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동의 체제
실제로 우리 천부동에는 이런 5부가 있습니다.
예전 고조선에서는 각 마을마다 삼노오사(三老五師)라고 하는 제도가 있었지요.
3노는 마을의 현인 세분을 가리키고, 5사는 3노보다 젊은 층에서 덕망 있고 유능한 다섯 분을 선출하던 제도입니다.
우리 학교에도 철저하게 그런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 분 아니라, 천부동의 모든 기구에서는 예외 없이 이런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지요.
5사를 가리켜 5운회(五運會)라고도 부릅니다.
5운회는 개벽주게서 천지공사를 하실 적에 등장한 이름이기도 하지요.
천하자기신 고부운회(天下自己神 古阜運回), 천하음양신전주운회(天下陰陽神 全州運回), 천하자통정신 정읍운회(天下通情神 井邑運回), 천하상하신 태인운회(天下上下神 泰仁運回), 천하시비신 순창운회(天下是非神 淳昌運回)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운곡선생님께 들으면 될 것이고, 우리 천부동은 철저하게 개벽의 도수에 입각하여 모든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개벽의 도수로 만든 체제라? 정도에게는 매우 생소한 말들이었다.
개벽의 도수니, 천지공사의 도수니 하는 말들은 귀에 익숙한 편이었으나, 그것을 활용한 체제라는 말은 거의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교장 선생님의 말씀은 충분한 매력이 있었다.
도수라면 당연히 어느 것에나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천부동에서라면 그것은 필수적인 것이라는 생각에 미쳤다.
“천부동의 체제가 개벽의 도수에 맞는 거라면 앞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체제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할 걸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일방적인 서구의 자유민주주의로 흐르고 있지 않나요?
세계를 양분(兩分)했던 공산주의는 이미 그 종주국인 소련이 몰락했고, 북한은 거의 아사상태에 빠졌을 정도로 붕괴했습니다.
지금처럼 자유민주주주의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데, 천부동의 정신과 체제가 아무리 좋다고 하여도 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건 요원(遼遠)한 일이 아닐까요?”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마 지금 세상에서 천부동이 하는 게 아무리 좋다고 하여도 세상에서 볼 적에는 미친 짓이라고 할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무엇이건 초창기에는 다 어려움이 있습니다.
공산주의가 망하고 자유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건 착각입니다.
왜냐하면 공산주의나 자유민주주의는 그 뿌리가 같기 때문이지요.
떡 잎이 두 장 나왔는데, 그 중에 하나가 죽었다고 하여 그 나무가 죽은 건 아닙니다.
공산주의나 자유민주주의는 다 같이 물질주의입니다.
다른 말로 자본주의라고도 할 수 있겠죠.
본래 공산이나 민주주의는 서구에서 나온 것인데, 그 배경에는 중세 유럽의 신본주의가 있었습니다. 암흑기라고 부르는 약 1천 년 간의 서구사회는 모든 것을 천주교의 하나님이 지배를 하였지요.
과학이나 예술, 문학 등의 모든 것들이 하나님을 경배하지 않으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무서운 공포가 판을 치던 사회였습니다.
그래서 그에 대항하기 위하여 나온 것이 문예부흥이요, 그 여파로 나온 게 산업혁명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등장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