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 精山 2010. 1. 19. 06:53

돈나고 사람이 난 게 아니라 사람 나고 돈이 나왔다는 평범한 진실이 보편적인 상식으로 자리 잡게 될 날이 멀지 않았지요.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그런 공부를 가르치고, 수련을 시킵니다.

물론 원하는 사람만 하게 하지만, 원래 여기 들어오는 분들은 전부 그런 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므로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개벽주께서 ‘말로만 듣던 신선을 직접 보게 되리라’고 하신 말씀이 현실로 드러날 날이 멀지않았습니다.”

 

정도와 영미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자니, 마치 별세계에 온 것 같았다.

물론 그간 천부동에서 지내면서 그런 걸 안 느낀 건 아니었으나, 교장선생님의 구체적인 이념과 강령을 듣고 보니 더욱 확신이 들었다.

강좌가 없다고 하여 한가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견학을 하는 바람에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갔다.

저녁에는 조촐하게 몇 사람이 둘러 앉아 술을 마시면서 도담을 나누었다.

천부동에는 술집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한다면 물건을 사고 파는 가게가 없었다.

그때, 그때 필요한 생활필수품은 1주일에 한 번씩 신청을 받아 공동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었다.

대량으로 구매하니 값도 저렴하며, 품질도 대부분 최신형에다 상품(上品)에 속하는 것들이었다.

식사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군대처럼 공동식당에서 해결했기에 주부들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술집에 다닌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남자건, 여자건 여섯 시간 정도는 누구나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실업자도 없었으며, 시간이 남아 헛된 일을 할 틈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천부동에 술이 없는 건 아니었다.

천부동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술이 있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으나 여유롭게 즐길 형편은 아니었다. 정도도 술을 많이 먹지는 않았으나 좋아하는 편인지라 그들의 술 문화가 궁금하였다.

사실 그동안에는 운곡선생의 강좌를 정리하고 복습하는 시간도 모자라서 술을 대할 여유가 없었다.

언젠가 한 번 먹어 본 일이 있었지만, 오늘처럼 여유를 가지고 먹는 건 처음이었다.

그때도 술맛이 매우 좋다는 느낌이었는데, 오늘도 역시 그랬다. 평소에 술을 멀리하는 영미도 거푸 석 잔을 들이켰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운곡선생이 동의보감에 실린 글들을 근거로 하여 여러 가지 약초를 빚어 만든 술이라고 하였다.

그러기 때문에 영양도 많고, 정기신을 강화하는 약재로서도 일품이라고 하였다.

몇몇 업자들이 찾아 와 그걸 영업허가를 받아서 시중에 팔자고 하는 제의가 있었으나, 천부동에서는 거절을 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상품화 하려면 대량으로 술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충당하려면 이 땅의 산야초는 남지 않기 때문이며 어쩔 수 없이 유사한 재료를 집어 넣을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도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천부동에서도 그 술은 인기가 매우 높기 때문에 항상 물량이 달리는 편인 모양이었다.

그날 모인 젊은이들은 저희들끼리 무언가 계산을 하더니 창고로 가서 술을 가져 왔다.

알고 보니 물량이 달리거나 인기가 높은 것은 먼저 각 사람의 신청을 받아 신청량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파악을 한 후에, 균등하게 1개월 분의 할당량을 정한다고 하였다.

대부분 그날 모인 젊은이들은 술을 마실 기회가 없었던 모양인지, 1개월 분을 한꺼번에 수령한 사람이 많았다.

일부 사람들은 이미 자신들의 할당량을 다 먹었기 때문에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던 차에 신난다고 하면서 좋아하였다.