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동의 체제

“천부동은 인체의 원리를 바탕으로 해서 모든 게 움직입니다.

인체를 보면 머리는 하나이지만 좌뇌와 우뇌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우리 학교도 남자 교장과 여자 교장이 있습니다.

좌뇌가 계산이나 이지적인 영역을 다루고 우뇌가 정서적인 영역을 다루는 것처럼, 남자 교장과 여자 교장이 맡고 있는 분야도 다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좌우뇌가 서로 한 몸인 것처럼, 남, 녀 교장도 서로 상의를 하면서 모든 걸 풀어간다는 점이지요.

가정에서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상의를 하면서 살아가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될 겁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으면 반드시 자녀도 있는 것처럼, 학생회장단이 있습니다.

학생회장단은 고등학교에서 대표를 맡는데, 그 역시 남자 회장과 여자 회장으로 역할을 분담하게 했습니다.

이건 모든 사물의 기본은 사상(四象)이라는 철칙을 그대로 체제에 적용한 셈입니다.

자연의 법칙대로 한다면 아무런 부작용이 없습니다.

그걸 역행하기 때문에 힘이 들고, 여러 가지 부조리가 발생하게 된 걸 우리는 그간의 인간의 역사에서 너무나 많이 보았지요.

두 분도 사상이야말로 모든 걸 주워 담는 큰 그릇이라는 걸 배웠지요?”

“네”

“사상은 그릇이고, 그 내용물은 3이며, 내용물까지 합하면 5와 7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나요?”

 

정도는 교산 선생이 흡사 운곡 선생과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비록 형상은 달랐으나,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운곡선생을 빼다 박은 듯 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교산 선생은 운곡 선생으로부터 오랫동안 가르침을 받았다는 걸 알고 나서야 정도의 의문이 어느 정도 가실 수 있었다.

 

“내용물이 3이라는 건 사각형을 그려놓고 보면 금방 알 수 있지요.”

 

교산은 종이에 사각형을 크게 그렸다.

그리고 대각선으로 두 개의 선을 그었다.

두 개의 대각선이 만난 중심에 3이라 쓰고, 나머지 모서리에는 1, 2라고 써 넣었다.

 

“이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사각형에는 두 개의 선이 있는데 한 개는 양과 남성을 가리키고 , 나머지 한 개는 음과 여성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천부동이라는 한 개의 그릇은 음양이라는 두 개의 선이 기본으로 있고, 그것이 활동을 하게 되면 반드시 1(始) - 3(中) - 2(終)이라는 3단계를 거쳐야 하며, 네 개의 선으로 상징되는 사상이 모든 걸 주워 담고 있으며, 다섯 개의 꼭지점, 즉 5행을 바탕으로 하게 마련이라는 걸 알 수 있지요.”

 

정도는 새삼스럽게 교산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 이렇게 심오한 면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