검들이 보여준 것이다. 물론 그들은 그 내용을 전혀 모르면서 결국 공사의 도수대로 따른 것이다. 일본이 두려워 한 것은 이씨 왕가를 위한 의병운동이었다. 이에 개벽주는 결코 그것이 아니라고 하였는데, 李氏 왕가는 기서재동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답한 것이다. 기서재동은 서방의 金씨가 金極生木하는 것인데, 선천 이씨 왕가는 그렇지 못한 것인데 어찌 그걸 위해서 의병을 일으킨단 말인가? 그래서 개벽주는 자신의 사명인 ‘천지를 개조하여 새 세상을 열고 대비겁에 싸인 사람과 신명을 널리 건져 각기 안락을 누리게 하려는 모임’이라고 답한 것이다. 너무나 담대한 대답에 순검이 할 말을 잃었을 지경이었다. 여기서도 우리는 개벽주의 평소 소신과 생활이 모두 천지개벽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순검을 비롯한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아마 미쳐도 단단히 미친 소리로 들렸을 테지만 개벽주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말씀이었다.
그런데 공신을 구둣발로 차서 기절하게 하였는데, 그것은 무슨 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